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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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 내 주변의 누구보다 페미니스트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말로 뱉어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남성혐오의 다른 말이라는 오해.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라는 오해. 스스로 확신하기까지 시간과 정보와 생각이 필요했다. 그것들을 쌓아가는 과정에 김슨생을 동참시켰다. 사춘기 청소년인 아들을 동참시켰다. 잘 들어준 두 남자 덕분에 좀 더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명백히 페미니스트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기울어진 현실을 확인하고 전달해야겠다. 작가도 말했듯이 남성의 말이 더 효과적이고 신뢰를 얻는다. 그것이 현실이고 그 현실에 따라 이 책을 구입하고 읽었으며 읽게 할 생각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왕관을 씌우고 권력을 주자는 운동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 뿐만이 아닌 남성 역시 자유로워지는 운동이며 성대결이 아닌 사회 공감능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우리는 지독히 오해하고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도 내가 얼마나 비틀린 상태였는지를 인정하고 반성할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에 놀라게 된다. 나도 내 아들도 내 남편도 그릇된 성 관습에 자유롭길 바란다. 좀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내가 아들과 남편을 사랑한다고 해서 남자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짧은 머리에 건장한 체격에 통큰 성격이라도 그렇다). 반대로 우리집의 두남자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데도(의심없이 확신한다) 여자를 온전히 이해할 순 없다. 서로 사랑하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생각과 노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생각이 틀린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럴수도 있다. 최소한 의심하고 반문하길 바란다. 대체 무엇인지 알고자 하길 바란다.
내가 사랑하는 남성들에게 해주고픈 말들이 여기 씌여있다. 그것이 정답은 아니라도 모두 공감할 순 없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웃거리며 한 문장씩 읽어가길 바란다.

사랑하는 아내와 더 사랑하는 딸을 가진 남동생에게 선물하려 두 권을 구입했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남성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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