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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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표지의 디자인에 매혹되어 이 책이 궁금했다. 출판사 서평을 보니 내용은 이러했다. 죽음을 앞둔 어느 남자가 죽기전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려고하는데, 자신의 친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일과 얼마 차이가 나지않아 친지 및 가족들이 먼 곳에서 오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을 덜어주기위해 일정을 장례식이후로 잡았다는 것. 죽음을 앞둔 자에게 듣는 인생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고 싶단 생각과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겠단 기대감에 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많은 가족들의 이름에 머릿속으로 누가 누군지 정리해가며 읽어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책 내용중에도 리틀엔젤이 수많은 가족들과 인사나누며 그들의 가계도를 정리하고 있는데 책의 뒷편에 그 가계도가 실려있었다. 미리 알아챘더라면 좀 더 편안히 봤을텐데......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의 첫 내용은 이러했다. 이 가족의 최고 어른인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을 가는 날, 아침에 예정된 시간엉 깨지못하고 모두가 지각을 하고 딸 미니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와이셔츠를 입혀드리고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옷을 입히는 딸에게 "내 엉덩이에 손대지마라"하는 문장이 나오는데 좀 이상했다. 그게 딸한테 할 소린가.

책의 두께가 굵어서 집중해서 읽지않으면 읽는데 수일이 걸리겠다싶어 잡은김에 몰아쳐 읽으려고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게 뭐지? 왜 이리 싸구려 욕이 자꾸 나오지?'싶었다.

 

 

 

 

 책을 덮고 뒷표지를 보았다.

 

죽음이라, 그건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

 암 선고를 받고 마지막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70세 빅 엔젤.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인생에서 가장 성대해야 할 생일 파티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는데...?

 

와같은 문구와 더불어 무려 7줄이나 되는 문장으로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을 비롯 추천도서 및 올해의 책으로 지정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보다보면 뭔가 읽을 만한 구석이 있겠지. 내가 멕시코란 나라의 문화와 사상을 알지 못하니 뭔가 비급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드는거겠지하며 이젠 오기로 읽어보잔 생각에 책을 읽어나갔다.

스토리구성, 등장인물, 사건, 배경 어느 것 하나 뚜렷이 남는 것 없이 정신이 없다.

남는 것은 '호로새끼'라는 욕따위랄까.

그래도 책을 펴낸이들에 대한 예의로 뭔가 책에서 의미하는 바를 찾기위해 다시 뒤적여 보았다.

 

 

 

드디어 죽음을 앞둔 빅 엔젤과 데이브란 사람의 대화가 나온다.

"제길! 사람 말 좀 들어! 가끔은, 당장 죽을 것 같단 기분이 든다고 오늘이 그래. 나는 오늘 죽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난 서서히 미끄러지고 있어. 이제 몇 시간 있으면 죽는 거라고."

 

 

 

 

책은 전반적으로 나의 사상과 가치관, 취향에 너무 맞지않았다. 책을 보는내내 부모님 몰래 성인 에로물을 본 느낌이달까......강국을 부러워하는 주변국의 피해의식과 인간의 본능에 대한 충실함이 너무 드러나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마음에 두는 구절을 남겨두는 걸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순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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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가게 라임 어린이 문학 29
김선정 지음, 유경화 그림 / 라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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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들은 참 바쁘다. 아이들 공부도 챙겨야하고 친구도 만들어줘야하고 좋은 먹거리도 챙겨야한다.

나는 불량엄마라 내가 평소 먹는 라면도 아이가 달라고 하면 덜어준다. 학원 선생님인 지인에게 들었는데 집에서 유기농, 무농약인 재료들로 특별히 손수 만든 건강 음식만 먹은 아이가 학원에 가서 아이들이 먹는 과자를 얻어먹는데, 엄청 게눈감추듯 먹어치우더라는 얘길 들었다.

 

 

 

 

 

 

난 우리 아이들도 그럴까봐는 아니지만 내가 먹는것에 많은 관심이 없어서 매끼 적당히 챙겨주는 편이다. 그런 내게 온 책, 세상에 없는 가게는 아이입장에서 생각하게 해주는 재밌는 책이었다.

책 속 주인공 환이는 평소 아토피때문에 엄마가 치킨, , 밀가루 특히, 라면을 못먹는다. 그런 환이가 미술학원 가는길에 "세상의 모든 라면"이라는 간판의 라면가게를 발견한다.

 

 

 

p12-13

 

어느 날 아빠가 준 용돈으로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가 손도 못대게 하는 컵라면, 콜라, 젤리 등을 사와서 먹다가 엄마한테 딱 걸린 장면은 정말 세상 놀란 표정의 환이가 묘사 되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간절한 시간도 함께 맘졸이고 기막혀 하는 엄마를 보며 우두커니 있다 점점 쪼그라들어 먼지처럼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환이와 함께 나도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라면 🍜을 한입밖에 먹지 못한 게 분통이 터지고 속상했다. '짭짤한 라면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톡 쏘는 달콤한 콜라도 한 모금만 먹었더라면! 그럼 엄청나게 혼나도 괜찮았을텐데......

p14

라면을 제대로 못먹은 것에 분통이 터진 환이. 모든 상황을 원망하며 걷던 환이 앞에 며칠 전 눈에 띈 '세상의 모든 라면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과 같이 환이가 본 가게는 첫째날엔 '세상의 모든 라면'이라는 간판을 붙이고 있고 월요일엔 '먹는게 남는 라면집', 수요일엔 '세상에서 제일 싸고 맛있는 라면-못 먹으면 후회함-'이라는 간판을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친한 친구 진혁이에게 라면 가게를 얘기하자 친구는 한번도 본 적 없다 말하고 혹시 정말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라면 가게를 확인해 보러 간다.

가게는 있었지만 또 그새 '삼천 원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가게'로 바뀐 간판을 보고 마침 주머니 속에 있는 삼천원을 가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p28-29 삼천원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가게

 

 

그림도 개성이 넘친다.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도 맛깔스럽고 그림도 글을 잘 뒷받침해주는 듯 참 맛깔스럽다.

 

 

 

p32-33

 

 

기름에 튀긴 밀가루는 몸에서 아주 나쁜 일을 해. , 이런 것 먹으면 몸이 가려워서 밤에 잠도 못 잔다니까? 절대로 먹으면 안 돼. 할머니가 몰래 끓여 줘도 안 먹겠다고

해야 돼.

-세상에 없는 가게p33

 

위에서처럼 엄마는 환이가 어렸을 적엔 조곤조곤 설명하며 타일렀다는데 좀 큰 뒤엔 길게 말하지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단다. 엄마가 못 먹게 할수록 환이는 더 그 음식들이 먹고싶어서 힘들어했다.

"엄마! 환이 먹을거 아무거나 주지 말라니까요? 텔레비전도 좀 틀어 놓지 말고요! 환이는 텔레비전 틀어 주고 라면 먹이고, 그렇게 안 키울 거예요."라고 말하는 환이의 엄마

 

 

 

세상에 없는 가게p53

 

 

어느 날 또 다른 가게, 치킨집으로 바뀐 가게에 가서 치킨을 먹던 환이는 멀찍이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치킨이 아닌 라면을 먹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너는 라면을 그렇게 좋아해? 왜 치킨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어?" 텔레비전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여자아이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나 라면 안 좋아하는데." "말도 안 돼, 라면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 환이는 말을 하다 말았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번뜩 떠올랐기 때문이다.p53

치킨집에서 본 아이를 친구에게 묘사하는 장면은 기괴하고 섬뜩하지만 재밌으면서도, 혹시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하고 유추해보게 됐다.

 

 

 

 

 

세상에 없는 가게p89-91

 

 

 

엄마는 환이를 위해 엄청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게 동화를 읽는 영어 학원을 찾고,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논술 학원을 골랐다.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느라 눈이 빠지도록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무엇보다 자연에서 마음껏 뛰노는 숲 놀이 체험을 찾았을 때 가장 기뻤다. 바깥 놀이할 시간이 별로 없는 환이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환이가 숲 놀이를 싫어하다니.....엄마는 정말로 그건 알지 못했다.p90

이 책이 좋은 이유는 한창 놀 시기인데 여러 학원으로 전전하며 본인과 맞지않는 숲놀이가 싫다고 말하지 못한 아이와 아이에게 여러 교육적 자극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충분히 아일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엄마를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가 된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자연스레 이야기속에 묻어나오게 풀어내고 있는 것도 좋았다. 자녀를 돌봐주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자꾸 잔소리하며 화를 냈던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했다.

이야기의 결말도 생뚱맞게 얼렁뚱땅 마무리하려는 느낌없이 재치있게 마무리되는 것도 좋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특히 아이가 있는 엄마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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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 소원어린이책 6
신은영 지음, 김다정 그림 / 소원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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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다가 머리를 식힐 때는 종종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본다. 세상에 찌든 정신이 좀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달까? 이번에 내게 온 책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는 머리도 말랑말랑, 마음도 말랑말랑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아래 사진처럼 이 책은 '향기를 파는 가게'이야기다. 그런데 그 향기가 특별하다. 바로 '잃어버린 기억을 돌려주는 곳'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수향이라는 아이가 우연히 K향기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할머니의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한 향기를 만들어 선물하기 위해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친구 보람이의 옷에서 나는 섬유유연제향,

라벤더향을 맡

으며 보람이가 학교에 왔는지 안 왔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 "뽀오오옹~" 소리와 함께 지독한 방귀향을 내뿜는 수찬이. 그림도 참 귀엽다.

 

 

 

 

"수향아, 이 사진 말이야."

할머니가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할머니 어릴 때 사진이잖아요."

흑백사진 속 할머니는 단발이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어머님, 사진은 왜요?"

"이 사진에서 바다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수향이가 얼른 사진에 코를 갖다 댔다. 킁킁! 다시 한번 킁킁!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냄새를 맡아도 바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중략)

"킁킁! 킁킁! 그래, 이 냄새야!"

할머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밝아서 더 서글프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수향이는 돌덩이가 가슴에 쌓인 것처럼 답답해졌따. 그때, 소매로 눈가를 닦고

급히 화장실로 들어서는 아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주변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자,

할머니가 킁킁대는 소리만 집 안에 울려 퍼졌다.

P23-26

 

 

 

 

사진처럼 몸을 웅크리고 깜깜한 방안에서 사진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 맡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을까. 특히나 어린 수향이 할머니의 기억을 붙잡아 줄 냄새가 사진속에서 나게 할 방법을 궁리하며 고민하는 모습은 참 예쁘고 기특했다.

할머니에 대한 고민을 하며 걷던 수향이가 어느 두 여자의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K향기가게'에 대해 알게된다. 어쩌면 할머니의 기억속의 냄새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찾아간 가게에서는 그 향기를 만들 수는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가격이 수향이가 감당하기엔 큰 금액이다.

 

 

우리 엄마 품에서 나던 비누 냄새랑 엄마가 사준 새 고무신 냄새가 참 그리워. 엄마 품에 안겨 있으면 포근해서 절로 잠이 왔었지. 닳아서 구멍이 난 고무신 대신 새 고무신을 받았던 날도 참 행복했단다. 아까워서 바로 신을 수도 없었지. 그래서 한동안 새 고무신은 손에 들고, 구멍 난 고무신을 계속 신고 다녔어. 새 고무신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면 고무 냄새에 절로 힘이 나더구나.

P42

 

 

나는 양가 할머니가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와의 추억이 전혀 없다. 그리고 할아버지들도 부모님 어렸을 적 돌아가셔서 뵌 적이 없다. 좀 우수운 얘기지만 난 우리 아들 딸이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난 어려서 부모님이 바쁘셔서 부모님과의 추억도 별로 없는데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 사랑은 물론 양쪽 집안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이답게 해맑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다.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의 수향이도 할머니와의 남다른 추억이 있기에 할머니의 기억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향기 만들기에 열정을 내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이 치매 할머니를 위해 손녀딸이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에서 특별 향수를 제작해서 할머니에게 드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어요 라고 끝맺는다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을거다.

수향이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까지 할머니에게 맞춤 향수를 만들어 드리고자했던 k가게 바로 옆, s가게 아저씨가 수향이의 간절함을 이용해 k가게 사장님을 험담하는 것을 너머 그의 중요한 향기레시피북을 훔치게끔 유혹한다.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p76-78

 

 

k향기 사장님이 외출하신 사이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손님으로 찾아온다. 딸아이가 매일 밤 엄마를 그리워하며 우는 것이 안타까워 엄마의 체취라도 맡게 해주려고 향기를 만들러왔다며..... 어린 수향이 어른 남자를 위로하며 건네는 말에 괜시리 나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정말 이 세상에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그 때 그 장소에서 맡은 그 향기를 되살릴 수 있다면 슬픔도 치유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않을까? 나는 어떤 향을 맡으면 행복하다고 느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내 아들에게 생각이 미친다. 6살 우리 아들은 가끔 "엄마, ~~ 엄마한테서 나는 이 냄새가 너무 좋아~~"하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내 품안에 파고든다. 그게 나도 좋아 이따금 아들이 좋아하는 베이비파우더향의 미스트를 뿌린다.

 

 

 

 

 

 

이런 상상을 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기억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우리가 매일매일 행복한 기억을 잃어 간다면 마음이 슬프고 답답해질 거예요. 가족과 즐겁게 보냈던 기억,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들은 우리를 늘 행복하게 해 주잖아요.

(중략)

우리의 후각은 아주 강력해서 냄새를 맡는 순간,

옛날 기억이 재생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까 옛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향기를 팔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옛 추억을 음미하며 더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도 수향이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으면 좋겠어요. 그 따뜻한 마음이 결국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작가의 말 중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리는 향기를 찾는 수향이의 이야기를 통해 향기, 기억, 추억, 가족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책,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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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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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작가의 꿈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요새 글쓰기, 책쓰기에 관한 책들이 참 많다. 나도 관심이 많아서 자주 접하는데 그런 책들을 볼 때마다 '작가'라는 직업을 향한 존경이 우러나온다. 글의 소재나 텍스트만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쓸 때도 수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는 것을 아니 어느 책을 읽더라도 쉽게 비판을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이 책을 쓴 저자는 "언젠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몇 번이나 포기를 거듭했다. 마침내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고 밥벌이의 갈피마다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쓰고 있다면 작가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 남들이 뭐라해도."라고 자기 소개를 한다.

 

 

얼마나 더 흔들려야 나는 완성될까

-프롤로그

 

 

장래희망을 말하는 것이 쑥스러운 나이가 된 이후로도 여전히 난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여러 가지 밥벌이를 전전해야만 했다. 모두가 시치미 뚝 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히 해내는 먹고사는 일이 내겐 쉽지 않았다. 편의점, 식당, 공사판, 백화점, 공장... 작가와는 거리가 먼 밥벌이를 전전하며 마음속으로는 늘 초조함에 발을 굴러야 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글을 써야 하는 시간에 난 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지?

(중략)

서른한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마침내 항복하기로 했다. 글쓰기 따위 확 때려치우기로 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지난 허송세월을 변명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내심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글쓰기를 포기한다고 인생이 끝나진 않았다. 허송세월에 대한 초조함과 의무감에 쫓겨 백지 위에서 안절부절못했던 시간이 사라졌을 뿐이다. 마치 고작 가슴께 깊이 물속에서 사람 살리라며 허우적거린 것처럼 쑥스러웠다. (중략)

별수 없이 확 때려치우기로 했던 ''로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정리했다. 남들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지금보다도 훨씬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나를 대면하며 몇 번이나 펜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건 뜻밖에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발견 덕분 이었다. (중략) 지난 시간을 정리한 글을 다시 한 번 훑어보며, 아직도 군데 군데 보이는 쑥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무언가를 쓰는 이상 나는 이미 작가로 앞으로도 작가일 거라고. 비록 여전히,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마음 속에는 '작가의 꿈'을 품은 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일들을 풀어놓기도 하고 후반부에서는 부모님의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그의 삶을 여러 가지 소재로 자연스레 이야기하는데 소소한 그의 일상이야기가 소소하지 않게 다가왔다. 솔직하면서도 위트있는 글. 근사하게 포장하려 하지 않고 자신을 내어보이는 글이라 친한 동생얘기같기도 하고 괜시리 친근한 느낌이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1

 

고작 그것도 권력이라고~~~

 

난 내가 노인에게 큰 은혜를 베풀고 있다고 착각했다. 깡통을 분리하고 부피를 줄이고 내용물을 비우는 건 그저 나의 일이었을 뿐인데, 고작 내 업무상 가졌던 조그마한 선택권, 즉 재활용 봉투를 쓰레기 차가 수거하게 할지 노인에게 줄지 결정하는 코딱지만 한 권한을 휘두르며 우쭐거린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에게 갑질을 하고 있던 셈이다. 작 편의점 점원으로서 가진 권한으로도 이럴진대, 만약 내가 하급자를 두는 위치에 서면 어떻게 될까? 혹은 내가 보험심사관이라면, 어느 조직의 인사권을 쥔다면, 기초 생활 수급자를 판단하는 공무원이 된다면 어떨까? 직책이 갖는 권한을 내 권력으로 착각하며 사람들에게 존경을 강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뉴스에 나올 만한 짓을 벌여놓고, 단지 관행이었으며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추악한 변명이나 늘어놓을지 모를 일이다.P38

편의점 점원일을 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권력있는 자로서 휘두르는 권한에 대해서 자신에 비추어 말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 권력을 무기삼아 갑질을 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저자의 글이 좋다.

 

 

삶의 중심에 둬야 할 것 ~~~

 

나는 무슨 일을 하든 마음에 안 들면 곧잘 때려치우곤 했다. 그런 내가 만만찮은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을 만큼 버틴 곳이 백화점 문화센터였다.(중략) 스트레스의 가장 큰 주범은 진상 고객도 본부장의 친절 교육도 아닌 문화센터 담당 매니저였다.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 딱히 속 시원한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한둘쯤 있기 마련이었지만, 직속 상사의 미움을 받았던 건 처음이라서 여간 곤란한게 아니었다.P50

결국 이른 퇴사를 결정했다. 마지막 날, 작별 인사를 하는 내게 매니저가 덕담을 해줬다. "고작 이 정도 스트레스로 안면 마비까지 오냐?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퇴사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차라리 화풀이 한 번 크게 하고 신세를 망치는 선택도 심각하게 고려했을 만큼 거창했던 분노와 미움도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중략) 그토록 쉽게 사그라질 감정에 지배됐던 지난 몇 달이 우스웠다. 다만 아직도 남아 있는 후회가 하나 있다. 일하는 동안 내 삶의 중심에 나 자신이 아닌 매니저를 뒀다는 것이다.P54

 

 

용기와 배려~~~

 

성의 없이 손뼉을 치던 나는 그제야 내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엔 노인들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비웃는 우월감이 있었고, 은연중에 그걸 드러낸 것이다. 그들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기 위해서, 글 쓸 줄 아는 게 당연한 세대로 태어나기 위해서, 글 쓸 줄 아는 게 당연한 세대로 태어나기 위해서 먼지 한 톨만큼의 노력도 한 적 없으면서 말이다.P71

 

 

적당히 거리를 두는 법~~~

 

취객의 난동 빈도는 여전했지만, 그들이 내 턱 밑에 삿대질해가며 침을 튀겨도 나는 전처럼 상처받진 않았다. 그들은 결코 나에게 화난 것이 아니었으니까. 몇 걸음 물러나서 보니 그들의 혹독한 우울과 외로움, 패배 의식과 상처, 그리고 고통이 더욱 선명했다. 그러나 거기에 나까지 전염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 내 탓이 아니듯, 내가 나의 인생에서 겪는 괴로움도 그들 탓이 아니었으니까.P76

 

 

그 또한 사람살이~~~

 

어느 쪽이든 특별할 것도 비루할 것도 없고 더 의미 있을 것도 무의미할 것도 없다. 글 쓰는 것과 직장을 다니는 것,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과 허니버터칩을 찾아 온 동네를 뒤지는 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인생살이다. 그리고 인생살이 비웃어봤자 정작 초라해지는 건 나 자신을 거다. 난 기실 나의 열등감을 속이기 위해 가졌던 만사에 냉소하는 습관을 버리기로 다짐했다. 어쩐지 새상의 손을 맞잡고 악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P85

 

 

내가 호주에 있을 때~~~~말이야

 

 

2나는 겨우 세상 사람 대부분은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아니 기억해낼 수 있었다. 호주에 2년이 아니라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200년을 살다 왔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내가 달라져시다는 건 말이 아니라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이번 장은 저자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러 가서 그 때의 경험들을 재미나게 풀었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나로서는 저자의 호주생활을 보면서 단순히 노동하며 영어공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싶었다. 체험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는 느낌이었다.

 

 

얻은 것과 잃은 것~~~

 

그가 잃은 것이 나에겐 ''이기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얻은 것이 언뜻 탐나지만 기실 내 인생엔 그다지 쓸모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난 나와 다르게 사는 이들에 대해 열등감도 질투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할 것들에 대한 희구와 경멸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 내 몫이 아닌 포도라고 해도 딱히 더 달지도 시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포도 맛일 테니까.p112

저자는 아직 30대 청년이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데 기성세대도 배울만한 점이 많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누군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비록 지금 하는 일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이라 느끼셔도 ○○○께서 알게 모르게 얻게 되는 것들이 있을거라 생각해요."라고.

저자도 각종 아르바이트를 넘나들며 일하고 배운 것들이 저자의 삶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이란 좋은 글도 쓰지않았나싶다.

 

 

그게 나니까~~~

 

p162-163

 

 

위 사진의 글은 저자가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는 글쓰기를 선택한 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게 아닐까? 능력이든 환경이든 내게 주어진 것이 지금과 달랐다해도 마찬가지로 글을 썼을까?"라고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그 생각들을 극복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낸 것에, 포기를 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박수쳐드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출간될 저자의 수많은 책도 관심갖고 읽어보며 작가로서의 그의 삶을 응원하려한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은 비슷해보이는 듯 다르지만 오늘도 타인의 삶을 엿보며 '함부로 타인을, 그의 삶을 평가하지말자,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말자.'고 다짐해 본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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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윤미나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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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애를 마지막으로 해본 것이 벌써 6년 전이다. 남편과 아주 짧은 만남을 갖고 결혼이란 제도권 안에 들어왔으니.....

뭐 혹자는 결혼도 연애의 연장선 아니냐며 충분히 연애감정 느끼며 남편과 알콩달콩 지낼 수도 있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다. ... 난 전혀 No!

연애때도 남편은 연애에 대해 무지했으며, 남편에게 연애란 결혼을 하기 위한 준비기간에 불과했다. 그러기에 결혼생활 7년차인 내가 연애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 내가 무슨 마음으로 38,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을까?

단순히 나와 나이가 같아서, 만약 지금까지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하루 하루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무언가 할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때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냥 빈둥거리며 Tv채널만 돌리다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그랬던 솔로의 시절이 가끔 그립다. 물론 나만의 시간이 아예 없진 않지만 홀로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다.

 

 

 

 

 

사랑과 일, 둘 다 안 풀리는 사람의 대표주자인 38살 그녀,

20년 가까이 축적된 믿을만한 통계로 '연애에 도통 재주가 없는 싱글'이라 판명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믿고 열심히 찾아다니는 중이다.

저자 소개 중

 

38살에 갖게 된 보금자리

 

제목만 보고 추측하면 사회생활 10년 이상 된 여성이 혼자만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했구나 싶다. 하지만 1년 조금 넘게 만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 중, 남자친구가 루게릭병이라는 믿을 수 없는 병을 판정받는다. 부동산에 내놓은 전세집에 다른 사람과 계약이 되어 집도 잃고 사무실 편 켠에 쇼파베드를 깔고 생활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책을 읽으며 그녀에 대해 알기도 전에 짠한 마음부터 든다.

 

 

딱히 잘못한 건 없지만

항상 잘못되어버리는

 

20대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해서 종종 불행하다고 느껴지곤 했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지나고 나니 확실한 불행들이 툭툭 인생 안으로 던져진다. 늙어가고 아파지는 부모님, 코앞에서 깨져버리는 결혼, 그리고 이젠 결정되어 되돌리기 힘들 것 같은 경제적 빈곤. 높은 산 하나를 겨우겨우 힘들게 올라간 후에 조금은 쉬운 내리막길이 보일 줄 알았는데, 인생은 "어랏, 결딜 만한가 봐? 그럼 이건 어때?"라며 급기야 기어가야 할 것 같은 험난한 돌 산을 내어 줄 뿐이다.(중략)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내게 "어느 집이든 들여다보면 다 문제가 있는 거야."라며 남을 부러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인생은 똔똔'이라는 지혜로운 그 말씀을 아직 난 받아들일 수 없다.P38-39

나도 서른을 넘어가면 뭔가 큰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성장은 할 거라 생각했다.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도 덜 하며 안정감을 가지고 평정심을 유지한채 젊은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가 마주한 일상은 참 평탄지 않고 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며 마음은 아이들을 볼 땐 행복감에 젖다가 고달픈 삶을 마주하면 불안과 우울이라는 바다 속에 침잠한다.

그동안 결혼 잘해 편히 산다는 친구 딸들을 부러워하는 동시에 날 걱정하시는 엄마를 "인생은 자신의 걸음으로 자유롭게 설계하는 것."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안심시켜드렸지만 이제는 불공평한 인생 앞에 아랫배에 힘 빡 주고 당당히 서 있지 못하겠다. 눈이 매우 높아서도 아니고, 바람이 났던 것도 아니며 심지어 성격이 잘 안 맞았던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솔로가 되어버리는 것. 그것이 사랑이란 몹쓸 것이 요즘 나를 괴롭히는 이유이다. 나 이러다 진짜 혼자 외롭게 늙어 죽는 거 아닐까?(중략) 지난 몇 년 간의 연애의 실패는 억울함을 넘어서 끝내 궁금함을 불러왔다. 난 그동안 열심히 사랑하지 않은 걸까?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과 이해가 부족했었나? 아니면 사랑에 있어서 바람과 노력 그리고 결과란 것은 눈곱만큼의 연관성도 없이 각자 흘러가는 것뿐인가.P24-25

나도 이따금 결혼생활 중 남편과 부딪히고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남편이 나를 약올리려고 애쓰는(?)모습을 볼 때 '왜 이 남자를 택했을까?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누구와 결혼 생활을 했다면 소중히 여김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현재의 상황을 간단히 얘기하고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연애이야기를 한다. 나도 나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녀가 되어 그녀의 연애속으로 빠져들어갔다.

31, 키크고 매력적인 그와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의 비슷한 유머코드에 편안함을 느끼고 누가봐도 좋아할 만한 그에게 점점 빠져든다.

훈훈한 외모를 지닌 그와는 달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상대적인 빈곤함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차고 넘쳐 재벌급인 나이. 그다지 높지도 않은 연봉을 받는 디자이너며 지방에서 작은 식당을 하시는 부모님의 막내딸. 대단할 것이 하나 없는 평범한 서민의 표본이 바로 나였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두 분 다 치과의사인 그의 부모님은 정형외과 의사인 형의 평범한 여자 친구를 반대했고 끝내 그의 형은 몹시 부자인 강남 건물주의 딸과 결혼했다고 한다. 조건을 보고 하는 형의 결혼이 싫었다고 말하는 그의 말보다는 그가 그런 집안 아들이라는 것이 내겐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나에게 딱 맞는 옷 같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을 30살 넘게 살며 평균의 세상 물정을 겪어온 나는 알 수 있었다 .P37

어떤 친구에게 물어보면 그가 날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심하게 간 보는 남자라며 집어치우라고 했다. 그가 날 좋아하는 것인지, 단순한 우정인 것인지 늘 헷갈렸고 그에 대한 마음을 계속 키워도 되는지, 아니면 접어야 하는지도 늘 확신이 없었다.P41

이상하게도 그 헷갈리게 하는 남자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평소의 그답지 않았던 충동적이며 직설적인 행동과 말,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눈빛들이 하루 종일 생각났다. 회사 책상에 앉아 이메일을 읽으면서도, 중요한 업무 회의를 하면서도, 심지어 좌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면서도. 전날 밤의 모든 것을 떠올리며, 순간순간을 곱씹으며, 멍해지는 나였다. 망했다. 난 그를 사랑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그것이 곧 사랑하게 될 거라는 의미인 것 같아 두려워진다. 그는 "잘 자요, 연락할게,"라고 말하며 돌아갔는데 이후로 연락이 없다. 하루가 지났다.P45

마치 엊그제 일을 회상하며 글을 쓴 듯 하다. 글 속에 매력적인 그를 머리로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면서 가슴으로는 애타게 그를 찾는다.

쉬이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간절함이 덜 한게 사실이다. 왠지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는 33살의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나는 벌써 33살인데 그를 만나도 되는 걸까?' 지금은 그저 좋아서 만난다쳐도 나중에 그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게 뻔히 보이는데 결국 헤어지고 나면 나만 세월을 날리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마음의 경고 저 멀리, 막역히 눈멀어버린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그와 사랑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헤어지게 된다고 해도 슬픔 때문에 죽진 않을 거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련을 갖고 사는 것보단 더 행복하고 더 아파하는 것. 어쩜 그건 사랑을 성공적으로 하는 방식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인생을 오롯이 나의 것으로 살아내는 거겠지. 사랑하는 하루하루의 기쁨을, 나도 모르게 피어버리는 웃음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P51

보통 연애를 한 사람과 하다가 결혼까지 이어져 사는 경우, 연애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좋다는 쪽은 아니지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예상하더라도 마음이 끌리는대로 사랑의 감정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어 빠져보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해 볼 만한 일인 것 같다.

그가 좋은 이유를 굳이 찾으려 들자면, '아마 우린 코드가 맞아서이고 그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서이고 허우대도 멀쩡해 보고 있으면 뿌듯해서.'등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내 구구절절해지다 점차 사실과 멀어진다. 그건 마치 바닷가의 해가 지는 순간을 담으려 할 때, 타는 듯 붉게 변하고 있는 하늘을 살리려고 하면 바다가 금세 어두워지고, 바다의 미세하게 반짝이는 투명한 아름다움을 살리려고 하늘이 하얘지고 마는 것과 같다. 그 순간은 담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일이란, 그 순간이 마냥 아름답고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것이다.설명할 수 없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아름다움을 그에게서 보았다.P65

현실속에서 '그 자체만으로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남자' 를 만난 그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며칠째 빨지 않은 트레이닝복에 삼색 슬리퍼를 끌고 있는 차림이어도 얼른 문병 오라고 평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닐까. 병실의 보호자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반찬을 쭉 늘어놓고 먹는 이 초라한 식사에 어울리는 그런 남자를 만나야 하는 것 아닐까. 나의 현실은 이러한데, 이상형이니 소울메이트니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걸까.P75

오늘이 헤어지는 날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나는, 결혼 생각까진 없는 사랑의 깊이에 실망했다고 했고 그는, 나를 이해하지만 아직은 결혼을 할자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처음 사랑한 여자는 아니지만 가장 사랑한 여자였다고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나같은 여자가 그때까지 혼자일 것 같아?"라고 투덜거렸다.P85

예상한 헤어짐이지만 참 아쉽다.

3, '결혼하기 좋은 남자편'에서는 외모는 별로지만 조건이 좋고 무엇보다 다정다감하며 부모님도 좋아할 법한 남자와의 연애담이야기가 나온다. 결론을 알지 않았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기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그 남자와 결혼하여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길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이없는 일로 이별을 하고 만다. 남자쪽 어머니가 두 사람의 사주를 보고왔는데 궁합이 나쁘다는 것.

연하도 아니고 바람둥이도 아니며 남자가 더 적극적이라 완벽해 보였던 이 사랑은 그 단단함이 다이아몬드는커녕 계란 껌질만도 못하여 한 번의 떨굼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하고 싶어서 나를 찾아낸 것뿐이었다. 사람을 척 보면 아는 현명한 눈을 가졌다는 보통의 30대가, 나는 아닌가 보다.P133

마마보이의 30대 후반의 남자, 정말 별로다. 나도 마마보이를 만난 적이 있다. '나의 이상형'에 맞는 남자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지인 소개로 만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다운 사람이었다. 유머감각도 있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공감능력도 뛰어나 만나는 동안 즐거웠다. 장거리연애였는데 그의 직업적 특성상 몇 달은 해외에 나가 있고 휴가를 받아 2달 정도 집에 머무르며 그 휴가기간에 나를 만난 것인데 1년정도 지나고였을까, 휴가가 끝나기기 이틀 전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제 아무리 집을 오래 비우는 사람이어도 다 큰 성인 남자가 여자친구와의 통화보다 자신의 엄마와 통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그 이후 어느 사건을 계기로 신뢰감을 잃어 헤어지게 되었지만 홀시어머니를 두고 있는 나이많은 마마보이와 헤어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단순한 연애서 같지만 나와 닮아 있는 연애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늙은 연애의 좋은 점

 

봄엔 김밥을 싸서 하얗게 만개한 벚꽃길을 걸었고, 여름엔 아는 형님이 하신다는 동해의 바닷가에 가서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 주말엔 최신 개봉하는 영화를, 주중엔 단골 백반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산책을 하며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해주고 들여다보고 챙겨주는 따뜻하고 소소한 연애. 그와의 연애는 하늘을 날듯이 기쁜 일도 없지만,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힘든 일도 없어 좋다. 부자보다는 약간 짠돌이에 가까운 그가 기념일 날 비싼 프렌치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을 보고 머뭇거려도, 그런 것쯤 많이 먹어봐서 궁금하지도 않은 나는 그의 섬세한 고기 굽는 솜씨가 빛나는 12,900원 연탄 구이 갈빗집이 좋다.P223-224

30대 초반엔 누가봐도 매력적인 남자와 연애를 했던 그녀가 30대 후반이 되어 소소한 일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을 만난 것이 그래도 다행이다싶었는데 왜 그녀에겐 연애운이 이다지도 없는건지......앞서 말했듯이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것도 결혼할 사람이 루게릭병이란 어마어마한 병에 걸린 것이다.

 

 

인생은 파도 곡선

 

5년간의 짠한 나의 연애를 돌아본 것은 그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해야 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들과 만나고 헤어진 모든 과정에서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었고 심지어 사랑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것에 스스로 위로가 되었다. 게대가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고 늘 헛발질에 가까운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내 연애만 거지같은 것은 아니야.'라는 것을 알 때 연애에 도통 재능이 없는 우리 싱글들은 서로 위로받는 법이니까.(중략) 평범하지만 잘 안 풀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대부분 인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행복해보이는 다른 친구와 비교되어 마음속에 괴로움, 부러움, 자괴감이 넘쳐난다면,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 저 친구는 자기 인생의 파도 위에, 나는 내 인생의 파도 아래에 있을 뿐이야.' 누구나 자기 인생의 파도에는 피할 수 없는 높낮이의 파장이 있을 테니말이다. 이러이러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자자랑하는 사람들과는 92살 때 쯤 지팡이 짚고 다시 만나서 평가하고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전ㅇ엔 우리 모두 처음 가보는 인새이니, 가다가 꽃밭이 나오면 콧노래를 부르고 깊고 검은 바다가 나오면 열심히 팔을 저으며 수영하는 수밖에. 누구나 그 인생의 어느 부분에 한없이 반짝이던 시기가 있었음을 기억하자 .

누구나 자기 인생의 파도에는 피할 수 없는 높낮이의 파장이 있다는 말에 위로가 된다. 오늘 갑작스런 두통으로 힘들었다. 근육통까지 와서 약을 먹었는데 운전하면서 신호대기 중인 그 짧은 시간에 잠깐 혼미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 겨우 정신을 붙들고 목적지까지 갔다. 한동안 마음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더니 마음이 평온해지니 몸이 말썽이다.

이럴 때는 무작정 다 놓고 쉬어야한다. 어차피 길게 볼 인생. 마음이든 몸이든 멀쩡해야 꽃 길이든 자갈길이든 걸어나갈 테니까.

연애 감정 살아나게 해주는 38,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이 책 연애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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