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 소원어린이책 6
신은영 지음, 김다정 그림 / 소원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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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 책을 읽다가 머리를 식힐 때는 종종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본다. 세상에 찌든 정신이 좀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달까? 이번에 내게 온 책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는 머리도 말랑말랑, 마음도 말랑말랑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아래 사진처럼 이 책은 '향기를 파는 가게'이야기다. 그런데 그 향기가 특별하다. 바로 '잃어버린 기억을 돌려주는 곳'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수향이라는 아이가 우연히 K향기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할머니의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한 향기를 만들어 선물하기 위해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친구 보람이의 옷에서 나는 섬유유연제향,

라벤더향을 맡

으며 보람이가 학교에 왔는지 안 왔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 "뽀오오옹~" 소리와 함께 지독한 방귀향을 내뿜는 수찬이. 그림도 참 귀엽다.

 

 

 

 

"수향아, 이 사진 말이야."

할머니가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할머니 어릴 때 사진이잖아요."

흑백사진 속 할머니는 단발이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어머님, 사진은 왜요?"

"이 사진에서 바다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수향이가 얼른 사진에 코를 갖다 댔다. 킁킁! 다시 한번 킁킁!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냄새를 맡아도 바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중략)

"킁킁! 킁킁! 그래, 이 냄새야!"

할머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밝아서 더 서글프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수향이는 돌덩이가 가슴에 쌓인 것처럼 답답해졌따. 그때, 소매로 눈가를 닦고

급히 화장실로 들어서는 아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주변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자,

할머니가 킁킁대는 소리만 집 안에 울려 퍼졌다.

P23-26

 

 

 

 

사진처럼 몸을 웅크리고 깜깜한 방안에서 사진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 맡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을까. 특히나 어린 수향이 할머니의 기억을 붙잡아 줄 냄새가 사진속에서 나게 할 방법을 궁리하며 고민하는 모습은 참 예쁘고 기특했다.

할머니에 대한 고민을 하며 걷던 수향이가 어느 두 여자의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K향기가게'에 대해 알게된다. 어쩌면 할머니의 기억속의 냄새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찾아간 가게에서는 그 향기를 만들 수는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가격이 수향이가 감당하기엔 큰 금액이다.

 

 

우리 엄마 품에서 나던 비누 냄새랑 엄마가 사준 새 고무신 냄새가 참 그리워. 엄마 품에 안겨 있으면 포근해서 절로 잠이 왔었지. 닳아서 구멍이 난 고무신 대신 새 고무신을 받았던 날도 참 행복했단다. 아까워서 바로 신을 수도 없었지. 그래서 한동안 새 고무신은 손에 들고, 구멍 난 고무신을 계속 신고 다녔어. 새 고무신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면 고무 냄새에 절로 힘이 나더구나.

P42

 

 

나는 양가 할머니가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와의 추억이 전혀 없다. 그리고 할아버지들도 부모님 어렸을 적 돌아가셔서 뵌 적이 없다. 좀 우수운 얘기지만 난 우리 아들 딸이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난 어려서 부모님이 바쁘셔서 부모님과의 추억도 별로 없는데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 사랑은 물론 양쪽 집안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이답게 해맑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다.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의 수향이도 할머니와의 남다른 추억이 있기에 할머니의 기억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향기 만들기에 열정을 내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이 치매 할머니를 위해 손녀딸이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에서 특별 향수를 제작해서 할머니에게 드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어요 라고 끝맺는다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을거다.

수향이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까지 할머니에게 맞춤 향수를 만들어 드리고자했던 k가게 바로 옆, s가게 아저씨가 수향이의 간절함을 이용해 k가게 사장님을 험담하는 것을 너머 그의 중요한 향기레시피북을 훔치게끔 유혹한다.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p76-78

 

 

k향기 사장님이 외출하신 사이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손님으로 찾아온다. 딸아이가 매일 밤 엄마를 그리워하며 우는 것이 안타까워 엄마의 체취라도 맡게 해주려고 향기를 만들러왔다며..... 어린 수향이 어른 남자를 위로하며 건네는 말에 괜시리 나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정말 이 세상에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그 때 그 장소에서 맡은 그 향기를 되살릴 수 있다면 슬픔도 치유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않을까? 나는 어떤 향을 맡으면 행복하다고 느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내 아들에게 생각이 미친다. 6살 우리 아들은 가끔 "엄마, ~~ 엄마한테서 나는 이 냄새가 너무 좋아~~"하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내 품안에 파고든다. 그게 나도 좋아 이따금 아들이 좋아하는 베이비파우더향의 미스트를 뿌린다.

 

 

 

 

 

 

이런 상상을 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기억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우리가 매일매일 행복한 기억을 잃어 간다면 마음이 슬프고 답답해질 거예요. 가족과 즐겁게 보냈던 기억,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들은 우리를 늘 행복하게 해 주잖아요.

(중략)

우리의 후각은 아주 강력해서 냄새를 맡는 순간,

옛날 기억이 재생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까 옛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향기를 팔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옛 추억을 음미하며 더 즐거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도 수향이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으면 좋겠어요. 그 따뜻한 마음이 결국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작가의 말 중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리는 향기를 찾는 수향이의 이야기를 통해 향기, 기억, 추억, 가족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책,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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