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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영상처럼 흘러가는 책이 있어요. 《비스킷》 이야기가 감각적인 카메라의 움직임과 주인공의 표정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쁘게 움직여 어느새 다 읽어 버렸어요.
비스킷
저자 김선미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행 2023.09.13.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100% 청소년 심사위원단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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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그들은 쉽게 부서지는 성향을 지녔다. 비스킷은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스러진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 고립된 비스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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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은 청각 과민증 등 예민한 감각 질환을 앓고 있지만, 이 예민함 덕분에 '비스킷'들의 미세한 소리를 듣고 그들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녔어요. 부서져 가던 존재를 발견하고 소통과 따뜻한 관심을 통해 다시 자신만의 존재감을 되찾아가는 성장의 과정이 감각적이고 신선해요.
주변의 차가운 외면이나 학대, 방임으로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느끼는 아이들을 '쉽게 부서지는 비스킷'에 비유한 독창적인 설정 흥미로워요. 커다란 약점을 가진 주인공이 그 예민함으로 오히려 소외된 이를 구하는 강점이 되는 점이 매력 있어요.
제성과 친구인 효진과 덕환까지 모두 압도적인 개성을 가졌어요.
차갑고 냉소적으로 뼈를 때릴 줄 알지만 때론 굽힐 줄도 아는 제성,
무슨 일이든 앞뒤 안 가리고 먼저 뛰어들고 나중에 사과할 줄 아는 효진,
가장 사회적인 인간이지만 사랑과 우정 앞에서는 직진할 줄 아는 덕환,
세 캐릭터가 뭉쳐 사회적 문제로 얽힌 비스킷들을 바라보고 부딪히는 모습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 더 좋아요. 마지막 장까지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길이 즐거워요.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거나 스스로의 존재감이 희미하게 느껴져 외로운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서로의 존재를 다정하게 불러주고 지켜주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어줄 거예요.
[책 속 문장]
물론 그때 내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건 인정한다. 울음소리를 듣기 전 유쾌하지 않은 상황으로 방에 틀어박혔으니 당연하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햇빛이 나를 조롱하는 것 같고, 내 인생이 너무나 하찮아 아무짝에도 쏠고 없다고 느껴지는 날.
9쪽
소리에 민감한 주제에 번화가 건물 위의 아지트에서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첫 방문 땐 어질어질할 정도로 적응하지 못했다. 이젠 약간 두통이 있는 정도다. 가끔 옥상이 납작해지는 경험을 할 때도 있고, 번화가에 있다는 자각이 아예 없을 때도 있다. 오늘은 어떨까. 경험하기 전에는 아직 알 수 없다.
36쪽
시끄러워 못 참겠으면 써라.
효진이는 내 인생을 그림으로 그리면 숨은 그림 찾기의 가장 쉬운 정답이다.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제일 먼저 보이는 사람. 옆에 숨어서 내 인생이 잘못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말이다.
37쪽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
"미안해."
"미안하다는 사과는 너 자신한테 해. 지금껏 좋아하지 않아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앞으로 최선을 다해 아껴 주겠다고."
78쪽
꽃대가 꺾이지 않도록 조심히 받친 채 시든 꽃을 심었다. 꽃대가 구부러진 채 흔들거렸다. 비스킷이 방금 심은 꽃 주변을 꾹꾹 눌러 흙을 다졌다.
"시들었는데, 왜 다시 심는 거야?"
비스킷이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쉿! 그냥 바람 소리나 듣다가 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멋진 말을 들었다. 천국에 들어왔으니 조용히 천국을 느끼라는 의미. 풀잎이 발밑에서 춤을 줬다. 내 심장도 리듬을 타듯 두근거리는 걸 감출 재간이 없었다.
87쪽
"엄마랑 아버지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이따금 못 견딜 때가 있을 뿐이지."
"언니한테 그렇게 말해 줘. 언니는 네 나이 때 부모님이 안 계셨잖아. 그래서 너한테 더 잘해 주고 싶어 해.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
엄마가 그런 고민을 하는 줄은 몰랐다. 내가 좋은 아들이 아니니 엄마도 굳이 좋은 부모는 안되어도 되는데. 엄마가 좋은 부모가 되어 버리면 나도 좋은 아들이 되어야 할 테니 부담스러운데. 그냥 나는 엄마가 엄마여서 좋은데."
112쪽
노력해서 얻은 관심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다른 관심을 불러와서 쭉 이어질까. 어쩐지 나는 후자일 것만 같다. 노력해서 얻는 것들이 진짜 값진 법이니까. 우리는 값진 것을 받아도 될 만큼 노력하고 있으니 조제에게도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조제! 조제야!"
"왜 자꾸 불러?"
"진짜 이름이 뭐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조제에게 다가가기 전에, 이름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조제가 슬며시 웃는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지안. 앞으로 잘 부탁해."
내 가슴에 특별한 이름이 영원히 새겨진 순간이었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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