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 - 한나 아렌트, 성난 개인들의 시대에서 인간성 회복의 정치로
이인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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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생각에 저자 이은미 님의 생각이 같이 담긴 책.

사유하는 사람은

고독하지만

홀로 있지 않다

외로운 사람을 위한 정치학 책 中

한때, 아렌트의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tv프로그램 중 패널들이 책을 읽고 한 유명 인사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그전에 나는 한나 아렌트의 책보다 그녀의 사생활(철학자 하이데거의 연인)에 대해서 알게 된 점이 있어서 관심을 갖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 내용은 대충 유태인 학살을 한 아이히만을 분석하면서 그 사람이 특별히 악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히틀러의 복종에 따랐을 뿐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는, '악의 평범성'에 관련된 이야기였고 그녀의 해석을 아주 인상 깊게 봤던 적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악인일 수 있다는. 혹은 가스라이팅이 한참 이슈일 때도 같이 생각이 났다.

아무튼, 한나 아렌트의 책은 딱 한 권 읽었는데 그녀의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이 책의 책날개에 소개된 주제별 저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 철학자로 불리는데 정작 그녀 자신은 그런 호칭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저서 15권의 내용을 5개의 카테고리에 담아 아주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어 읽기 편했다. 요점 정리를 해 준 느낌?

책 앞날개에 소개된 아렌트의 책

차례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조금 의아스러웠다. 왜냐하면 외로움은 개인의 감정이고 그 감정을 느끼는 개인의 현상이라고 생각한 내가 뭔가 훅 생각할 거리가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과 밀접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화두를 던지는 것이 굉장히 나한테는 신선했기 때문에 끝장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현시대를 외로움의 시대로 표현하면서 그 외로움이 어떻게 정치와 결부되는지 또, 혼자 있음과 외로움을 아렌트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이 책의 저자가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주 많이 동감한다. 정치에 인간의 속성이 낱낱이 다 들어있고 그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외로움의 시대에 각자도생하지 말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사랑하자고 이야기한다. 전화, 문자, sns를 이용해 시공간을 초월해 소통할 수 있는 현대인들이 정작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닌 기능적인 소통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그렇게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현시대를 이미 예견하며 쓴 책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한나 아렌트가 던져 준 각각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고 특히, 2장 정치라는 문제와 3장의 공동체라는 문제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직도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행태가 있는 것을 종종 목도하는데 그런 점이 굉장히 불편하고 아직도 내가 살아가는 세계는 한참이나 개선해야 될 점이 많음을 느꼈다. 그리고, 평소 정치에 무관심했고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세계라고 살짝 물러난 이유가 내가 속한 조직 내에서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정치라는 것이 나의 삶이 반영되고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인데 한 개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손을 놓을 때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관점에 따라 공동체의 행동이 혁명이 될 수도 있고 테러일 수도 있다는 것이 와닿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즉 대의라고 말하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보았다.

여러모로 이 책을 읽으며 잠자고 있는 내 의식에 불을 지친 책이 돼 주었다. ​





#외로운사람들을위한정치수업#이인미#위즈덤하우스#컬처블룸#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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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페어리 테일 1 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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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1이란 제목. 거짓으로 꾸며 낸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제목. 이미 영화화된다고 한다.


오타 발견 동틀 무렵 아닌가?

스티븐 킹은 할리우드가 사랑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영화화된 작품이 많다. 왜 그런지 이 책을 읽다 보면 느낄 수 있다.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 딱 영화화할 수 있도록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책으로 보는 그의 이야기는 상상력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나는 스티븐 킹의 작품 중 《쇼생크 탈출》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그 작품도 처음에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하니 책으로 만나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화자(찰리)가 7살 때 어머니를 여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첫 장면은 죽음이다. 찰리의 엄마는 시카모어 다리 끝에 있는 치킨 가게에 걸어서 치킨을 사고 집에 오는 중에 트럭에 치여 다리에서 죽게 된 시점부터 풀어나간다. 그 이후로 찰리는 아빠(리드)와 단둘이 살게 된다. 엄마와 살 때는 아빠와 엄마가 반주처럼 마시던 술이었고 엄마가 죽을 때쯤 아빠의 상태를 찰리는 애주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주인공(찰리)의 엄마가 죽자 아빠는 아들은 뒷전 인체 알코올 중독으로 악화되고, 결국 직장에서 해고된다. 그 이후 AA12 단계 모임(알코올 중독자 치료 모임)에 매일 가면서 알코올 중독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모습도 보인다. 주인공 찰리가 어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돌보고 아빠마저 돌봐야 했던 10살의 모습도 그려진다. 아빠가 토한 것을 치우고 아빠의 식사를 챙기고. 그 이후로 아빠가 알코올 중독에서 차츰 회복되어 직장을 다시 얻게 되고 찰리는 힐뷰 고등학생이 되어 야구, 농구를 즐기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2013년 3월, 찰리가 17살이던 해 파인가와 시카모어가가 만나는 지점에 사이코 하우스라고 별명 붙인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주인 보디치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리가 다친 것을 911에 신고하고 구하면서 그 집의 개인 레이더와도 만난다. 보디치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그가 키우던 개 레이더를 돌봐주며 원래 흥미를 느꼈던 야구부 연습도 안 하고 팀에서 나와 보디치의 반려견 레이더를 돌봐 준다. 주인공 찰리의 미담이 사진과 함께 신문에 실리고 찰리는 퇴원 후 보디치의 보호자 역할까지 하게 된다. 병원에서 생활하던 보디치는 주인공 찰리에게 "너는 훌륭한 선물이고 믿어 봐야겠다고 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는다. 겁쟁이는 선물만 주지만.


훌륭한 선물. 자랑스러운 아들. 행복한 하루.


화가 난 아이들은 말썽을 일으킨다.


브래드버리 소설을 좋아하는 찰리, 그리고 작가?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찌 보면 많은 복선이 있는 소설 같기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얼핏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초반부에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보디치는 어떤 인물일까? 초반부 묘사는 그저 혼자 살고 광장공포증이 있어 은둔생활하며 옛것을 좋아하고 저장강박증이 있는 깔끔한 노인이라는 객관적인 단서의 조합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닐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왜 그런 인물의 성격 묘사와 배경이 나오는지 살짝 짐작이 간다. 초반부에 찰리의 아빠가 병원에 입원한 보디치를 알아본 바로는 거의 아무 정보도 없고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고 현실 세계와는 담을 쌓은 인물로 나온다. 그리고, 찰리의 아버지가 추측하건대 보디치는 자신의 아버지가 매입한 언덕 꼭대기 집 부지가 6000제곱미터에 달한다 집에 혼자 살며 운전면허증도 없이 차는 있고, 세금은 꼬박꼬박 낸다는 것. 그리고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수입이 있다는 것? 이쯤 되면 보디치와 왠지 모를 보디치 집의 정체가 자꾸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궁금해서 페이지는 계속 넘어간다.

주인공 찰리는 처음에는 아빠를 돌본다. 그 이후에는 또 보디치와 개를 돌본다. 소설의 내용 전개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렇게 아이가 아이로 자라지 못하고 어른을 돌보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그러면, 찰리도 결국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어른 아이로 크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걸까? 내내 궁금해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시간과 사건의 흐름대로 쭉 이야기가 펼쳐지고 스토리 전개가 뒤 내용을 궁금케 하는 면이 있어서 빨리 익힌다. 그리고, 장면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필력이 있어서 자꾸 읽으면서 이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동화라는 제목이고, 화자가 어린이 시절부터 나오는 것이라서 동화의 주 독자층인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책은 아니고 모든 연령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중간에 우리가 아는 동화(이야기)도 언뜻언뜻 나온다. 잭과 콩나무. 잭과 콩나무에서 그 나무를 베는 나무꾼의 정체군은 누구였는지 기억하는가? 이 책에서도 나무꾼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다. 찰리가 어려운 환경, 즉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중독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을 마치 응원하는 듯한 문장이 있다.

"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는다. 하지만 겁쟁이는 선물만 준다." 나는, 이 말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화자가 성장하는 과정과 심리 묘사,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많이 있었다. 아빠가 어떤 모습이든, 아빠를 사랑하는 찰리의 모습과 아빠가 언제 다시 술을 마실지 모르는 그 불안감이 느껴져서 공감했고, 아빠가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자신이 선을 행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측은했다.

내가 본 동화는 실제 파헤쳐 보면 정말 잔혹한 내용이 많다. 그래서 동화라고 하면 살짝 선입견부터 생긴다. 요즘 들어 거의 어린이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 속 부모들은 나쁘거나 부족하거나 부재중이다.

소설 앞 부분은 찰리의 현실 세계이다. 후반부로 가면, 보디치의 사이코 하우스를 물려받게 되는데 그 하우스 안에서 동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읽은 이 책은 1권이다. 1권을 다 읽고 나니 저절로 2권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결말이 어떻게 날까?

오타인가?


오타인가? 잘 몰라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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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현대미술 - 진짜 예술가와 가짜 가치들
뱅자맹 올리벤느 지음, 김정인 옮김 / 크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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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는 두꺼운 양장본이고 앞표지에는 화가의 그림이 있다. 다만, 표지는 하드보드 질감이어서 뭔가 견고한 느낌이 었는데 읽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갈피끈(가름끈)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질감의 책에서는 꼭 있었던 가름끈이 생각나는 것 보면 그것도 책에 대한 고정관념인가? 총 183쪽 분량이어서 방대한 분량은 아니다.

저자 : 뱅자맹 올리벤느

1990년생.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철학 학사 학위, 파리 팡테옹-소르본 대학교에서 현대 철학 석사 학위 취득.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수업하며 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책의 구성

저자는 장 클레르의 기존 입장을 옹호하며 자신의 의견을 책으로 냈다. 저자는 전쟁 후 태어난 예술가를 주목하고 민족 화파 개념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제시했다. 장 클레르는 유럽의 예술적 전통을 깨뜨린 현대미술의 흐름과 제도화된 아방가르드 미술을 비판해 온 프랑스 미술사학자이자 전 피카소 미술관 관장이다.

책에 그림이 직접 수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큐알 코드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큐알 코드로 직접 검색했더니, 쿤스 <풍선 개>를 볼 수 있었다. 직접 큐알 코드로 작품을 검색해야 되는 점을 한 번 더 손이 가 번거롭다. 미술 작품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작품 제목만 들어도 연상이 되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직접 검색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 미술의 주류로 나온 작품들에 대해 예술성과 작품 가치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현대 미술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고가에 팔리는 것들에 의심을 품고 진짜 예술 작품과 진짜 예술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책으로 엮어 놨다. 나는 이 저자의 의견에도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예술의 흐름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생기는 일인 것 같다. 그 거대 주류를 움직이는 것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대별로 유행한 작품이 다른 것도, 어떤 사조가 한 시대를 풍미하면 여러 가지 사회적 조건, 역사, 문화적 배경, 가치에 따라 새로운 사조가 탄생되기도 하고 다시 같은 사조가 반복되면서 재유행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거대한 흐름을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자신이 원하고 취향 하는 바를 찾아서 감상하고 작품을 소유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의 가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예술의 가치라니. 많은 사람이 인정해야 예술인가? 아니다. 아니면 예술성이라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 나는 전적으로 예술의 가치는 감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미술 작품의 가치와 미술 작품이 경매에 매겨지는 값이 일치하는가?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특히나, 미술은 현대에 와서 더 그런 것 같다. 실물의 바나나를 벽에 붙이고 예술이라 한다. 그것도 예술이라고 인정받는다. 그런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현대 미술에서 진짜 예술가와 가짜 가치라는 말 자체도 나는 많은 의견 중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 개념도, 가치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옳고 그름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미술사를 소개하고 현대 미술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예술가들을 재평가하고 미술과 미술사에 관한 또 다른 시각을 피력한다. 그리고 저자의 나라인 프랑스의 문화 상황과 맞물린 예술가와 작품들에 논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비주류의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다른 시각으로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는 현대 미술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하게 잘 읽었다. 일정 부분 동의하고 아닌 부분도 있어서 저자의 의견을 곰곰이 헤아리며 열심히 읽었다.

이 책에서는 현대 미술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미술을 지배하는 권력에 저항한다는 표현을 썼다. 미술이어서 가능하지 않을까? 마치 어떤 현대 미술 작품을 보고 "어머나! 어런 것도 예술 작품인가? 하면서 의아스러움을 느끼거나 주류의 미술에 반박할 어떠한 비평도 할 수 없을 때 그냥 유명하니까 고가의 작품이니까 좋은 작품이구나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판을 치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현대 미술의 주류 예술 작품이 위대하고 추앙받는 이유를 거대담론의 시각, 혹은 사회적 이데올로기, 미술 수집가들의 거대 흐름에 맡겨 좌지우지된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음악에서도 현대 음악은 기존의 음악과 다른 정의를 내린다. 어떤 사조를 내세우려면 그 이전 시대와는 차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변화된 예술 가치를 설명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들이 나와서 현대 음악이라 일컫는지는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어떤 시대나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고 수요자는 다양한 음악을 듣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음악의 특징도 그 이전 음악과는 다른 차별적인 특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이전과 다른 음악의 나타남이고 새로운 음악의 정의가 내려진 덕분이라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존 케이지의 '조작된 피아노 prepared piano' 나 '4분 33초', 아놀드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을 평소에 자주 듣거나 애호하지 않지만 현대 음악이라 칭하고 한 시대의 음악적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각 시대의 음악을 갖고 음악의 가치를 따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음악도 각 시대별 특징이 있고 현대 음악이라고 칭한 음악이 있지만 현대 음악만 연주되는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집필 의도도 알고 어떤 의미에서 현대 미술에 대해 비판하는지는 이해는 하지만, 처음에 전제로 하는 예술의 가치, 즉 진짜와 가짜의 구분 짓는 것 자체를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가 창작자가 아니고 일개 개인적인 감상자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현대 미술이 아무리 주류로 밀고 있고 고가의 낙찰가로 나오고 있는 작품도 개인의 감상자가 보기에 아닌 것은 아니니까. 너무 단순한 원리지만, 예술 작품과 예술가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도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나는 작품에 투영된 예술가의 삶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기에 꼭 분리시켜 감상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예술 작품과 상업 제품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점에서 꼭 예술이 소수만 향유해야 하고, 한 개의 작품으로 복제 불가능이어야 한다는 점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명품을 소유하는 것처럼 예술 작품도 사람들이 그 작품의 깊이와 창작 의도와는 상관없이 소유할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다고 본다. 작품의 창작자는 창작할 뿐이고 감상자는 감상자의 몫이다. 나는 예술 작품과 대중 기성품과의 콜라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 미술 작품이 노력도 없고, 딱하니 기성 제품을 전시하고 예술이라고 칭하는 것도 개인의 인식과 관점 차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라고 이름 붙여진 예술작품 혹은 음악이 전부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현대 미술, 현대 음악이라고 정의 내려진 미술사, 음악사가들의 정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예술이건 그 값어치를 매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향유하는 것도 자유라고 생각한다.

단지, '현대'라고 이름 붙여진 미술, 음악에 관심이 없고 즐기지 않는 것은 개인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 미술이라고 붙여진 작품을 폄하할 생각도 없고 그것에 대해 좋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현대 미술이라고 붙여진 작품이구나.라고 하면 될 것 같고. 나는 현대 미술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으면 꼭 유명한 작품이어도 나한테는 유명한 작품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는 문제니까.



#또다른현대미술#뱅자맹올리벤느#크루#진짜예술가와가짜가치들#컬처블룸#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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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원리 - 광학의 역사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의 탄생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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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논문, 슈뢰딩거의 방적식 논문 내용이 들어있다.

불확정성원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 : 정완상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사, 카이스트 이론물리학 석,박사. 경상대 물리학과 교수.

이 책이 눈길이 갔던 것은 낯익은 저자의 이름이어서다. 과학 전집류에서 정완상 교수님의 성함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이미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과학 공화국 법정 시리즈》를 집필하셨고 과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본 책이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타이틀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인데 과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도 불확정성원리의 논문 내용이라면 선뜻 손대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 용어가 일단 생소하고 담긴 과학적 세계가 추상적인 측면의 전문적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 부분의 원자, 전자, 입자, 파동, 미분 등 용어 자체가 과학 학문 용어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책이 잘 읽히는 것은 다소 생소한 주제이지만 처음부터 논문 내용의 개념이나 이론을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이론이 나왔고 역사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광학부터 찬찬히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대화 형식의 한 예로, 물리군과 정교수의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마치 두 사람의 수업을 청강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곳곳에 그림과 과학자 사진, 필요한 공식, 그래프, 그림이 있어 추상적이고 막연한 이론에 대해 희미하지만 짐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반 부분은 그래도 쓱쓱 잘 넘어갔는데 뒤로 갈수록 수식이 나오는 수학 개념(함수, 미분, 적분, 변분법, 푸리에 급수 등)에 대해서는 이해는 못 했다. 그래도 흐름에 따라 쭉 읽으면서 수록된 과학 이론의 종류, 이론의 발생 시기, 과학자의 삶이나 활동한 시기는 알게 되었다. 문과생이 해독한 나름의 책 보기라고 나 할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나의 수학 수준이 좀 많이 부족해서 고등학교 시절 배운 수학에 대한 복습이 필요한 것 같다.

과학에 흥미 있는 학생은 이런 책을 읽고 그래도 영상까지 찾아보며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았다. 꼭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렇게 이 책에 나온 내용에 관해 호기심을 갖고 찾아본다는 것이 나는 또 다른 긍정적인 반응이고 접근법인 것 같다.

나는 문과생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서 그런지 과학자들의 삶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펼친 주요 이론을 이해는 못 했지만 어떤 내용인지 감만 생긴 것 같다. 끝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해하려면 다회독 해야함을 느꼈다.

1928년 아인슈타인은 하이젠베르크, 보른, 요르단을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추천했으나 193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위원회는 불확정성원리의 발견으로 하이젠베르크의 단독 수상을 결정했다. 1954년 보른도 노벨 물리학 상을 받았지만 요르단은 노벨상 수상 기회를 놓쳤다.

노벨상 수상과 관계없이 행렬역학의 창시자를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단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119쪽


이 책은 양자역학의 탄생 과정을 다룬 책이다.



에렌페스트는 오스트리아 유대인 출신이며 우울증을 앓았고 다운증후군인 막내아들을 죽이고 자살했다.

불확정성원리 :

위치의 불확정성=위치의 표준편차=위치의 오차는 0이 아니다.

운동량의 불확정성=운동량의 표준편차=운동량의 오차는 0이 아니다.

식 (6-6-20)에 근거해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원리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하이젠베르크

플랑크 상수가 너무 작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거시 세상)에서는 불확정성원리를 잘 느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자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세상(미시 세계)는 불확정성원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불확정성원리#정완상#슈뢰딩거방정식#광학#하이젠베르크#성림원북스#컬처블룸#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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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모리 슈워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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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두꺼운 붓 터치, 파란 하늘,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멋있다. 노년기를 맞이한 사람, 노년기를 대비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저자의 바람 :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으며 늙음에 대해 노후의 넘쳐나는 기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노년기에도 성장할 수 있다.

모리의 지혜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기억한 내용 정리

노인 차별주의: 노년층이 노인을 향해 즉 자신을 향해 낙인찍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고령층 스스로 노인 차별주의를 내재화해 더는 유용하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기대하지 않는다. 고령층의 노인 차별주의를 깨달으면 자신을 노인으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노인을 차별하는 태도와 행동의 결과가 노년층을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게, 수치스럽고 비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우리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 아니라 나이, 즉 노인인 모습 덕분에 귀하고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24쪽 내용

1장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 나이 듦을 인정한다. 나이 듦에 따라 생기는 변화를 받아들이되 노인 스스로 노인 차별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노년기에 생기는 노인 차별주의, 상실감, 질병에 맞서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동기를 찾아라.

2장 감정 밸런스 게임 - 늙어가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균형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하면서 악하며, 자신과 타인들에게 파괴적이면서 건설적이다. 대우와 처지에 따라 선하거나 악하게, 파괴적이거나 건설적으로 처신한다.

35쪽

2장에서는 모리 교수가 경험한 상반된 감정과 모순된 경험을 썼는데 깊이 공감했다. 열정과 절망, 안정과 불안정, 나이를 잊을 때와 나이를 느낄 때, 솔직함과 자기 기만, 현실 세계와 영적 세계, 느린 노화와 빠른 노화, 차갑거나 뜨겁거나 부분 매력적이다. 양가감정처럼 나의 감정 상태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는 장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이 부분의 질문들이 내가 현재 꼭 필요한 나한테 하는 질문 같았다. 좋다. 나를 돌아보는 이런 질문. 살아지는 대로 살고 싶지 않다. 의미 있게 이 세상에 존재하고 싶다.


살면서 자문자답해야 하는 필수 질문 목록 같다.

3장 인생이라는 하모니- 모리 교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글로 표현해 준다. 내가 평소 느끼는 것을 글로 표현해 주셔서 완전히 공감하며 읽어 내려갔다. 특히 외로움에 관련된 글은 정말 나의 감정을 찍어낸 줄 알았다. 사회학 전공이신데 심리학 전공처럼 사람 심리를 이렇게 정확히 이야기해 주시니 읽으면서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쓴 글인 줄 알았다. 어찌 보면 음악에 푹 빠져 소리에 집중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도 외로워서이지 않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부분도 반드시 포함되어 있음을 진작에 나는 나를 알아봤다. 허허.

노년기에도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도주의적 단체에 가입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인간애를 발휘하면 노년기를 잘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인간의 공통점은 한번 태어나고 한번 죽는다. 그런 점에서 신은 공평하다. 모리 교수는 모든 인간은 외롭다고 말한다. 이 말에 격하게 동의한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양극단 감정이 있음을 인정하고 긍정 감정과 부정 감정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이 나한테는 와닿았다. 무조건 긍정하라는 것도 지칠법한 심리학 내용이니까. 우리가 있는 그대로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는데 그 중간을 잘 맞춰 노년기를 보내라는 말이다. 꼭 노년기 뿐만 아니라 모든 인생살이가 이래야 되지 않나 싶다. 나는 모리 교수의 생각과 일치한다.

인간 삶의 조화는 딜레마 사이의 균형점을 잡는 것

4장 멈추기, 보기, 듣기- 지각하고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경청하는 삶을 지속하라.

명상과 기도가 지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119쪽

5장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노인 낙인 : 노인층에게 가해지는 제약과 배제를 규정할 때 쓰이는 말. '노인네'라는 배역을 맡게 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개인주의를 핵심가치로 추구하고 의존은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철저히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에서의 노년층을 평가절하하게 만든다고 한다. 미국은 돈과 젊음을 숭배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회에서 노인들은 자아 공격 즉 인간성을 말살당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노년기에 가져야 할 생각 모음

6장 무엇이 두려운가-

삶을 최대한 관리하고, 내게 중요한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자.-148쪽

상해,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하는 것, 죽음, 새로움, 버려지는 것, 빈곤한 노후, 망가진 관계 등이 노년기에 두렵다. 비단 노년기에만 그러겠는가? 모든 시기의 맞닥뜨리기 싫은 두려움 같다.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

나는 결국 늙어간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후회할 수 없다.

청소년기에만 자아정체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노년기에도 나를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7장 let it be

모리 교수는 8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충분히 애도하지 않아 해결되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 40대에 심리극을 하며 실컷 울고 슬픔을 표현하니 상실의 아픔은 강도가 약해졌다고 한다. 슬픔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양가감정을 느낄 때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두 감정을 똑같이 느낄 것인가?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양가감정을 나열해 놓고, 조율과 타협, 균형을 이뤄야 함을 얘기한다. 책 전반에 이런 식의 서술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다. 두 감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읽는 것은 내면에 있는 긍정과 부정, 혹은 극단의 대치점에서 자꾸 나의 마음을 같이 저울질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용서는 위대한 '예스'

8장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이 책 전반에 쭉 웰 에이징이 나와 있다. 이 장은 노년기에 삶의 질을 높이고 잘 사는 일(웰빙)에 관해 나와 있다.

행복하려면 자신이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에이비스 칼슨, 《때가 되면》중 허버트 켈름의 말

세상은 아름다워

마음을 열어 하늘을 보라

존중하기

삶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기

웃으면 복이 와요

우리는 모두 탐험가

조금만 용기를 내자

인생은 작은 행복들의 합

소중한 관계의 가치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라

자유를 활용하라

몸과 마음의 건강 챙기기

긍정성 유지하기

진정성을 추구하자.

관능과 열정에는 나이가 없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누구나 죽는다.

9장 멘시mensch, 좋은 사람

멘 시:반듯하고 영예롭고 고결한 사람. 중요한 인물. 감탄하고 본받을 인물. 숭고한 인격의 소유자. 정직. 기품. 올바름. 책임감. 예의. 인품을 지닌 사람.

너 자신을 알라



베풂의 삶!


인간다움을 유지하라!

모리 교수의 만트라 - 298쪽

이 책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가 쓴 글로 엮어진 유작이다. 1989-1992년 사이에 집필했고 루게릭병이 발병해 책에 신경을 못 썼다고 아들 롭이 말했다. -296쪽. 아들 롭 슈워츠가 원고를 책상 서랍에서 발견하고 자신이 편집해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모리의 철학과 모리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해 실례를 들어 복합적으로 구성했고 모리 교수 자신의 경험과 감정 상태를 구체적이며 솔직하게 담아내어 더 와닿았다. 한창 젊을 때의 모리 교수가 아니라 심한 천식, 전립선 수술을 받고 비로소 질병과 신체의 노화 현상으로 스스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체를 자각한 후 노년기에 대해 생각해 보며 쓴 글이다. 처음에는 모리 교수 본인 자체도 왕성한 활력으로 많은 활동을 했으며 다른 또래보다 젊게 산다는 이유로 은근한 우월감이 있었다고 한다. 노년기에 들어섰지만 늙었음 거부하고 수용하기 싫어한 자신의 모습이 이야기 속에 있다.

그런데, 그 자신이 노화를 받아들이고 신체를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을 때를 경험하며 늙음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했으며 꾸준히 삶을 다할 때까지 한 인간이 성장을 멈추지 않고 살아있을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다.

아브라함 헤셀(독일 태생 유대인 신학자)은 노년을 "침체기가 아니라 내적 성장을 이룰 기회의 시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모리 교수는 이 말을 인용하며 노년의 삶을 잉여인간 내지 부정적인 인식 대신 다시 한번 변화, 영성, 환희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모든 연령대가 읽으면 좋을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가 운이 좋아 청년기,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까지 살아 있게 되면 모두 다 맞이하는 시기이다. 젊은 독자들도 노후의 삶을 상상해 보거나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유익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나이 들어갈지를 다시 생각하고 현재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현재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늙어감을 잘 받아들이고 나의 삶이 어떤 시기에 있건 중요한 메시지로 가득한 책이다.

사회학자로서, 심리상담가로서의 모리 교수의 시선도 느껴졌다.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노인의 심리 등을 아주 이해가 가기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모르게 나도 노인을 향한 시선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노인을 대하는 가까이에서 보면 나이 드신 어른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저자의 집필 시점이 노인이어서 더더욱 와닿는 노인의 삶이었고 노년기에 대해 많이 이해가 되었다. 노년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될지, 지금 삶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에 대한 현실 직시와 삶에 대한 예찬이 동시에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전에 읽었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책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책이 생각났다. 인생을 깊이 탐구한 사람의 인생 메시지는 언제나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한 권의 책으로 훌륭한 학자들의 값진 메시지를 보게 되어 감사하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덮으니 그때야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그리고, 이 음악이 떠오른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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