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부르주아지는 민주주의의 간판을 이용하여 노동자 농민의 등을 어루만지고 경제적으로 유력한 봉건 귀족과 악수를 하는 동시에 지식 계급을 대량으로 주문하였다.
(…)
유자천금遺子千金이 불여교자일권서不如敎子一券書¹라는 봉건시대의 진리가 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아 일단의 더 발전된 얼굴로 민중을 열광시켰다.
(…)
"가르쳐라. 논밭을 팔고 집을 팔아서라도 가르쳐라. 그나마도 못하면 고학이라도 해야 한다."
(…)
갈돕회²가 생겨 갈돕만주 외우는 소리³가 서울의 신풍경을 이루었고 일반은 고학생을 존경하였다.



1) 자식한테 천금의 돈을 남기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게 낫다.
2) 1921년 여름 창단된 고학생들의 자치단.
3) 갈돕회에서 팔던 만주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

(레디메이드 인생 中)

그리하여 부르주아지는 ‘가보‘¹를 잡고, 공부한 일부의 지식군은 진주(다섯 끗)를 잡았다.
그러나 노동자와 농민은 무대²를 잡았다.



1) 노름에서 아홉 끗을 이르는 말. 가장 높은 수.
2) 열 끗이나 스무 끗으로 꽉 차서 쓸 끗수가 없어진 경우.

(레디메이드 인생 中)

인텔리……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 증서 한 장을, 또는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텔리……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다.

부르주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 상태가 되어 더 수요가 아니 되니 그들은 결국 꾐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가 아니 되었으면 차라리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 나오는 것이 구십구 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기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레디메이드 인생 中)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레디메이드 인생 中)

내 이상과 계획은 이렇거든요.
(…)
그리고 내지 여자한테 장가만 드는 게 아니라 성명도 내지인 성명으로 갈고 집도 내지인 집에서 살고 옷도 내지 옷을 입고 밥도 내지식으로 먹고 아이들도 내지인 이름을 지어서 내지인 학교에 보내고…….

(치숙痴叔 中)

"너는 칠전팔기해서 성공한 몇 사람만 보았지, 여덟 번 일어섰다가 아홉 번째 가서 영영 쓰러지구는 다시 일지 못한 숱한 사람이 있는 건 모르는구나?"

(치숙痴叔 中)

가느다란 등잔불이 흔들릴 때마다 아랫목 벽에는 노장의 검은 그림자가 커다랗게 얼씬거린다.
(…)
"여든둘…… 그러니 칠십 년이군! 칠십 년이군, 칠십 년. 일 세기 가까운 순정!"
(…)
아랫목 벽에 어린 노장의 꼼짝도 않는 그림자가 호올로 얼씬거린다.

(두 순정純情 中)

"천민! 속물! 세상이 곤두서는 데는 태평이면서, 옷 좀 거꾸로 입은 건 저대지 야단이야."

(소망少妄 中)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아무리 애석한 소죽음일값에 가령 병이 들어 한동안 신고를 하든지 했다면야 주위의 사람도 최악의 경우를 신경의 단련이라고 할까, 여유라고 할까, 아무튼 일시에 큰 격동을 받지 않고 종용 자약하게 임할 수가 있는 것이지만 이는 전연 상상도 못할 불의지변이어서, 무심코 앉았다가 별안간 당한 일이고 보니 사망 그것에 대한 애통은 다음에 할 말이요, 먼점 심장이 받은 심리적 타격이 대단했던 것이다.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中)

다시금 든든한 돛을 만들어 달고 강풍이 불어치는 바다로 달릴 의욕은 불타오르나 그에게는 그러한 돛을 만들 힘―체력이 없었다. 천지에 바다와 맞붙어 단판씨름을 않고는 살 수가 없는 판박이 뱃사람이 아니라 거기 어디 되는 대로 주저앉아도 넉넉한 팔자, 이것이 그의 타고난 불리한 약점이었던 것이다.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中)

사람은 죽은 이를 무정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살아남은 인간이 무정한 게 아닌가 싶으다.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中)

맹 순사는, 나도 제발 그런 거리가 하나 걸렸으면…… 하다 못해 집 한 채 살 거리라도 좀 걸렸으면…… 하고 초조와 더불어 연방 그런 구멍을 여새겨 보았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한 번도 걸리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 끝내야 쓰레기판만 뒤지다가, 소위 청백한 채로 칼을 풀어놓고 말았다.

큰 덩치를 먹을 욕심과 기대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의사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튼지 큰 것을 먹지 아니하였으니, 따라서 부자가 되지를 아니하였으니, 나는 청백하였노라, 이것이 맹 순사의 청백관이었다.

(맹 순사 中)

노예도 노예 이전이면 상전을 선택할 자유를 가지는 수도 있다고.

(미스터 방 中)

"그렇지만서두 난 누구들처럼 정신적 매음은 한 일 없어. 민족을 팔아먹구, 민족의 자손까지 팔아먹는 민족적 정신 매음은 아니했어. 더럽기루 들면 누가 정말 더럴꾸?"

(낙조落照 中)

나는 하루아침 잠이 깨어 수렁 가운데에 들어섰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한정 없이 술술 자꾸만 미끄러져 들어가는 대일협력자라는 수령.

정강이까지는 벌써 미끄러져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시방이라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만일 이때에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정강이에서 그다음 너벅다리로, 너벅다리에서 배꼽으로, 배꼽에서 가슴패기로, 모가지로 이마로, 그리고는 영영 퐁당…… 하고 마는 것이었다.

(민족의 죄인 中)

또 정강이께서 미리 도피를 하여 나왔다고 배꼽이나 가슴패기까지 찼던 이보다 자랑스럴 것도 없는 것이었다. 가사 발목께서 도피를 하여 나오고 말았다고 하더라도 대일협력이라는 불결한 진흙이 살에 가 묻었기는 일반인 것이었다. 그러므로 정강이까지 들어갔으나 발목까지만 들어갔으나 훨씬 가슴패기까지 들어갔으나 죄상의 양에 다소는 있을지언정 죄의 표지에 농담濃淡이 유난히 두드러질 것은 없는 것이었다.

(민족의 죄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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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게 언제까지나 번영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고양이 시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원래 사람이라는 동물은 자기 역량을 자만하여 우쭐댄다. 사람보다 강한 동물이 나타나서 그 코를 납작 눌러버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디까지 우쭐댈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동물은 도저히 우리 고양이의 말을 이해할 정도로 하늘의 은혜를 받지 못했으므로 유감스럽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러나 사실이라는 것은 기억하지 못해도 존재할 수 있다.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 자기는 끝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한테 죄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니 순진하여 좋기는 하나, 남에게 폐를 끼친 사실은 아무리 순진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들 중 어떤 이는 때때로 나를 보며 고양이 팔자가 아주 편하겠다고 말하지만, 편한 게 좋다면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는가. 바쁘게 살라고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다. 제멋대로 소화하지 못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괴롭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불을 확확 피워놓고 덥다고 하는 것과 같다.
고양이도 머리 깎는 방법을 스무 종류나 고안해내는 날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편안하게 지낼 수 없다. 편안하고 싶으면 나처럼 여름에도 털옷을 입고 지내는 수련을 하는 게 좋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나도 좀 덥기는 하다. 털옷은 솔직히 너무 덥다.

태연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고양이로 태어나서 사람 세상에 살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나로서는 이 정도 견식가는 달리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무르〔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소설 《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의 주인공〕라고 하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동족이 돌연 대기염을 토하는 바람에 좀 놀랐다. 잘 들어보니 실은 백 년 전에 죽었다고 하는데, 뜻밖의 호기심에서 일부러 유령이 되어 나를 놀라게 하려고 멀리 저승에서 출장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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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 손짓 발짓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 조용히 있던 그 사람은, 서툰 네덜란드 말로 우리가 어느 나라 사람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 P32

왕은 우리가 새라면 일본으로 날아갈 수 있지만 어떠한 외국인도 이 땅에서 내보낼 수 없다고 말하였고, 그러니까 왕이 내려주는 돈과 의복으로 살며 이 땅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P34

벨떠프레이는 57~58세쯤으로 보였고 모국어를 많이 잊어버려서 처음에는 우리가 그의 말을 거의 이해할 수 없었으나, 한 달이 지나자 그가 다시 모국어를 되찾았다. - P34

일행 중 한 명이 배의 상태와 밀물, 썰물을 점검하기 위해 담을 넘었다. 그런데 개가 너무 짖어서 경비가 삼엄해 지는 바람에 되돌아와야만 했다. - P38

신월(초하루)과 만월(보름날) 때마다 총사령관을 방문하여 경의를 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서는 왕의 하급 관리가 상급 관리에게, 그리고 대신들은 왕에게 한 달에 두 번 경의를 표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 P49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어 벨떠프레이에게 그 사실을 말했더니, 그는 3일 후에도 우리가 살아 있으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아주 짤막한 말만 했다. - P57

범죄자들은 잘 잡히지 않았는데, 대부분 양반의 노예들이 저지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 P65

일반 군사들은 자비로 마련한 화약과 탄환 50발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각 읍에서는 주변 사찰 승려들을 교대로 임명해서 산의 성곽과 요새를 자비로 방어 및 보수하게 했다. - P71

지방 수령의 임기는 1년이다. 다른 지방 관속들은 지위에 상관없이 3년마다 교체된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기 전에 쫓겨난다. 왕이 각 수령들의 통치 행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암행어사를 보내기 때문에 잘못이 발각될 경우 유배 혹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 P73

승려들은 부족한 것이 전혀 없으며 누구든지 승려가 될 수 있고 자기가 원할 때 그만둘 수도 있다. 승려들은 거의 존경을 받지 못하며 국가의 노비나 다름없었는데, 그들이 엄청난 공양을 받지만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지승은 학식이 높아서 존경을 받았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국사라 칭한다. - P81

기생이나 친구들과 유흥을 즐기려는 고관들이 사찰을 자주 방문했는데, 사찰이 산과 나무가 우거진 조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사찰이 도량보다는 매음굴이나 술집으로 사용되었고, 승려들조차 아락(독한 술)을 매우 좋아하였다. - P84

조선인은 여행자를 위한 여관이나 숙소는 알지 못한다. 여행객이 양반이 아닐 경우, 그저 길을 따라서 여행하다가 날이 저물면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자기가 먹을 만큼 쌀을 내놓는다. 그러면 집주인은 즉시 그 쌀로 밥을 지어 반찬과 함께 차려 내놓아야 한다. 많은 마을들은 손님 대접을 교대로 하는데 아무도 그런 일에 반대하지 않는다. - P86

노비들은 자식을 거의 돌보지 않는데 그 아이들이 일할 만한 나이가 되면 주인이 즉시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 P90

왕이 고관 및 보병들 옆을 지나갈 때는 등을 돌리고 서 있어야 하며, 뒤돌아보거나 기침을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병들은 작은 나뭇가지를 입에 무는데, 마치 말에 재갈을 물린 듯한 모습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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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좋아한다"라는 큰 말이 주는 위압감은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직접적으로 알게 할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임으로써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 P36

나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언제나 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며, 큐피드의 화살을 맞기보다는 쏘는 것이,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 P63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고통스럽다.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 P65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서 광기를 드러낸다. 그래서 방관자 자리에 선 사람들에게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지겹다. - P120

나는 윌의 질문 덕분에 한 사람에게 속해 있는 특질과 연인이 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특질 사이의 차이를 깨닫게 되었다. 윌은 신중하게도 클로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고, 더 정확하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 P121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는 조금씩 남들이 우리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자아는 아메바에 비유할 수 있다. 아메바의 외벽은 탄력이 있어서 환경에 적응한다. 그렇다고 아메바에게 크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자기 규정적인 형태가 없을 뿐이다. - P150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낙인이 찍히고, 성격 부여가 되고, 규정될 수밖에 없듯이,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도 우리를 바비큐 꼬치에 꿰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적합하게 꿰는 사람일 뿐이다. 대체로 우리 스스로 사랑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점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 대체로 우리가 이해받고 싶어하는 점들에 대해서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인 것이다. - P156

나는 클로이를 사랑했다—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얼룩덜룩했다. - P160

다른 사랑의 이야기의 가능성과 마주치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은 가능한 수많은 삶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가 슬픔에 빠지는 것은 그 삶들을 다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을 할 필요가 없는 시간, 모든 선택[아무리 멋진 선택이라고 해도]에 따르는 불가피한 상실로 인한 아쉬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 P161

닥터 사베드라는 안헤도니아라고 진단했다. 영국의학협회에서는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에서 생기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하다고 규정한 병이었다. 스페인의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흔한 병이라고 했다. 이곳의 전원적인 풍경에 들어오게 되면 갑자기 지상에서 행복을 실현하는 일이 눈앞의 가능성으로 대두되면서, 그런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격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P177

아침의 기대, 현실에서의 불안, 저녁의 유쾌한 기억. - P180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평생 갈망해온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대나 기억이라는 보호를 받는 자리에서 벗어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며, 이것이 내가 살 수 있는 단 한 번의 삶[천국의 개입은 논외로 하고)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헌신을 한 판의 달걀이라고 본다면, 현재에 헌신하는 것에는 달걀을 과거와 미래의 바구니에 나누어 담지 않고 모두 현재의 바구니에 담는 위험이 있다. - P181

삐친 사람은 복잡한 존재로서, 아주 깊은 양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움과 관심을 달라고 울지만, 막상 그것을 주면 거부해버린다. 말없이 이해받기를 원한다. - P211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온 세상 사람에게, 특히 클로이에게 보여줄 수 있으려면 죽어야 했다. 그러나 나의 죽음이 클로이에게 준 충격을 보고 화를 풀려면 나는 살아 있어야 했다. 그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햄릿에 대한 내 대답은 사는 동시에 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P241

세상은 내 행복에 기꺼이 편의를 제공했지만, 이제 클로이가 떠났다고 해서 무너져내리지는 않았다. - P256

그러나 이런 망각에는 죄책감이 뒤따랐다. 이제 나를 괴롭히는것은 그녀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의 부재에 무관심해진다는 것이었다. 망각은 내가 한때 그렇게 귀중하게 여겼던 것의 죽음, 상실, 그것에 대한 배신을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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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적 혁신은 거대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이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되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이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서문 中) - P8

말하자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문 中) - P10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제1부 中) - P31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 나무, 사자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상의 실재는 점점 더 강력해졌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강과나무와사자의 생존이 미국이나 구글 같은 가상의 실재들의 자비에 좌우될 지경이다. (제1부 中) - P60

세상의 대형동물 중 인간이 초래한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직 인간 자신과 노아의 방주에서 노예선의 노잡이들로 노동하는 가축들뿐일 것이다. (제1부 中) - P118

온갖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인류를 먹여 살리는 칼로리의 90퍼센트 이상이 밀, 쌀, 옥수수, 감자, 수수, 보리처럼 우리 선조들이 기원전 9500년에서 3500년 사이에 작물화했던 한 줌의 식물들에서 온다.
오늘날 우리의 마음이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제2부 中) - P122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길들이다, 가축화하다’라는 뜻의 단어 ‘domesticate’는 ‘집’이라는 뜻의 라틴어 ‘domus’가 어원이다. 집에서 사는 존재는 누구인가? 밀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다. (제2부 中) - P126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제2부 中) - P129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제2부 中) - P136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이런 괴리는 우리가 농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소나 양, 사피엔스처럼 각자 복잡한 기분과 감정을 지닌 동물의 경우, 진화적 성공이란 것이 개체의 경험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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