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러 이야기들 중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불쑥 짜증이 났다. 5년 만에 내는 장편소설도 아니고 소설집이면서 거기에 또 전에 쓴 글을 끼워넣는단 말인가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찌질한 이기호 작가가 싫었다. 글에 등장하는 작가가 그의 온전한 모습이 아닐텐데도 마냥 싫었다. 찌질하고 한심했다. 결과론적으로 결혼 후 아내를 힘들게 하는 작가가 싫었다. 나설 때 나서지 못하고 변명하고 숨고 핑계 대는 것이 너무 싫었다. 짐짓 개인적인 감정이 솟구쳐(일면식도 없고 그의 소설을 별로 읽지도 않아놓고-) 찌질한 사람은 결혼하면 안되는 거라고 분기탱천하곤 했다. 그런 마음으로 남은 여러 이야기들을 읽어갔다. _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버린 사람들. 사실 저마다 누구나 얼만큼의 찌질함을 안고 산다. 표출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도 총체적으로 찌질한 인간이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찌질하게 굴거면 차라리 욕을 좀 얻어 먹더라도 솔직해지자고 그렇게 좀 당당해지자고 외치고 싶어진다. 어쩌다 그렇게 되버린 사람들의 숱한 변명과 핑계를 잘 알고 있다. 나역시 그렇고- 어쩌다 그렇게 되버린 것인지도 알 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서 스스로도 막막하고 불편한 사람들을 잔뜩 봐왔다. 달라질 것도 없이 계속 그렇게 살아간다. 그것이 온전히 그들의 탓이기만 할까? 전부 스스로 감당하고 서로 잔뜩 불만을 안은 채 살아가고 신세한탄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게 그들 탓이기만 할까? 내 불편이나 분노가 그들 개인을 향한 원망인지 사회나 제도를 향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졌다. _ 각자에겐 각자의 사연과 사정이 있다. 그것을 다 모른 채 그저 비난 할 수 만은 없다. 그 사연과 사정이 말끔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정상참작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멈출 수 없어서 더 가버린 사람들을 돌이켜 세울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 슬프고 화가 난다. 분명 어딘가 무언가 있을 텐데 싶어진다._작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내게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꾸준히 써대는 작가를 괜히 비난할 이유도 없다. 한 낮, 팔자 좋게 어제 배달시켜 먹고 남은 족발을 뜯으며 맥주를 한 캔 비우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읽었다. 그래 다들 그렇게 살지. 내가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 최소한 법은 지켜야지. 네가 했으니 나도 당연하다고 생각진 말아야지. 이런저런 다짐들을 하며 불편한 마음을 접어둔다. 내가 예민하고 날카롭고 짜증이 많다면 그것은 내가 그것들을 견디지 못해서일 뿐이다. 내가 뭐 특별하게 괴롭고 아픈 삶을 산 것도 아니고 그냥 저냥 살아왔을 뿐이다. 견디지 못한다고 비난하면 또 그러려니 하며 너는 날 모른다고 변명해본다. 그러다가 너는 뭐 크게 다르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참 싫지만 내 찌질함을 인정할 수 밖엔 없겠다. 그러니저러니 작가의 찌질함을 나무란 것에 작은 빌라 신발장 만큼의 죄책감을 가져본다. 곧 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