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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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지만 가끔은 힘에 겨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요. 뤼미에르 씨가 지금 느끼고 있을 감정들이 어떤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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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인정받는 건축가에 부러울 것 없는 사람으로 비쳤지만 내면은 언제나 공허했다. 내가 원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진정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조차 없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진심도 믿지 못하게 되었고 나 또한 진심을 다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생계 수단으로 건축을 하며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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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의 허름한 집을 구한다고 의뢰한지 한 달 만에 연락이 와요. 파리 시내에서도 가장 비싼 집이 모여 있는 시테섬에서 먼지가 쌓인 집과 마주하게 되지요. 뤼미에르 씨에게는 집주인이 되기 위한 조건과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어요 첫 번째 조건은 직업이 건축가, 두 번째는 스위스의 요양병원까지 집주인을 만나러 와야 한다는 것이고요. 직업 조건은 충족했으니 이제 그를 만나러 가야지요.

집주인 피터 왈쳐는 건축가였던 아버지 프랑스와가 남긴 집을 돌봐 줄 새 주인을 찾고 있어요. 아버지 프랑스와는 수도원이었던 요양 병원과 시테섬의 집을 남겼는데요. 수도원이었던 그곳에 아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도 함께 숨겨 두었어요. 건축에 대해 알지 못하는 피터는 뤼미에르 씨에게 그 일을 부탁해요.


피터가 궁금한 이야기는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프랑스와가 아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까?

뤼미에르의 삶은? 몸과 마음속에 '진심'을 가지게 될까?


헨젤과 그레텔처럼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쫓아가며 뤼미에르 씨가 숨겨진 이야기를 완성해 가요. 뤼미에르 씨가 도착했을 때 까맣게 칠해져 있던 지도 속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간'이 점점 사라져요. 지도를 같이 완성하는 기분이랄까요.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아쉬움이 느껴질 때 숨겨져 있던 문을 발견한 것처럼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데 작가님의 스토리텔링에 빠져 버렸어요. '다 읽기 전까지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탁월한 설계, 뛰어난 스토리텔링'이라는 책 표지의 광고 문구에 진부함을 느꼈는데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네요. 저도 생후 63일 된 비니를 품에 안고 토닥이며 잠깐만 읽어 보려고 펼쳤는데,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었거든요. 이야기의 틈 사이로 쏟아지는 따뜻한 빛줄기들과 함께 놀라움과 감동이 제 마음속에 차곡차곡 채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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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은 경계가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잘 정제해 실현하면 위대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선악과처럼 잘 쓰면 이롭지만 잘못 쓰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 병원은 프랑스와라는 사람의 생각을 완전히 담아낸 그릇일지도 모른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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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같은 표정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의 집을 생각해요.

겉모양은 똑같지만 그 안은 '오직 하나뿐인' 나의 집이라고 크게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는 편안하고 따뜻한 부모와 형제를 떠올리기를, 문을 열고 나갈 때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으로 힘차게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래요. 오늘 나의 집 어떤 기억과 생각을 담게 될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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