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다정했다. 다정하고 따듯한 색과 편안하고 정교한 선들. 구멍가게에 대한 향수가 없어도 좋다. 그저 이제 사라지는 소박하고 오래된 것들을 그림으로 만나는 즐거움으로 족하다. _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내 아버지가 졸업한 국민학교였고 그 문구점 할아버지가 졸업했던 국민학교였다. 학교 맞은 편에 있던 작은 문구점. 문구와 불량식품이 반반쯤 있었고 새로운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어디나 먼지가 쌓이고 빛바랜 것들로 가득했던 작은 문구점. 좀 더 자라서 고학년이 되며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큰 문구점이 생기며 잘 들르지 않았지만 어릴적의 문구점이라면 그 문구점이 먼저 떠오른다. 콩과자를 한주먹씩 사서 조금씩 아껴먹곤 했었는데. 할아버지가 종종 당신도 저 학교를 나왔다고 그 당시를 말씀하시던 그 곳.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 불쑥 자란 후에 그 학교엘 들른 적이 있다. 물론 그 문구점은 이미 흔적도 없었다. 그렇게 넓고 크던 학교도 세월만치 작아져 있었다. 어디든 시간이 흔적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부디 그 흔적들이 다정하길 소망해본다.#동전하나로도행복했던구멍가게의날들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