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철학자 펭귄클래식 1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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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1900년대 초는 어땠던 것일까?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 외에 실재가 궁금하다. 생생한 그 당시의 현실들. 어떻게 그렇게나 다양하고 엄청난 문화가 폭발한 것일까. 펑하고 터지듯이 쏟아져나온 그 많은 것들을 그 당시엔 어떻게 감당했을까. 진심으로 그 시기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없데도 그 분위기는 느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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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근사한 문장들이다. 그저 문장의 아름다움으로 그쳤다면 이렇듯 오래 남아 사람들을 건드리진 않았을텐데 엄청난 것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마음을 건드리고 생각을 멈추게 한다. 찬란한 역설과 아름다운 모순과 빛바랜 갈등.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번쩍거림이 모두에게 주어졌던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나 계속된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상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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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등장하는 아가씨들은 매혹적이고 과감하고 거칠 것 없이 당당하다.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든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젤다의 투영일까? 그들이 가진 신비하고 단순한 반짝임이 그에겐 쟁취하고픈 이상이었을까?
반면 철학자로 대변되는 남자들은 꽤 다양한 면을 드러낸다. 반짝거리는 아가씨를 꿰뚫어보기도 하고, 사로잡히기도 하고, 평생에 걸쳐 저주하기도 하고, 깨닫고 변화하기도 한다. 이쪽이 인간이라면 저쪽은 모종의 트로피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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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글보다 삶을 더 많이 얘기하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엄청난 성공과 휘몰아쳤던 그의 사랑과 삶에 대해서는 끝없이 회자된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초기 단편들인데도 전혀 아쉽지 않다. 오히려 단편이라 빛나는 이야기들이랄까. 젊은 그의 갈등과 고뇌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간절한 바람을 위해 끝없이 올라가야했던 작가는 원하던 것을 움켜쥔 후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허망하게 사라질까 두려워했다. 그가 만난 새로운 세계에 완전히 녹아든 것 같아도 늘 혼란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까지 붙잡았던 것은 역시 글이었다. 작가의 글 속엔 작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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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과와 고양잇과에 대해 말한다. 태도로 보아선 작가는 개보단 고양이를 좋아한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고양이를 무서워했거나 고양이가 되고 싶었거나 고양이를 사랑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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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작을 읽었으니 마지막 장편을 읽을 생각이다. 그의 20대와 40대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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