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 씨는 심야방송 라디오 DJ라고 한다. 사실 나는 TV보다는 라디오가 좋았다. 덜 시끄럽고 더 편안했다. 그것도 20년도 훌쩍 전의 일이다. 밤이면 당연히 라디오를 틀고 딴짓을 하다가도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귀를 기울이고 유독 공감되는 사연엔 눈물도 훔치던 10대의 내가 있었다. 지금은 밤이 바쁘고 소란하다. _ 찬찬히 읽는데 어쩐지 라디오를 읽는 기분이 되었다. 다정하고 조분조분한 음성이 사연을 읽어주는 그런 기분. 지금이야 sns로도 라디오 사연을 보내겠지만 엽서나 편지로 사연을 전했던 때에 그 긴장감이 떠올랐다. 두근두근 썼다 지우고 우체통 앞에서 망설이며 나를 타인에게 내보이는 그 긴장감. 그것을 물리치고라도 전하고픈 이야기.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엔 무수한 이야기들이 각기 각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는 다정한 음성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적당한 거리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말투의 다정한 음성. 책을 읽으며 내게도 좀 필요하지 않은가- 그것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필요한 것이었는데 핑계대며 놓아버린 것은 아닌가 싶어졌다. 간만에 이런저런 몽글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