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주 잊어서 기억하자고 다짐하고 노란 리본을 증표로 삼는다. 이 즈음이 되면 잊었던 것이 미안하고 때때로 들여오는 말에 분노하고 절망한다. 우리는 아파봐야 고작 그정도다. 겨우,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하다. 순간 그것이 미안하고 죄스럽다. 그렇게 책을 집어 든다. 그리고 다시 확인한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나에게도 아파하고 분노하고 두려워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_ 잊지말자는 말은 우리에게는 해당하는 말이다. 잊자고 어떻게든 잊고 살아보자고 천만번을 다짐하고 울며 악을 써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견디며 살 수 있는지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미안하고 슬프고 화가 난다. 왜 그들이 이렇게까지 아파야 하는가. 그렇잖아도 거대하고 메꿀 길 없는 구멍을 후비고 난도질하는 이들은 대체 인간이긴 한가. 절망하고 좌절하며 그래도, 그래도 라고 생각해본다._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그날의 기억을. 그 날 그 순간들을 몇 번이고 얘기한다. 네가 등교하고 난 다음이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해 아이는 현장학습을 가지 않았다. 수학여행에 대해 학부모 투표를 했다.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우리는 쉽게 잊고 반복한다고. 사는 게 저마다 바쁘고 힘겨워서 내 일로 닥쳐오기 전에는 잊고 외면한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고. 모두가 1인 시위를 하고 현장에 머물고 온 신경을 거기에 쏟고 메달릴 수는 없는 거라고.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마저 외면해선 안된다고. 그래서 잊지말자고 말하는 거라고. 잊어선 안되기 때문에 잊지말자고 잊지말자고 서로 약속하는 거라고. 외면하면 없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면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닥쳐온다. 그 때는 너무 늦다. 너무 늦다._ 책장을 펼치지가 무섭게 눈물을 쏟고 만다. 그래서 사두고도 한 참을 못 읽었다. 그렇게 두렵다. 고작 이 정도의 슬픔과 아픔도 버겁다. 그래도 잊지말자고 다짐하고 할 수 있는 너무 작은 것들을 한다. 그것이 그저 자족에 지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일 뿐이라도. 잊지않고 지켜보고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을 한다. 그 작은 것들이라도 해야만 한다. 반드시. #눈먼자들의국가 #세월호를바라보는작가의눈 #remember0416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