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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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은 다른 순간으로 이어진다. 살아 있는 동안은 그렇다. 순간 뒤에 다른 순간. 그 역시 순간일 뿐이지만 어떤 순간이냐에 따라 모든 삶 내내 따라다니기도 한다. 어떤 삶의 커다랗고 중요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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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화를 바탕으로한 눈물바람 가득한 소설을 좋아하진 않는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어쩐지 눈이 가고 마음이 갔다. 읽기 시작해서 곧 눈물을 훔쳤다. 아마 여타의 실화소설들과 비슷했다면 전혀 다른 반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좀 다르다. 긴박하고 섬세하게 쓰여졌다면 이렇게 마음이 움직이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나쁘게 말하자면 이 소설은 정신없이 쓰여있다. 정신없이 읽힌다.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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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함께 살고 그 전부터 오래 알았고 결혼을 약속했고 아이가 생겼다. 출산과 결혼을 앞두고 아내가 죽는다. 왜, 어떻게도 잘 이해하기 힘들어서 남편은 계속 메모를 한다. 뛰면서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도 계속 메모한다. 정확히 제대로 알고 싶어서 놓칠 수 없어서 계속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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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실컷 탓하고 원망하고 슬쩍 지겨워도 하며 살다가 덜컥 잃고 견디질 못한다. 그렇게 견뎌야 하는 순간에 아이가 주어졌다. 한달 반이나 먼저 태어났고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고 법적인 아버지도 못되는 남자에게 견뎌야 하는 모든 순간과 함께 아이가 주어진다. 상상만으로도 지쳐서 애써 머리를 비워야만 한다. 몇 달 사이 아이가 태어나고 아내와 아버지가 죽는다. 그 모든 것들 견뎌낸 것을 말로 표현할 순 없다. 그 문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혼란과 슬픔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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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패닉 상태에 이르면 감각이 기묘해진다. 둔해지는 것과는 다르고 기이해진다.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어느만큼은 둔하고 얼마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멍하면서도 한시도 멈추질 않는다. 그렇게 쓰여있다.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씌여 있다. 씌여진 글씨에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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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나 사건보다도 처음에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그 문체의 힘이 크게 다가왔다. 감각을 전달하는 문체라고 해야할까? 잘 씌여진 소설, 감동의 실화 뒤에 직접 겪은 작가의 패닉이 녹아있다. 아, 나는 그 감각을 더는 실제로 느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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