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작가의 꿈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요새 글쓰기, 책쓰기에 관한 책들이 참 많다. 나도 관심이 많아서 자주 접하는데 그런 책들을 볼 때마다 '작가'라는 직업을 향한 존경이 우러나온다. 글의 소재나 텍스트만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쓸 때도 수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는 것을 아니 어느 책을 읽더라도 쉽게 비판을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이 책을 쓴 저자는 "언젠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몇 번이나 포기를 거듭했다. 마침내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고 밥벌이의 갈피마다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쓰고 있다면 작가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 남들이 뭐라해도."라고 자기 소개를 한다.

 

 

얼마나 더 흔들려야 나는 완성될까

-프롤로그

 

 

장래희망을 말하는 것이 쑥스러운 나이가 된 이후로도 여전히 난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여러 가지 밥벌이를 전전해야만 했다. 모두가 시치미 뚝 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히 해내는 먹고사는 일이 내겐 쉽지 않았다. 편의점, 식당, 공사판, 백화점, 공장... 작가와는 거리가 먼 밥벌이를 전전하며 마음속으로는 늘 초조함에 발을 굴러야 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글을 써야 하는 시간에 난 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지?

(중략)

서른한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마침내 항복하기로 했다. 글쓰기 따위 확 때려치우기로 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지난 허송세월을 변명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내심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글쓰기를 포기한다고 인생이 끝나진 않았다. 허송세월에 대한 초조함과 의무감에 쫓겨 백지 위에서 안절부절못했던 시간이 사라졌을 뿐이다. 마치 고작 가슴께 깊이 물속에서 사람 살리라며 허우적거린 것처럼 쑥스러웠다. (중략)

별수 없이 확 때려치우기로 했던 ''로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정리했다. 남들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지금보다도 훨씬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나를 대면하며 몇 번이나 펜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건 뜻밖에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발견 덕분 이었다. (중략) 지난 시간을 정리한 글을 다시 한 번 훑어보며, 아직도 군데 군데 보이는 쑥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무언가를 쓰는 이상 나는 이미 작가로 앞으로도 작가일 거라고. 비록 여전히,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마음 속에는 '작가의 꿈'을 품은 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일들을 풀어놓기도 하고 후반부에서는 부모님의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그의 삶을 여러 가지 소재로 자연스레 이야기하는데 소소한 그의 일상이야기가 소소하지 않게 다가왔다. 솔직하면서도 위트있는 글. 근사하게 포장하려 하지 않고 자신을 내어보이는 글이라 친한 동생얘기같기도 하고 괜시리 친근한 느낌이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1

 

고작 그것도 권력이라고~~~

 

난 내가 노인에게 큰 은혜를 베풀고 있다고 착각했다. 깡통을 분리하고 부피를 줄이고 내용물을 비우는 건 그저 나의 일이었을 뿐인데, 고작 내 업무상 가졌던 조그마한 선택권, 즉 재활용 봉투를 쓰레기 차가 수거하게 할지 노인에게 줄지 결정하는 코딱지만 한 권한을 휘두르며 우쭐거린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에게 갑질을 하고 있던 셈이다. 작 편의점 점원으로서 가진 권한으로도 이럴진대, 만약 내가 하급자를 두는 위치에 서면 어떻게 될까? 혹은 내가 보험심사관이라면, 어느 조직의 인사권을 쥔다면, 기초 생활 수급자를 판단하는 공무원이 된다면 어떨까? 직책이 갖는 권한을 내 권력으로 착각하며 사람들에게 존경을 강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뉴스에 나올 만한 짓을 벌여놓고, 단지 관행이었으며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추악한 변명이나 늘어놓을지 모를 일이다.P38

편의점 점원일을 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권력있는 자로서 휘두르는 권한에 대해서 자신에 비추어 말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 권력을 무기삼아 갑질을 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저자의 글이 좋다.

 

 

삶의 중심에 둬야 할 것 ~~~

 

나는 무슨 일을 하든 마음에 안 들면 곧잘 때려치우곤 했다. 그런 내가 만만찮은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을 만큼 버틴 곳이 백화점 문화센터였다.(중략) 스트레스의 가장 큰 주범은 진상 고객도 본부장의 친절 교육도 아닌 문화센터 담당 매니저였다.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 딱히 속 시원한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한둘쯤 있기 마련이었지만, 직속 상사의 미움을 받았던 건 처음이라서 여간 곤란한게 아니었다.P50

결국 이른 퇴사를 결정했다. 마지막 날, 작별 인사를 하는 내게 매니저가 덕담을 해줬다. "고작 이 정도 스트레스로 안면 마비까지 오냐?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퇴사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차라리 화풀이 한 번 크게 하고 신세를 망치는 선택도 심각하게 고려했을 만큼 거창했던 분노와 미움도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중략) 그토록 쉽게 사그라질 감정에 지배됐던 지난 몇 달이 우스웠다. 다만 아직도 남아 있는 후회가 하나 있다. 일하는 동안 내 삶의 중심에 나 자신이 아닌 매니저를 뒀다는 것이다.P54

 

 

용기와 배려~~~

 

성의 없이 손뼉을 치던 나는 그제야 내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엔 노인들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비웃는 우월감이 있었고, 은연중에 그걸 드러낸 것이다. 그들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기 위해서, 글 쓸 줄 아는 게 당연한 세대로 태어나기 위해서, 글 쓸 줄 아는 게 당연한 세대로 태어나기 위해서 먼지 한 톨만큼의 노력도 한 적 없으면서 말이다.P71

 

 

적당히 거리를 두는 법~~~

 

취객의 난동 빈도는 여전했지만, 그들이 내 턱 밑에 삿대질해가며 침을 튀겨도 나는 전처럼 상처받진 않았다. 그들은 결코 나에게 화난 것이 아니었으니까. 몇 걸음 물러나서 보니 그들의 혹독한 우울과 외로움, 패배 의식과 상처, 그리고 고통이 더욱 선명했다. 그러나 거기에 나까지 전염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 내 탓이 아니듯, 내가 나의 인생에서 겪는 괴로움도 그들 탓이 아니었으니까.P76

 

 

그 또한 사람살이~~~

 

어느 쪽이든 특별할 것도 비루할 것도 없고 더 의미 있을 것도 무의미할 것도 없다. 글 쓰는 것과 직장을 다니는 것,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과 허니버터칩을 찾아 온 동네를 뒤지는 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인생살이다. 그리고 인생살이 비웃어봤자 정작 초라해지는 건 나 자신을 거다. 난 기실 나의 열등감을 속이기 위해 가졌던 만사에 냉소하는 습관을 버리기로 다짐했다. 어쩐지 새상의 손을 맞잡고 악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P85

 

 

내가 호주에 있을 때~~~~말이야

 

 

2나는 겨우 세상 사람 대부분은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아니 기억해낼 수 있었다. 호주에 2년이 아니라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200년을 살다 왔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내가 달라져시다는 건 말이 아니라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이번 장은 저자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러 가서 그 때의 경험들을 재미나게 풀었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나로서는 저자의 호주생활을 보면서 단순히 노동하며 영어공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싶었다. 체험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는 느낌이었다.

 

 

얻은 것과 잃은 것~~~

 

그가 잃은 것이 나에겐 ''이기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얻은 것이 언뜻 탐나지만 기실 내 인생엔 그다지 쓸모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난 나와 다르게 사는 이들에 대해 열등감도 질투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할 것들에 대한 희구와 경멸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 내 몫이 아닌 포도라고 해도 딱히 더 달지도 시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포도 맛일 테니까.p112

저자는 아직 30대 청년이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데 기성세대도 배울만한 점이 많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누군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비록 지금 하는 일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이라 느끼셔도 ○○○께서 알게 모르게 얻게 되는 것들이 있을거라 생각해요."라고.

저자도 각종 아르바이트를 넘나들며 일하고 배운 것들이 저자의 삶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이란 좋은 글도 쓰지않았나싶다.

 

 

그게 나니까~~~

 

p162-163

 

 

위 사진의 글은 저자가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는 글쓰기를 선택한 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게 아닐까? 능력이든 환경이든 내게 주어진 것이 지금과 달랐다해도 마찬가지로 글을 썼을까?"라고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그 생각들을 극복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낸 것에, 포기를 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박수쳐드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출간될 저자의 수많은 책도 관심갖고 읽어보며 작가로서의 그의 삶을 응원하려한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은 비슷해보이는 듯 다르지만 오늘도 타인의 삶을 엿보며 '함부로 타인을, 그의 삶을 평가하지말자,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말자.'고 다짐해 본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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