책을 덮으며 이 책의 제목과 ‘바깥은 여름’이라는 소설집의 제목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쪽과 저쪽. 안과 바깥. 우리는 이쪽에 있을까 저쪽에 있을까.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은 어떤가. 한 쪽만이 진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_ 저자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띠지의 얼굴만 보고 많아야 40초반 정도의 나이일거라 짐작했다. 글에서도 크게 나이를 의식할 순 없었다. 1989년의 기억을 끄집어낸 저자의 이야기에서 당황하고 말았다. 저자는 70년대의 시작에 나는 70년대의 끝에 태어났다. 현재를 인식하고 사는 이에게 그 차이는 극명하다. 80년대 끄트머리에 성인이 된 것과 90년대 끄트머리에 성인이 된 것이 차이만큼 극명하다. 한국의 현대사는 10년도 너무 멀게 만들어 버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요즘처럼 실감한 적은 없었다. 의례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 죄다 뒤집어지는 순간이다. 자꾸 뒤돌아볼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니 목이 돌아간 모양이다. 더러는 아예 뒤로 줄달음치기도 한 것 같다. 나아가지 못하고 저 멀리로 도망간 자들이 현재를 조롱한다. 그 때의 고통에 대해선 전혀 모른 채 당당하게 조롱한다. 당당한 조롱이라니 부끄러울 뿐이다._ 한없이 낮아지는 마음이다. 둘 곳이 없어 낮아지는 지, 반드시 낮아져야 해서 낮아지는 지 모르지만 낮아지는 마음이라 다행이다. 가능하다면 더 낮고 낮고 낮고 낮아지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애쓴다. 당당하느니 부끄럽고 싶고 웃기보다 울고 싶다. 다만 슬퍼서 나가떨어진 것이 아닌 기적을 그리는 마음으로 울겠다. 여전히 소망하고 간절히 바랄 뿐이다.#그쪽의풍경은환한가 #심보선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