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엔 자꾸 여기저기 치여서 그런지 위로해 주는 듯한 문구에 눈길이 간다. 주변에 온통 '내가 젤 힘들어. 너의 힘듦은 나의 힘듦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온 몸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들 뿐이다. 내가 만나고 싶어 선택해서 만난 사람이 아니라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고 나는 '을'의 입장이다 보니 내 생각, 내 감정, 일에 있어서 부당한 것들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집어든 이 책,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라고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아, 집에 와서는 당신도 나도 같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다 같지 않았을까. 우린 전부 다 처음 살아보니까 그렇게 간을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에요. 내가 하고 있는 일, 사랑, 삶 또는 관계, 전부 처음 겪어보니까 부족한 거 아닐까 이런 생각 말이죠 .(중략) 괜찮아요. 모두가 가끔은 물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는 거지요. 왜, 그렇잖아요. 우리 모두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잖아요. 전부 처음 경험해보고 겪어보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조금 실수할 수도 있지요. 조금 버벅일 수도 있지요.」 P19-20
온전히 나를 위한 힘듦
가끔 너무 힘겨울 때는 이것을 잊지마렴.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말이야.
나 때문에 힘든 것인지, 남 때문에 힘든것인지.
「스스로를 타인의 기준에 맞춰 바꾸려는 노력들. 나의 모난 부분을 자꾸 사포질해서 매끈하게 만드는 과정에 팔이 저려오고, 꽉 쥐었던 것을 놓을 만큼 힘줄이 끊길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 P22
「우리는 좀 더 나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 무조건 타인에게 나빠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나를 위해 힘들고, 조금 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 조금은 울퉁불퉁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거칠지는 않게, 약간은 모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남을 다치게 하지 않을 정도로. 뭐든 적당히가 힘든 법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런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내가 나를 잃어가지 않도록. 또 타인을 비추며 살아가지 않도록. 그래야 힘들어도 버틸 명분이 생기고, 나아갈 이유가 존재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적고 편하게 누워 자는 날이 많아집니다. 힘든 건 똑같더라도 말이죠 . 힘들 때 누굴 위한 힘듦인가 생각하라는 것은 그런 말이었습니다. 똑같이 힘들지만, 나를 위해 힘들다면 궁지에 몰려도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버틸 수 있는 오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나를 위해 힘들던 타인을 위해 힘들던 똑같이 힘들 것이라면, 어떨 때에는 온전히 나를 위해 힘들어 보기도 하자는 것이지요.」 P23
위의 문장들이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나에게 "네 탓이 아니라고. 이 상황도 지나간다고. 네가 바꿀 수 있는 건 없으니 그냥 잊으라고.
너에게만 집중하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평소 드라마를 의식적으로(? 한번 보면 빠지기 쉬우니까) 잘 보지 않는데 마음이 공허해서 달달하고 영상미 넘치는 드라마를 찾다가
아래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고 예쁘고 세련된 외모의 여주인공으로 임수정과 이다희, 얼마전부터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장기용배우가 나와서 바로 정주행을 하게 됐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박모건 : 자책하지 마요. 안 어울리니깐
배타미 : 그럼 뭐 해야되는데
박모건 : 남 탓! 말 같지도 않은 찌라시 만든 놈들,
그걸 당신이라 착각한 놈들,
그 착각을 믿는 놈들, 퍼다 나른 놈들,
그 놈들 탓만해도 오늘이 모자라요.
-tvN드라마 WWW 중-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남의 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위로는 커녕
"네가 뭐하러 신경을 써. 난 사실 말은 안했지만 네가 OOO편들어주는 것도 이상했어."라고 대꾸했다.
정말 실상에서 나에게 드라마속 남주인공처럼 위로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인가......
「참 많이도 애썼다. 괜찮은 척하느라 애썼고, 버티느라 애썼다. 어떤 때에는 밖으로 나오려는 화를 억지로 쑤셔 넣었던 목구멍에게 참 애썼다. 힘들지 않은 일도 억지로 하면 힘들기만 한데, 억지로 힘내온 당신의 마음에게 참 애썼다. 또, 힘내라는 말을 억지로 이해시켜버린 머리에게 참 애썼다. 그러니 그렇게 치열하게 애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오늘은 더 이상 그만 애쓰면 싶다. 애써 자책하지도 말고 애써 헛되게 생각하지도 말고, 애써 아쉬워하지도 말고, 애써 뒤돌아보지 말고, 오늘 하루도 그렇게나 애썼으니 말이다.」 P30
「그러니 내가 아무것에도 쓸모없는 사람인 것만 같아서, 후회하고 스스로를 질책했던 많은 순간들에게 당신만큼은 쓸모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따뜻해질 날들을 위하여, 그 아픈 시간들이 꼭 필요한 일임을 알고 슬픔에 녹아내리는 것, 눈이 따뜻한 봄을 위해 스스로 녹아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면 다 된 것이다.」 P36
평소에는 나를 다독이는 말을 속으로 많이 되뇌인다. 이대로 괜찮다고, 너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쓰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체력도 떨어지고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는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물론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나에게 어려운 것이라면 오늘 처럼 예쁜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예쁜 공간에서 달콤 쌉싸름한 커피를 한 모금하고 나면 잠시나마 평온이 찾아온다.
책의 중간엔 아래와 같이 큰 활자로 마음가득 담아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보는 책들마다 "힘내"라는 잔인한 말보다 '힘내지 않아도 돼.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얼마전엔 애정하는 카페에, 어느 분의 글에 "너무 힘들게 힘내진 말고, 그냥 자기전에 슬쩍 웃을 힘만 내요 ."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그 말이 참 예뻐서 캡쳐해서 저장해 두었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P38-39
저자는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 찾은 여행길' 중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한 여성의 말에 마음이 매료된다. 나도 그녀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조캐를 캐면 꼭 바닷물이나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가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얘가 품고 있는 모래 같은 이물질을 전부 토해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그것을 해감이라고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물었어요. 그냥 물에 담가 놓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꼭 소금물이어야만 하냐고.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어요. 얘가 살고 있던 곳과 비슷한 곳처럼 만들어줘야지 얘가 긴장이 풀려서 모래를 토해내는 거라고.
그녀의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라서 토해내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다고 했다. 단순히 그것을 전부 토해내고 싶었다고.
(중략)
그러니까 나의 여행은 꾸역꾸역 삼키고 담아두었던 모래같은 푸석함을 해감하러 온 거예요. 아니면 쓸데없이 토해냈던 감정들을 다시 삼켜내고 싶어서거나.
오늘의 지친 나도 해감해야할 감정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모두 쏟아내고 잘 못 뱉어내서 창피해진 것은 다시 담고 싶다.
「나는 그게 외롭더라. 나라는 존재만으로 택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다. 내가 화려해야만 선택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래. 차마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그게 참 외로운 것이더라.」P96
얘야,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을 순 없지만 그 순간마다 시간이 너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렴.
엄만 그 비밀을 이제야 알게 되었단다. 뒤돌아보지 말고 매 순간 앞에 놓여있는 시간을 바라보고 살도록 노력해라. 그래야 조금이라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간다.시간이 빠른 것은 그것이 정말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이란다 .
소중한 것을 놔두고 왔기에 그렇게나 돌아보는 것이란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122-123
저자의 어머니의 말에 무릎을 쳤다. 한동안 시간에 쫓겨 살다보니 내가 시간을 벌려고 사는지 시간이 나를 잡아가두는지 정신이 없었는데 참 명쾌한 답이다. 앞으로 시간에 쩔쩔매지말고, 그 순간을 후회없이 살아야겠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나도 모르게 허무함이 와닿지 않는 것들. 언제부터 내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 당신에 대한 사랑과 미움과 같은 어떤 명확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고 그냥 그 사실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받아들여지는 것. 또는 그런 연습이 필요했던 긴 시간들. 전부 구름과 같이 유하게 흘러가고 또 용서되는 감정들. 내게는 그랬다. 당신과 또 당신과 닮은, 또는 사랑이라 불리던 존재들 말이다. 지금껏 다 그렇게 떠나갔고 나는 그렇게 떠나보냈다. 분명 가시적이지만 그렇다고 만져질 만큼은 아닌 정도의 농도를 띄고 있는 감정으로. 」 P180-181
사랑에 빠지면 상대만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아, 그러고보니 상대를 내가 더 사랑했을 때 그렇다. 그런 상대를 만나고 헤어졌을 때 위의 문장처럼 이별의 아픔에 상대를 지우려해도 나만 지우게 되는 그런 것. 문장 속에서 한동안 자신을 잊고 살다가 이별 후 자신을 찾고자 했을 때, 그 막막함이 느껴진다.
제아무리 흔들리는 욕심이라도 마음 깊이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세요.
서운한 것을 서슴없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또 그래서 서로에게 꽉 찬 것 같은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사람.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P235
나는 이제 연애는 끝이라 위와 같은 사람을 찾을리 만무하므로
내 딸에게 그런 사람 만나라고 해야겠다.
무엇보다 자신을 신뢰하고 믿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라고.『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P160
마지막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옮겨와 본다.
「개인마다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 있고 소화시킬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또 소화시킨다 해도 그것을 받아들여서 영양분으로 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독으로 삼는 사람 도 있는 것이지요.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을 자주 가지거나 그런 말을 상대방에게 자주 꺼내는 것이 본인이라면 의사를 전달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받아들이는 당사자가 내 행동을 좋은 의도로 받아들여줄 것인지 아닐지 말이죠. 그것을 소화시킬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말입니다. 무조건적으로 나의 의도를 강요하고 있다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나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또 그런 말을 상대에게 자주 접하고 있다면 상대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나는 이 부분에서는 당신과는 다른 사람이라서, 당신의 의도를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이죠. 만약 표현했는데도 전혀 달라질 생각을 않는다면 잘라버리세요. 받아들이는 사람의 체질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또 내가 변해야만 어울리는 상대를 굳이 변해가면서까지 만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세요. 당신에게 칼을 들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지 마세요. 관계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아닌 관계의 싹을 틔우고 싶게끔 만드는 사람, 주변에 참 많잖아요. 」 P239
굳이 나를 힘들게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바뀌기를 바라며 기대하기 보다 나를 위해 그냥 그 끈을 놓아버리는 게 낫겠다는 내 생각에도 일치되어 무척 공감되었다.
그래, 오늘 하루 참 애썼다. 그걸로 되었다.
책 사이 사이 감성돋는 사진도 참 좋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