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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ㅣ 걷는사람 에세이 16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서, 교양도서를 읽다가 마음에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에세이가 읽고 싶었다. 산문집 세 권, 시집 두 권, 평론집 한 권을 낸 문학인이 배민을 하다가 어떤 생각들을 썼을까 궁금했다.

사실 제목이 그다지 끌렸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용이 질이 높다고 느꼈고 그것은 작가의 태도가 좋은 본보기가 되주고 가치있는 것들을 많이 다뤄서가 아닐까 한다. 이런 소재나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고, 재미있게 성실한 청년의 썰을 들을 수 있었다.

49cc 짜리 저가형 스쿠터에 배달통을 달았지만, 주행 중에 충격이 있었는지 실링이 벗겨서 쏟아져내린 레모네이드.
그런 속상한 상황도 때로는 겪어도 다음 배달을 위해서 아니 이 배달이 잘 마쳐지기를 기도하며 이겨내야 하는 것이 배민 커넥터의 고충이구나 싶었다. 이 레모네이드 사건은 편의점에서 레모네이드를 사서 처리하고 주문자에게 양해를 구해서 해결되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은 헬멧의 고글을 쓰면 앞이 안보여서 얼굴에 따가운 빗물의 화살을 맞고, 잘못 하다간 우비 소매로 들어간 빗물때문에 안에 옷이 다 젖기도 한다고 한다. 날씨가 궂은 날엔 배달시키기 미안했었는데 역시나 날씨로 인한 고충이 많았다. 그래서 수수료가 올라간다고 한다.

문학인이지만 높은 교수직의 문턱때문에 대학 세군데 강의와 약간의 원고료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감히 배민 커넥터를 선택한 것은 저자의 삶에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문학인으로서 솔직담백한 글을 쓰게 되었고, 지은이의 이름 석자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평냉
햄벅해야해
밥푸지말고
알핫독?
-질척거림"
중간중간 파트가 나뉘어질 때 쓰인 말들이 재미있는 것도 있고 이해를 돕는 것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기억과 조건들이 많이 들어있지만 사이사이 유쾌함이나 즐거움이 들어있다. 이 산문집을 재미있게 읽으며 깨달았다. 지은이는 불편한 가난을 겪었지만 신체와 마음은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속상하고 슬픈 순간들도 기록되어 있지만 이 또한 터닝포인트를 위한 밑거름이라고 느꼈다.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쓴 듯한 솔직담백함이 이 에세이의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