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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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보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소개를 보다가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 작가가 유명하다는데 국내에 소개된 글은 몇 안된다. 하기야 그런 작가와 글들이 한 둘이겠는가. 여느 예술과 다르게 문학은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번역의 수고가 없이 다른 언어권에서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감각으로는 만날 수 없는 것이다. 번역가들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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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건 여성들은 숫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더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더불어 여성과 남성에게 적용되는 도덕적 잣대가 다르기에 그 성취나 능력보다는 행실이나 외모들을 더 부각하곤 한다. 부각된 부분들에 가려진 성취와 능력과 작품들은 이제야 알려지게 되었다. 각 문화권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 소개된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의 흐름과 문화는 경계를 지을 수 없다.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제야 우리는 콜레트를 만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삶의 이력이 어쩐지 편치 않게도 했다. 내가 도덕적 기준이 몹시 극단적인 이유기도 하겠다. 내가 그저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난삽한 삶을 산 남성 예술가들을 떠올리면 나 역시 여성에게 더 박한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여성 자신이 여성에게 성의 차이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도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동일한 기준. 지금까지 이만큼이 걸렸고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 것인가. 뒤늦게 여성 예술가들을 만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떠올릴 생각들이다. 숙제처럼 들러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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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차지하고 문장도 어투도 모두 좋았다. 그저 제멋대로 생긴대로의 삶. 최소 자신에게 솔직한 삶. 그런 것들이 글 전체에 드러났다. 비유와 상징을 몰라도 그저 읽히는 대로의 문장으로 충분했다. 그 근사하고 열정적인 삶을 직접 구경하고 싶어졌다. 작가와 왕래하고 함께 산책하고 핏대를 세우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가만히 땀흘리는 순간들. 육체가 멀쩡하다면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이다. 흙을 만지고 직접 손으로 뭔가 해대고, 또 가만히 골몰했다가 휘몰아치듯 감정에 빠지기도 하고. 그저 마음가는대로의 삶. 그것을 갈망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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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표현에 박하다. 폭풍에 열광하면서 남몰래 손마디에 힘을 준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는 없다. 아직 나는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고 어쩌면 영영 그럴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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