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가는 길』(1973)/<삼포 가는 길>(1975)/<삼포 가는 길>(1981)
우리 동네 도서관 다녀오는 길. 비에 젖은 낙엽이 미끄럽다. 지금 이 길 하나에도 저 사람과 저기 저 사람과 나 셋이 걸어간다.
눈길을 세 사람이 걸어간다. 귀향, 구직, 도망. 정처 없는 구직과 도망을 품어함께 걷는 귀향길 끝자락에 아뿔사! 고향이 사라졌다. 가도 발을 둘 곳이 없다. 셋은 또 각자 갈길을 찾겠지. 끝이 없을 길이다.
아마 좋아하던 TV문학관에서 꽤 오래 전에 보았을 것이다. 문득 이렇게 기억에서 사라진 글이나 영상을 다시 찾아 보고 싶을 때가 간혹 있다. 계기라면 자칭 수호천사인양 머리 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알고리즘 계시나 간밤에 꾼 꿈조각 아니면 뭐 ‘그냥‘일수도 있겠다. 다시 볼 수 있는 수단과 기회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 먼저 산 이 중 많은 이가 가슴에만 품은 채 찾아 볼 수 없는 길로 돌아갔으리라.
소설은 짧아도 여백은 넓고 빈 칸이 많다. 그만큼 작가가 가두어 놓은 이야기를 풀어줄지 말지는 오로지 읽는이의 몫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서 덜어내거나 더한 이야기를 살피니 그동안 관심을 덜 두었던 각본 극본 작가에게 매우 미안하다.
-소설-
『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200~225[26]쪽 「삼포 가는 길」
▪︎황 석영(1943~) 지음, 153×223×20㎜ 356쪽 539g, 창작과비평사 펴냄, 2000., 『신동아』 109호, 350~363[14]쪽, 동아일보사 펴냄, 1973.09./『객지』 259~279[21]쪽, 창작과비평사 펴냄, 1974. 수록분.
▪︎노 영달(30대), 백화(이 점례, 22살), 정 씨(40대)
-영화-
<삼포 가는 길>(1975)
▪︎다른 이름: <The Road to Sampo>
▪︎이만희(1931~1975) 김독/유동훈 각본, 100분, 1975.05.23.
▪︎백 일섭(1944~, 노 영달), 문 숙(오 경숙, 1954~, 백화), 김 진규 마르티노(1923~1998, 정 씨)
한국영상자료원 한국고전영화(KCF, Korea Classic Film)
https://youtu.be/Drz_bK4GkTE?si=LWWWtcmR825vK0eq
-드라마-
<삼포 가는 길>(1981)
▪︎임 충(임 충희, 1938~2017) 극본/김 홍종(1944~) 연출, 98분, KBS1TV 앙코르 TV문학관 38회 2010.09.24. 방영/TV문학관 8회 1981.02.14. 방영.
▪︎안 병경(1947~, 노 영달), 차 화연(차 학경, 1960~, 백화), 문 오장(1938~1999, 정 씨)
KBS VOD TV문학관
https://prime.kbs.co.kr/m/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09-0960&program_id=PS-0001112129-01-000&broadcast_complete_yn=Y&local_station_code=00§ion_code=05&cgroup_id=19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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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영화와 드라마 보고나서, 감명받은 대사▪︎
-소설-
˝넉달 있었소. 그런데 노형은 어디루 가쇼?˝
˝삼포에 갈까 하오.˝
사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말했다. 영달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방향 잘못 잡았수. 거긴 벽지나 다름없잖소. 이런 겨울철에.˝
˝내 고향이오.˝
사내가 목장갑 낀 손으로 코밑을 쓱 훔쳐냈다. 그는 벌써 들판 저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달이와는 전혀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그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고, 영달이는 또다른 곳으로 달아나는 길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 집에 가는군요.˝
사내가 일어나 맹꽁이 배낭을 왼쪽 어깨에다 걸쳐메면서 영달이에게 물었다.
˝어디 무슨 일자리 찾아가쇼?˝
˝댁은 오라는 데가 있어서 여기 왔었소? 언제나 마찬가지죠.˝
˝자, 난 이제 가봐야겠는걸.˝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척이는 둑길을 향해 올라갔다.
–203~204쪽–
-영화-
˝거 노씨는 어디 작정한 데나 있어서 가는 길이쇼?˝
˝그 언제 오라는 데 있어서 갔나요?˝
˝언제나 마찬가지지.˝
˝무작정이군.˝
˝근데 정씨는 어디로 가시우?˝
˝난 삼포로 가오.˝
˝삼포요? 삼포는 바닷가 아니요?˝
˝맞아.˝
에이, 그럼 방향 잘못 잡았시다. 아 이런 겨울철에 바닷가에 무슨 일자리가 있겠에요?˝
˝헤헤, 거긴 내 고향이요.˝
˝집에 가시는군. 고향, 고향 좋지.˝
˝조옿지. 으음, 흐흐흐 헤에.˝
˝예에.˝
–14:17~15:08–
-드라마-
˝노형은 어디로 가시오?˝
˝삼포요.˝
˝삼포? 거긴 어디오? 어느 구석에 붙어 있수?˝
˝남쪽.˝
˝남쪽, 그럼 공사판도 있겠네요?˝
˝겨울엔 평화스런 곳이라우.˝
˝쳇, 공사판도 없다면서 거긴 뭐하러 가쇼?˝
˝내 고향이우.˝
˝그러시우.˝
˝찾아갈 고향 있으니 든든하시겠수다. 어이.˝
˝어디 무슨 일자리 찾아가시우?˝
˝댁은 뭐 오라는 데가 있어서 여기 왔었소? 언제나 마찬가지죠.˝
˝자, 인제 난 가봐야겠는걸.˝
–09:4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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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1.(수) 독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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