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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생활 - 마조리노 신부의 수도원 일기
안성철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평점 :
책표지를 열면서 도서 제목에 갸우뚱했다. 지은이를 잘 알고 있고 신부이기 이전에 수사인데 왜 '신부 생활'이라 했을까? 통칭 '신부'라고 하면 재속신자 중 직무사제직품을 받은 이(수품자라 한다)로 교파와 제도에 따라 가정을 꾸리고 살 수도 있고 독신으로 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는 그저 많은 다인가구나 일인가구 세대 중 한 세대이다. 다를 것이 없다. 공동체의 특별한 이야깃거리나 생활이나 뭐나 할 것이 없다. 서로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그렇게 저렇게 산다. 차라리 수도원이라면 공동생활을 하니 보따리를 풀어볼 만할텐데 왜 '신부 생활'? '○○로운 ○○생활'의 인기에 힘입어 가정 생활, 회사 생활, 학교 생활, 교회 생활, 군대 생활 ㅡ 다양한 공동체의 생활을 궁금해하니 수도원 생활도 보여주려 하나보다. 그런데 왜 '신부'를 붙였을까? '신부'는 호칭이다. 생활이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수도원 생활'이라야 하지 않나? 왜일까!
'마조리노 신부의 수도원 일기'
작은 글씨 부제가 참 제목이겠다.그렇다. 수도원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지내는 (남성)수도자가 수도원에서 당하고 겪고 보며 느끼는 솔직하며 유쾌한 그리고 감동적인 현재진행형 이야기이다.
'출판사가 회사 필요로 뽑은 제목'이겠구나 하며 다음 쪽을 넘기니 사정을 알 만 하다. 출판사는 표제지에 앞서서 처음 2쪽 <일러두기>에서 이렇게 해명하고 시작하였다.
"정확히 하자면 이 책의 제목은 '수사 생활'이나 '수사 신부 생활'이 맞습니다. 저자인 안성철 신부가 수도원에 소속되어 있고, 성직의 지위인 사제품을 받은 수사 신부이며, 수도원 생활을 내용으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톨릭 평신도는 물론 일반인도 수사나 수사 신부 그리고 신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통칭 '신부'로 부르는 관례를 따라 이 책의 제목을 '신부 생활'로 지었음을 밝힙니다."
물론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이 이러니 줄곧 아닌 줄 알면서도 따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출판물은 더욱 그렇다.
많은 이야기 중 지은이처럼 나도 이번 대림과 성탄에는 그분 생신 선물을 두고 정성껏 고민하고 청하고 물으려 한다. 응답하여 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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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바오로수도회의 영성에 맞게 구유를 꾸미게 되는데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미되기 때문에 올해에는 어떤 모양의 구유가 나올지 기대하게 된다. ••• 성모님과 요셉 성인, 아기 예수님은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여기에 매스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전해야 하는 만큼 성바오로수도회의 영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또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여 꾸며지는 구유는 참으로 독창적이다. 바오로가족 수도회 회원들은 수도회를 돌아가면서 구유 경배를 하게 된다.
마지막 남은 일이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맞이하여 구유에 봉헌할 생일 선물을 마련하는 것인데, 이것은 각자 개인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야 한다. ••• 것처럼, 아기 예수님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선물이 아기 예수님을 기쁘게 할 만한 것인지 고민하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수사님들은 대림 시기뿐만 아니라 한 해 내내 아기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한다. 각자가 마련한 선물이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처럼 참 다양하다. 어떤 수사님은 일 년 동안 헌혈을 하여 모은 헌혈 증서를, 어떤 수사님은 하루에 한 가지씩 누군가를 기쁘게 해준 일을 적어놓은 수첩을, 어떤 수사님은 자기의 묵상 노트를 봉헌하기도 한다.
이번 구유 선물을 무엇으로 준비할까 고민된다."
-82~84쪽 <생일 선물>-
"내일부터 일주일간 연피정에 들어간다. ••• 피정은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준말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속을 피해 바른 생각에 머무른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retreat인데, 전쟁터에서 작전상 후퇴를 할 때 retreat이라고 외치는 걸 보면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싸울 준비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악의 유혹에 맞서 싸우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데 있어 이 피정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피정 때에는 침묵이 필수다. 기도를 할 때 서로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외적 침묵을 유지해야 하고, 더불어 오로지 하느님 말씀에만 침잠하기 위해 내적 침묵도 유지해야 한다. 잡념을 끊어버리고 온전히 주님의 가르침에 몰두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주어진 영적 여정을 잘 걸어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230~231쪽 <연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