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성숙한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내게 안나 카레니나는 그러한 소설이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여러 대표작 중에서도 사랑을 소재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펼쳐나가는 안나 카레니나는 한 부부의 불륜 이야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와 바람난 스테판 아르카지치로 인해 그의 아내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그와 이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스테판의 여동생 안나 카레닌은 다리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모스크바로 오게 되고,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브론스키라는 군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안나 카레닌이 이미 자식도 있는 기혼자라는 점이었다. 안나는 유부녀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애써 브론스키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사랑 없이 결혼한 현남편과의 사이에서는 느껴본 적 없었던 열정적인 감정과 피할 수 없는 그의 매력, 끊임없는 그의 사랑 고백에 결국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을 모두 뒤로 하고 브론스키와 함께하게 된 안나의 앞은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았지만, 안나는 점점 괴로워하게 된다. 이 불륜으로 인해 자식, 명예 등 많은 것을 잃게 된 안나였기에, 안나는 자신에게 남은 건 오직 브론스키라는 생각에 점점 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되었고, 그의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했으며, 그가 혹여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했고,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괴로워하며 점점 미쳐가게 된다.
안나 카레니나는 한마디로 '고전판 부부의 세계'와 같은 느낌이었다. 안나는 자신이 이루고 있던 기존의 안정적인 가정을 버리고 새 사랑을 찾아 떠났지만 오히려 불안해하였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안나에 대한 브론스키의 사랑도 처음과 같이 한결같지는 않았다. 가정을 버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의 사랑이 세기의 사랑인 것마냥 굴지만, 결국 그 끝은 '유한함'을 알지 못한다. 책을 읽는 내내 결혼생활은 100% 사랑만으로는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연애면 몰라도, 결혼은 단순히 사랑만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랑보다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고 서로 간의 신뢰가 끈끈하게 쌓여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결혼생활과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실 난 책을 읽으며 안나의 첫번째 남편이었던 알렉세이를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 내렸다. 비록 안나와 알렉세이는 사랑 없이 결혼한 것이었지만, 알렉세이는 어찌되었든 끝까지 이성적인 태도로 안나를 존중해주었고, 결국엔 안나를 이해하며 안나의 불륜을 용서해주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비록 사랑이 결여되었더라도 안나도 꽤 괜찮은 결혼생활을 이어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안나는 마음이 끌리는 정렬적인 사랑을 선택하였고, 브론스키에 대한 안나의 사랑은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브론스키는 안나 외에 다른 여성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끊임없이 브론스키를 믿지 못하였고, 결국 그 끝은 암울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안나를 보며 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하였다. 안나가 이렇게까지 브론스키에 집착하며 그의 애정을 끊임없이 갈구해간 이유는, 안나에겐 정말 사랑 외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나에게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안나는 불륜으로 인해 사회에서 거의 매장된 처지였기 때문에 사교계를 즐길 수도, 그렇다고 무언가를 배워 일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였다. 당시 사회상은 여성은 배움에 있어 뒷전이었으니깐. 이러한 이유들로 안나는 타인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잘못된 사랑의 예를 보여주는 안나와 브론스키 커플과 대조해, 이 소설에는 사랑의 정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한 커플이 등장한다. 바로 키티와 레빈 커플. 작가는 이 커플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조되는 커플상으로 인해 독자는 성숙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더욱더 깊게 깨닫게 되는 것만 같다.
굉장히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였던 안나 카레니나.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세세한 심리묘사와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여러모로 정말 많은 재미를 주었던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