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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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몇 번쯤 ‘쓰레기!’라고 외쳤더니 성장기 청소년이 대체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길바닥에 버려선 절대 안된다. 아주 작은 쓰레기라도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고. 그것이 혹 재활용 가능한 것이라면 철저한 분리 수거와 그 후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쓰레기다. 한 때 얼마나 중요하고 근사하고 쓸모 있었던 간에 쓰레기일 뿐이다.’가 평소 내 지론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쓰레기라면 당연히 내가 치워야 하는 것도 포함한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것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명백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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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들이 ‘모든 걸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도록 키워지고, 덕분에 무지막지하게 강한데 뭐 하나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238p)’로 살아간다. 물론 그에 따른 선택들이 늘 옳을 리 없다.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 실수가 전 생을 휘감기도 한다. 말 그대로 ‘스스로 결정한 좋지 못한 선택의 희생자(359p)’가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인정하자. 다소 억울하고 비참하고 막막해도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자, 그렇다면 함께 처참한 실수를 저지른 상대는 어떤 상태인가! 어떤 댓가를 치루고 어떤 상황에 놓여 어떤 것을 감당하고 있는가! 그것을 기준으로 우리는 사회의 정당함과 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공평하다면 같은 댓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불공평하다면 사회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도 인간은 평등하다고 직업이나 인종이나 성별에는 차별과 귀천이 없다고 배운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직업, 성별, 인종 뿐만이 아닌 무수한 차별의 이유가 명확히 존재한다. 현실은 불공평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배운 것과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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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동에 있는 아이들은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배운 바는 있으되 본 바는 없어서 그렇습니다(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는 글귀를 보고 깨달았다. 인사하지 않으면서 인사하라고 백번을 가르쳐도 소용이 없고 평등하다고 백번을 가르쳐도 평등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일상 속에서의 모든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기위해 노력해야만 내가 하는 말과 교육에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아이 손을 잡고 무단횡단으로 길을 내지르면서 천만번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말해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이런 저런 핑계가 나와 내 주변과 내 아이의 변화를 찍어누르고 방해한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더라고 배운대로 실천하려는 의지와 노력은 존중받고 지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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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잘못된 선택이 영원히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 아니 사실 그보다 현재의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 아비바로써 감당할 수 없어서 제인이 되었고 결국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아비바와 제인처럼 부자 외할머니나 수표책이 든든한 모건부인이 없이도 가능해야 한다. 이기고 버티고 견디고 그 다음이 있어야만 한다. 그 다음이 가능한 사회여야지만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지고 약간의 무모함과 호기심을 더한 도전을 감행할 수 있고 세상은 좀 더 다채롭고 근사한 곳이 되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내가 노년에 이르면 120년쯤은 거뜬해질지도 모른다-) 덜 지겨울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100년 이상씩 살아야할 세상이 도무지 나아지질 않고 즐겁지도 않고 지긋지긋하다면 평균수명은 그저 고통의 연장일 뿐이다. 선택의 기회는 성공의 기회인 동시에 실수의 기회여야 하는 것이다. 수명이 연장되었으니 선택의 폭도 확대되어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10대의 실수로 90년을 시달려선 안된다. (물론 쓰레기가 된 상태라면 재활용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견뎌야 한다-그와 동시에 모두 같은 과정이라는 든든한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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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까지의 험난한 과정이 유독 힘든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의 실수가 당신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면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해도 당신은 약자다. 한 때의 아비바처럼. 하지만 제인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담대함도 당신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해도 분명히 존재한다. 조속한 발견을 응원한다. 비바, 당신! 아니-나!

#비바제인 #개브리엘제빈 #루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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