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홍차와 장미라니, 반만 맞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는 너무 좋지만 장미는 어쩐지 어려운 꽃이라 갸우뚱하다가 예전에 꽃대가 실하고 봉오리가 탐스런 잘 다물어진 큼직한 장미를 좋아했던 것이 생각났다. 흰색, 노란색 장미가 좋지만 꽃잎이 시드는 것이 너무 눈에 보여서 속상해진다. 진한 빨간색은 언제 말랐는지 모르게 단단한 색으로 변해있어서 속상할 틈이 없는 면만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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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타협을 배우며 나이가 들수록 쫑쫑해진다. 아는 게 많아졌다고 이것저것 핑계도 늘고 가르치려 든다. 별 생각없이 나이를 먹다보면 자칫 그꼴이다. 대부분 그런데 이 할머니는 어쩐지 나이를 안 먹는다. 아기 아가씨로 살았다해도 인생 중반부 부타는 꽤 고생하고 힘겨웠을 텐데도 언제까지고 그저 좋을대로 지낸다. 아무런 때도 묻지 않은 분위기의 사람들을 만나면 어릴적엔 몹시 얄미웠는데 이젠 어쩐지 귀엽고 예뻐보이기도 한다. 온실 속의 화초나 새장 속의 귀여운 새가 뭐가 나쁘단 말인가. 기왕이면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받는 삶이 좋은 게 아닐까 싶어진다. 갈등과 고난과 역경을 통해 훌륭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런 어두운 부분따위 존재도 모르고 사는 편이 행복하지 않겠나 싶어진다. 아마 이 작가는 그저 모르는 척.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편이 견디기 쉬워서였을거라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하고. 그럴것이 자신에 대해 꽤 냉정하게 분석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자주 드러난다. 아마 자주적이고 긍정적인 성격도 한 몫 했으리라. 그런 면들이 귀엽다. 귀여울만큼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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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가의 소설은 전혀 다른 분위기지 않을까? 귀엽고 사랑스럽고 엉뚱한 소녀같은 분위기의 소설이 아닌 그 뒷면의 분위기가 아닐까?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관능미와 미시마 유키오에서 멈칫 하고 말았다. 언제고 만나면 될테지하며 나의 노년을 상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리 마리처럼 식도락을 즐길(위도 그닥 튼튼하진 않고-) 것 같진 않고 매일 차마시고 책읽고 뜨개질하고 꼼지락거리는 것 외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나이를 무기로 삼지 않는 것만은 모리 마리에게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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