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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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현대미술처럼 현대무용도 그로테스크해서 해석을 듣기 전엔 감상하기 어렵고 해석을 듣고나선 꿈보다 해몽이구나 싶어진다. 그 중에서 극히 드물게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선뜻 다가갈 수 없다. 극히 드문 확률로 감동할 지 높은 확률로 불편해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디 영화들도 종종 그렇다. 다행인 것은 활자의 경우는 수용 폭이 넓다는 것이다. 대개가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할란 엘리슨
정도까지는 괜찮다. 그 이상은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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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아직 한국 작가들에게서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자극은 없었다. 그만큼 드러내기엔 한국은 편협한 사회다. 웃긴 것은 성문화만큼은 관대하다는 것인데, 그것도 한 쪽 성에게만 관대하다는 것이 가장 웃긴 점이다. 웃기다고 말하면서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아니 눈까지 웃을만큼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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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시 되왔다. 그냥 그 자체로는 부족한 것이다. 인정욕구 자체가 위험하거나 나쁘진 않다. 일종의 본능일 수도 있겠다. 다만 우리는 그것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선 안된다. 지나치면 우리를 우리가 아니게 만들고 좀 먹고 곪게 한다. 인정욕구 차원이 아닌 생존투쟁이 되어선 안된다. 그렇게 만들어선 안된다. 그렇게 몰아가선 안된다.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괜찮다. 존재와 가치는 살아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 증명을 위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쳐선 안된다. 잃고 난 후엔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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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극적이고 적나라하다고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감각적이고 다정하다고 생각케 되었다. 괜찮다는 말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세상일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 마음을 다치고 마음을 닫고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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