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강정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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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독하다. 읽는 내내 무엇을 읽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대개 한 번 집어들면 끝까지 단숨에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거진 1년이 걸렸다. 이만큼 읽고 덮어두고를 열 댓 번은 반복해야 했다. 결국은 오기가 생겨 이 책을 어떻게든 다 읽고 말겠다는 다짐마저 하게 했다. 어려운 것과는 꽤 다르다. 마치 겨울 읽을 수 있는 다른 언어로 된 글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시인의 언어란 이런 것인가?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언어로 타인의 이해따윈 개의치 않고 그저 던져놓는 것일까? 분명 벼르고 별렀을 생각과 마음과 단어들인데 나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활자를 머릿속에 주입해야 했다. 그저 활자를 머릿속에 집어 넣고 소화불량을 견디다가 한계점에 달하면 책을 내려놓았다. 머릿속의 활자들은 부유물처럼 떠돌다가 한 글자가 추가될 때마다 밀도가 높아져갔고 결국은 짜부러지고 바스라지며 기이한 모양새가 되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보겠다고 애쓰다가 그 중 어느 활자인가는 곱씹기도 했다. 곱씹은 몇 활자만 머릿속에 남고 그 잔해들은 추상화도 아니고 매직아이같은 그림자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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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인간이라 복잡하고 어렵고 엉켜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나는 이해하길 좋아하는 인간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로는 고개도 잘 돌리지 않는다. 지극히 관념적인 시인지 산문인지 그로테스크한 조형물인지도 알 지 못한 채 책을 덮었다.
다 읽었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혀진 페이지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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