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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ㅣ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었다고 착각하는 것이 고전이랬던가? 제인 에어를 읽지 않았던가? 읽었다고 착각했나? 30년 가까이의 기억에 오류가 있는건가? 제인 에어를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면(대강의 줄거리가 아닌-) 좀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재미있었다. 아니 넘치게 생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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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엔 이유가 많다. 이글거리는 태양, 높은 습도, 음험한 달빛, 몰아치는 폭풍우 어쩌면 세상 모든 것이 광기에 닿아있다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이유 전에 한조각의 친절과 댓가없는 애정의 결핍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광기에는 이유가 있으며 그 광기를 누르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광기에 사로잡힌다. 역시 세상엔 친절과 애정이 너무도 부족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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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몰아가는가를 찬찬히 생각하다보면 결국 나 스스로 나에게 친절하고 자신에게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괜찮다고 다독이고 충분하다고 쓰다듬어 준다. 누가 뭐라든 그래야만 한다.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일임에도 자꾸 두리번 거리고 누구든 무엇이든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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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아네트가 원했던 것과 앙투아네트를 짓이긴 것은 같은 것이다. 단지 벗어날 수 없었을 뿐이다. 혼자 벗어날 수는 없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낱같더라도 희망은 있어야 한다. 지푸라기일 지언정 붙잡을 것이 필요하다. 아직 희망이 사라지기 전 앙투아네트가 크리스토핀을 잃기 전 그녀를 만나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늦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것 같아도 분명 어딘가 실낱같은 지푸라기같은 무언가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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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른 것에 냉정하고 인색하다. 조금 다른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외로운 지는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다. 특히 그 시대의 여성에겐 더했으리라.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지켜볼 생각이다. 지켜보며 무엇이든 해 볼 생각이다. 대단한 차이인 것 같아도 넘지못할 산 같아도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 똑바로 보고 똑바로 행동하다보면 언젠가는 변하겠지. 언제가 되든 언젠가는 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