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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인 장자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다. 시중에는 보통 서양 사상가들에 대해 다룬 책들이 즐비하고, 동양 사상가라고 해봤자 주로 공자와 노자에 대한 책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자는 나름 마이너한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실 바쁜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는 장자의 가르침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를 외치며 달관의 경지에 다다른 장자의 사상을 공부하다 보면 누구나 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오늘은 이런 장자의 가르침에 다룬 책 <장자의 비움공부>를 소개해보려 한다.
책은 '1부-비움의 공부, 2부-비움의 통찰, 3부-비움의 창작'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장자가 강조한 비움의 자세란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해준 후, 비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통찰을 하며, 마지막으로 그 비움의 자세를 적용시켜 성공한 현대의 사례들을 설명해줌으로써 장자의 가르침이 현대에서도 적용 가능한 사상임을 확인시켜 준다.
대략 90여 가지의 장자의 가르침을 전수해주고 있는데, 초록색 네모박스 안에 장자의 말을 적어 소개해준 후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적어놓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간중간 저자가 독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누가 써놓은 이론을 줄줄 읽는 것보다는 나아가 스스로 사고하며 읽는 것이 철학공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나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고민해보며 읽다 보니 장자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가능해졌고, 내 삶의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게 성찰해볼 수 있었다.
책 내용 자체도 쉽고 문장이 간결하며 분량도 짧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의 핵심 주제가 장자의 '비움의 자세'인 만큼, 책 전반에 걸쳐 장자가 말하는 비움이란 무엇인지 장자의 여러 가르침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다.
나비가 나오는 꿈을 꾸었는데 깨어나 생각해 보니 내가 나비가 되었던 건지 나비가 내가 되었던 건지 구별하지 못하였다는 장자의 유명한 일화를 통해서는 '만물 제동'과 '물아일체'의 정신을, 도토리와 관련된 원숭이 일화를 통해서는 '조삼모사의 어리석음'을, 아내의 죽음에도 쟁반을 두드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장자의 모습을 통해서는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장자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통한 저자의 짧고 명료한 직관적인 설명 덕분에, 장자가 쓴 원문 『장자』를 읽기가 망설여지던 나도 즐겁게 장자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장자의 사상을 몇 개 적어보자면, 우선 삶을 크게 기뻐하지도, 죽음을 크게 슬퍼하지도 않았던 장자의 초월적인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장자는 애초에 무에서 비롯된 생명이 죽음을 통해 다시 원래의 상태인 무로 돌아가는 것뿐이니 죽음을 크게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죽음을 '휴식'이라고 표현하였다. 속세에 찌든 고통으로 가득 찬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고요한 방에서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으니, 이를 슬퍼하며 곡을 하는 것이 오히려 천명과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저 홀연히 왔다가 홀연히 가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장자를 통해서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사그라뜨릴 수 있었다.
또한 나의 그릇과 능력에 맞지 않는 것을 바라지도, 현실에 집착하지도 말라는 장자의 태도도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에도 크게 상심해하고, 우울해하고, 또 별거 아닌 일에 집착해 거기에 얽매여 버리고 마는 답답한 사고방식을 할 때가 많은데, 장자의 삶의 태도에 비추어 관조해보면 이것은 다 의미 없는 일에 불과하였다. 잠깐 살다 가는 인생,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다 자연의 뜻인가보다~하고 순응하며 본질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크게 바꾸려고 하지도, 큰 욕망을 채우려는 시도도 하지 말라는 장자의 가르침이 인상적이었다.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바쁜 일상에 치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내가 장자를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무언가를 초월한 듯한 장자의 비움의 자세가 당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매일 잠들기 전 한 가르침씩 읽으며 마음을 재정비해보자.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