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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 개의 이야기가 아슬아슬 이어진다. 앞의 두 이야기엔 잘 집중할 수 없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기구를 상상하느라 지나갔고 두번째 이야기는 사라 베르나르를 상상하다 지나갔다. ( 무하의 그림 속 사라 베르나르를 한 다리 걸러서 전해듣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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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며 어쩐지 기형도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가 떠올랐지만 그것은 그저 문장일 뿐이었다. 줄리언 반스가 잃은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삶의 절반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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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잃고 난 후 우리에겐 무엇이 남을까. 남겨진 것이 잃은 것보다 작고 의미없을 때 그 남겨진 것 만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추스려야 할까. 읽을수록 상상할 수 없었다. 거대한 상실과 공허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만큼 사랑한 것이 없어서 나는 그런 마음까지는 아니겠지 생각하니 다행이면서도 부러워졌다. 울어야 할지 그저 안도해야할 지 모른 채 텅 빈 마음에 들러붙은 조각들을 훔쳐봤다. 그 조각들의 온전한 모습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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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바는 없었다. 신뢰와 사랑과 존경이 가득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덤덤하진 않을테고 쓸쓸하고 슬프겠지. 그래도 매 순간 그립지는 않을 것 같다. 분명 이따금 그립고 이따금 허전할 것이다. 일상이 흘러가는 것은 두고라도 마음도 얼추 흘러갈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머릿속에서 반복재생 되면서 두 가지의 삶이 겹쳐진 것처럼 이쪽에도 저쪽에도 머물 수 없는 상태는 아닐 게 분명하다. 그래, 다행인 걸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