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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집은 아무래도 아직 엄두가 안나 또 산문집을 집어들었다. 시인의 산문집만 골라 읽는 고약한 상황이랄까. 정작 시인의 고백은 애써 듣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읽으며 시는 기체고 산문은 고체가 아닌가 했다. 시인은 엉덩이가 가볍고 마음은 무겁고 소설가는 엉덩이가 무겁고 머리도 무거운 사람들이 아닌가 했다. 여전히 시는 어렵고 손에 잡히지 않을 듯 하다. 명확하고 실체가 없는 어떤 것, 아지랑이나 신기루 혹은 오로라 같은 것이 아닌가 했다. 시인의 산문은 그 중간 어디쯤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산문이란 의례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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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읽는 동안 시작부터 끝까지. 좀 알 것도 같다가 도저히 모르겠다가 너무 잘 알겠다가를 반복했다. 뭔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함정이나 슬쪄 비껴간 지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숨겨진 보물이나 맛난 차 한잔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르면서도 좋았다. 적당히 몰라서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알면 좋기가 힘든 법이니까. 원래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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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소란과 감각의 고요.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시인의 시를 용감하게 만날 것이다.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