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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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읽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부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정도일 뿐인데도 고통스럽다. 그래서 자꾸 슬쩍 넘어가고 싶어진다. 견디기 힘들어서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아니 그럴 순 없다. 왜냐면 현실을 알면서도 회피하면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생각하게 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움직이게 되는 것이 나 같은 사람이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 그래봐야 이 정도가 고작이라 죄책감을 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분노를 연료 삼아 감당하고 전해야 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해야할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라도 전하고 싶지만 그저 진실을 전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아, 무수한 작은 용기들이 언젠가 작은 힘이 되고 그 작은 힘이 모여 커다란 변화로 이어지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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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아들에게 책 내용을 들려줬더니 다른 나라나 다른 문화가 아닌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다고 놀랐다. 더 읽다가 김슨생에게 책 내용을 말했더니 그래도 ‘수’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거 아니냐 했다. 나는 속으로 말했던가. 입으로 뱉었던가. 책으로 나오고 방송되고 아무리 죽어가며 외쳐도 관심있는 사람만 듣고 보고 아파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엔 끔찍한 삶들이 담겨있다. 모두 좀 봤으면 좋겠다.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현실이 이렇게 상상할 수도 없는 상태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제목은 ‘여자전쟁’이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권에 대한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두렵고 불편하고 내 현실에 닿아있지 않다고 외면한다. 일정 부분 닿아있고 닮아 있다는 사실을 당연스레 무시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느꼈다. 정도의 차이. 그 끔찍한 일들과 내가 사는 여기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근본적으론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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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설거지를 하며 생각했다. 가사일의 금전적 가치에 대해. 우리가 너무 당연시하고 하찮게 여기는 그 일들이 삶을 사는 데 기본적인 일들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가사일을 금전적 노동으로 택한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대개 무시당하고 천대받고 값싼 저임금이다. 그 일들이 온당한 대가를 받는 순간이 와야만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출산과 육아가 의무가 아닌 기쁨이 될 수 있는 사회는 지금 상태론 불가능 하다. 가사노동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성별에 대한 직업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너무 먼 일이다. 오늘 읽은 359쪽에서 같은 생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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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옮긴 심수미 기자의 글을 옮긴다. ‘2년간 수 로이드 로버츠에 빙의하여 살았던 나는 그녀가 맞섰던 거대하고 견고하던 벽에 하나씩 금이 갈 때마다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벽은 여전히, 일일이 다 서술할 수 없이 너무나 많고 높고 견고하다’ 언제쯤 그 벽들이 의미없는 과거의 산물이 될 지 알 수 없다. 영원히 그 순간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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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 한다. 성의 불균형에 대해 오해한다. 자신의 이익을 적용해 접근한다. 그 모든 일에 단순한 적용이 필요하다.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 지을 것이 아니라 A와 B로 치환하면 간단하다. A와 B의 문제로 보자. 하지만 애석하게도(사실 화가 나지만-) A와 B로 치환했을 때 조차 A와 B의 성별이 드러난다. 그 의미는 너무도 분명하다. 그 사실이 나를 너무 지치게 한다. 책을 읽어가는 것이 쉽지 않아 오래 걸렸다. 그저 읽기만 할 수가 없어서 오래 걸렸다. 그래도 만나서 다행이라고 꼭 읽고 알고 듣고 봐야할 일들이라 생각한다. 책을 만나게 해 준 출판사 ‘클’과 ‘심수미 기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여자전쟁 #수로이드로버츠 #심수미기자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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