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식의 말장난과 비유들. 그리고 알 듯 모를 듯한 주제들. 어딘지 애매하고 모호해서 단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왜 좋은지 물어도 대답하기 어렵다. 음, 그러니까...하고 몇 번 쯤 더 생각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뭐라고 해야할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냥 좀 좋아한다. 로맹 가리란 이름으로 출판한 글도 에밀 아자르란 이름으로 출판한 글도 좋아한다. 그의 삶을 보자면 또다시 말줄임표를 적극 활용할 수 밖엔 없다. 그저 파란만장하고 대단하더라 정도로 어물쩡 넘어가자. _ 사실은 ‘여자의 빛’이라는 제목부터 몹시 거슬렸는데도 로맹 가리니까 하며 구입했다. 이 이상한 줄거리는 꼭 말하고 싶다. 너무 행복하고 잘 어울렸던 두 사람 중 여자가 죽을 병에 걸리고 더는 견딜 수 없어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그 죽음을 실행하기 전에 남자를 내쫓는다. 그 남자는 멀리 떠나지도 못하고 그 실행을 그저 기다린다. 아니 그저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 누굴 만나게 된다. 어떤 여자.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고 남편마저 병에 걸린다. 그리고 더는 그 남편을 사랑할 수 없어서 둘 모두 죽었다고 말하는 여자를 만난다. 그저 사고와 해프닝일 수도 있는 그 만남이 이 책의 내용이다. 하룻밤. 너무도 사랑해서 종교처럼 여겼던 여자가 죽어가는 동안의 시간. 그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알리바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아내와 합의한 내용이라고 말한다. 이상한 이해하기 힘들면서 얼마쯤 알겠기도 한 이야기._ 사랑 사이에 죽음이 끼어들고 그것을 각자의 방식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흔치 않은 이야기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상식선에서 자꾸 생각하다보면 이상하다 여기다가 남자의 정신나간(?) 태도에 납득하고 만다. 아무래도 제대로 미쳐있는 하룻밤임이 분명하다. _ 여자의 빛이지만 사랑의 빛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작가도 역자도 말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 상식이나 논리나 이성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맹목적이고 혼란스러운 기이한 상태. 자신의 상태와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어렵다. 그저 움직이고 있을 뿐, 여자가 원했던 대로. 분단히 움직인다. 동참해 줄 상대를 단번에 알아낸다. 그건 분명 첫눈에 반하는 것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_ 이런 이상하고 이상하고 이상한 이야기 속에도 그 감정이 녹아있다. 오히려 더 짙게 드러난다. 그래서 결국 끄덕끄덕 하고 말았다. 적당히 사랑하자. 인간의 범위 안에서 정신을 잃더라도 금새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종교 삼지는 말자. #여자의빛 #로맹가리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