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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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할 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가진 많은 사연과 진실은 모두에게 다른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인권, 인종차별, 비정한 모성애, 인간의 모순, 처절한 생존 모든 것 너머에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아무래 대단하고 의지적이고 강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무수한 등장인물 중 딱 꼬집어 악인이라고 지칭할 인물은 얼마 안된다. 하지만 주인공 역시 선한 인물은 아니다. 아니, 선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온전히 선한 인물을 없다. 악 역시 행위가 악한 것인가 인간이 악한 것인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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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다의 경험이 그 다음 문장을 만든다. 그래서 내내 문장이 두려웠다. 어떻게 읽힐 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었다. 이 문장들에 밟히고 채이고 찔리는 사람이 있다면 겉은 말짱해도 속은 곪고 썩고 문드러진 사람일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만.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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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의 출현은 그렇게 종 잡을 수 없고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 괜찮은 것처럼 제법 다정하고 희망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놔줄 문장들이 아니다. 흠뻑 젖고 잔뜩 주린 채로 등장한 빌러비드는 그렇게 커져갔다. 모두에게 손을 뻗쳐서 종국엔 원하는 것을 잡아챌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내게 빌러비드의 존재는 가혹하게 다가왔다. 그렇게까지 가혹해야 했냐고 그렇게까지 잔인해야 했냐고 작가에게 따지고 싶어질 만큼. 그래도 사실은 알고 있다. 현실은 더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것을. 그렇게 사라질리 없다는 것을. 빌러비드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다. 언제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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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떨리고 두려운 문장들을 읽으며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럴 틈이 없는 이야기였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엄청단 크기와 밀도왙 세밀함을 가지고 있어서 그 외에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다 읽고 나서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냐고 하면 줄거리는 줄줄 읊을 수 있는데 감상을 말하긴 어렵다. 그저 그 삶들을 견뎌낸 사람들과 그 삶들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과 그 삶들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만 남는다. 모두 무사하기를.

#빌러비드 #토니모리슨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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