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이수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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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다른 제목: 《The Girl in a Phone Booth》(공중전화 부스 안의 아이)
이수연 지음, 140×205×22mm 368쪽 474g, 클레이하우스 펴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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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지은이는 소설 등장인물의 다양한 삶을 모두 ‘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필인 듯 소설인 SF 요소를 더한 ‘자살생존자‘ 이야기이다. ‘자살생존자‘라고 하니 자살을 하려다 실패하여 살고 있는 이라고만 짐작했는데, 자살 당사자와 관계가 있는 모든 이를 말한다고 한다. 자살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고 심리적으로 상처를 겪은 사람이다. 주로 유가족이겠고 친지까지 아우른다.
▪︎02.
작품 안에서 주인공이 운영하는 ‘심리부검센터‘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심리부검‘이란 고인의 삶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조사 면담 형식의 상담 프로그램이다. 자살 원인과 까닭을 분석하고 끼친 영향을 알아내면서 남은 이가 고인의 삶을 정리하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모든 상담이 그렇듯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와 라포(rapport) 형성이 반드시 필요한데 소설 속에서 신뢰와 공감을 잘 묘사했다. 어디 상담만 그럴까. 일상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읽는이도 지나온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눌러 놓았던 마음을 꺼내어 본다.
▪︎03.
사랑했던 이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 할까. 공중전화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 오죽할까? 종교가 담당해왔던 이승과 저승을 잇는 끈이 공중전화를 통한다. 그곳 공중전화 부스도 과거의 유물이라 철거된다면, 생활사 박물관으로 옮겨진다면 어디서 끈을 잡을까? 기억하고도 싶지 않았던 엄마가 등장하고, 아빠 마음을 듣던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서 강지안은 자신의  다섯 단계를 마무리한다.
▪︎04.
아픔은 남의 것이다. 막상 내가 아프면 아프다고 느끼지 못한다. 아프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건강한 줄 알다가 점점 피폐해지고 결국에는 남에게 아프냐는 말을 듣는다. 들어도 모른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 앞에서 겪는 애도 또는 상실의 다섯 단계(DABDA)인: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정(Denial),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는 분노(Anger), 혹시나 나의 잘못은 아닐까 하면서도 질문과 자책이 오가는 타협(Bargaining), 무기력하고 공허해지는 우울(Depression), 부정적 정서에서 탈피해 현실을 인식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 중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다.
▪︎05.
부정-분노-타협(협상, 거래)-우울(좌절)-수용 순서라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겹칠 수도 뒤바뀌어 닥쳐올 수도 있다. 사람마다 사안마다 걸리는 시간도 다 다르니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바로 상담이 필요한 이유이다. 눈여겨 보고 상담하고 권유하고 인도해 주어야 한다. 정작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오지 못한다는 말이 나돌지 않도록 조만간 국민건강보험 보험급여 항목에 오를 날도 기대한다.
▪︎06.
지은이는 긴 투병 끝에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원제: 《Autopsy of a Suicidal Mind》, Oxford University Press, 2004, 에드윈 슈나이드먼(Edwin S. Shneidman, 1918~2009) 지음/조용범 옮김, 학지사, 2014)에서 처음 ‘심리부검‘을 알았다고 한다. 이후 연구하여 기획한 소설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글로 말한다. 그러기에 그동안 여러 글을 읽으며 지은이를 보고싶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소설 지은이는 보고 싶다. 북토크를 한다면 꼭 가서 길었던 삶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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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관련 작품▪︎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 원제: 《Autopsy of a Suicidal Mind》(Oxford University Press, 2004.), 에드윈 슈나이드먼(Edwin S. Shneidman, 1918~2009) 지음/조용범 옮김, 학지사, 2014.)

■『죽음과 죽어감』, 원제: 《On Death and Dying》(1969),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 1926-2004) 지음/이진 옮김, 청미 펴냄, 2018.[이레 펴냄, 2008.]

■『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 죽음에 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에 답하다』, 원제: 《Questions and Answers on Death and Dying: A Companion Volume to on Death and Dying》(1974),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안진희 옮김, 청미 펴냄, 2018.

■『이반 일리치의 죽음』, 원제: 《Смерть Ивана Ильича》(188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1910) 지음/
–석영중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24[모노에디션, ‘광인의 수기‘ 합본].
–윤우섭 옮김, 현대지성 펴냄, 2023[현대지성클래식 49, ‘주인과 일꾼‘, ‘세 죽음‘ 합본].
–김연경 옮김, 민음사 펴냄, 2023[세계문학전집 438].
–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2016[문예세계문학선 122, ‘악마‘, ‘신부 세르게이‘ 합본] .
–이강은 옮김, 창비 펴냄, 2012[창비세계문학 7].

■<리빙: 어떤 인생>, 원제: <Living>, 올리버 허머너스(Oliver Hermanus, 1983~) 감독/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石黒一雄, 1954~) 각본, 102분, 한국 일본2023[영국2022].

■<이키루>, 원제: <生きる>, 구로사와 아키라(黒澤 明, 1910~1998) 감독, 143분, 한국2004[일본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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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책 한 권 읽고나서, 문단 하나 고르기▪︎
˝
˝얻은 건 있어?˝
˝글쎄, 저분은 아직 애도의 첫 번째 단계인 ‘부정‘에 있다는 것 정도.˝
˝흠. 아들은?˝
˝세 번째, 타협의 단계. 주된 감정은 죄책감이지.˝
˝흐음.˝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퀴블러 로스가 말한 상실의 다섯 가지 단계는 이 일을 시작하며 받은 상담 교육에서 배웠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부정과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노하는 단계, 혹시나 나의 잘못은 아닐까 하면서도 질문과 자책이 오가는 타협과 무기력하고 공허해지는 우울의 단계. 그리고 부정적 정서에서 탈피해 현실을 인식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 나는 눈앞에서 일어난 부정의 모습을 보며 그와 그의 아들의 갈등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서로가 같은 던전에 들어갔는데 다른 길로 빠져 막다른 곳이 나와버린 느낌. 나는 던전 RPG 게임이 떠올랐다. 내 상상이 맞다면, 이 상황을 깨기 위해서는 다시 서로 만나 새로운 길로 가야 했다.
-222~223쪽- 「4장. 어쩌면 진실보다 중요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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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옥에티˝▪︎
  •그, 그녀
요즈음 지탄받는 낱말이다. 우리말과 우리 사회 문화와는 전혀 어울지 않는 말, 성차별적.
  •225쪽 위에서 3~4줄: 암 선고를 —> 암 진단을,
앞 224쪽 위에서 5줄에는 ‘암 진단‘이다. ‘선고‘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암 진단이 바로 사망으로 이어지던 시절 ‘사형 선고‘를 빗대어 쓰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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