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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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아서와 조지’라고 한다. 난 역시 원제가 마음에 든다. 한국어판 제목은 느낌이 너무 가볍고 주제와도 동떨어진 느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기도 친구도 이 책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나처럼 작가별로 뒤지고 찾아보는 사람들에겐 아무 관계없다. 약간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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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관계없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혀 다른 성격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하나의 점접도 없는 이야기가 외따로 그려진다. 과연 우리가 그들의 성장과정을 알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줄거리 중심의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야기와 인물을 통해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번은 진실과 믿음이 주제라고 내멋대로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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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부터 줄리언 반스는 똑똑하고 재밌는 할아버지라는 인상이었다. 그의 나이나 글에서 느껴지는 고루함이 아닌 죽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가장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그토록 낄낄거리며 읽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물론 책 제목부터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이었지만 말이다. 이 인상은 작가의 소설을 계속 만나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조금씩 추가될 뿐이다. 아주 기발하고 위트있는 무신론자 할아버지, 엉뚱한 소리로 웃겼다가 한참 후 울게 만드는 이상한 양반 정도의 변주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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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허구를 어떤 비율로 얼만큼 잘 버무리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그 이야기 속에 뭘 담았는가에 매번 놀란다. 아서 코난 도일과 영국의 상고법원과 파리시 사이의 접점. 거기에 양념 삼아 심령술과 스캔들을 뿌린다.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떤 것이 진짜고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늘 열린 태도를 취한다. 관점의 차이, 입장의 차이, 인간이 가진 방어본능과 유약함이 모두 드러난다. 결국 진실은 없다. 아니 진실은 있으되 모두 각자의 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이 부분이 재미나다.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다. 저마다 모두 다른 진실을 들고 따지자는 게 아니다. 그 진실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어떤식으로 그 믿음을 다져가고 확신할 것인가. 작가는 자꾸 우리에게 질문한다. 묻고 묻고 또 묻는다. 이 이야기에선 이것을 묻고 저 이야기에선 저것을 물으며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용감한친구들 #줄리언반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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