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찌 보면 많은 복선이 있는 소설 같기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얼핏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초반부에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보디치는 어떤 인물일까? 초반부 묘사는 그저 혼자 살고 광장공포증이 있어 은둔생활하며 옛것을 좋아하고 저장강박증이 있는 깔끔한 노인이라는 객관적인 단서의 조합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닐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왜 그런 인물의 성격 묘사와 배경이 나오는지 살짝 짐작이 간다. 초반부에 찰리의 아빠가 병원에 입원한 보디치를 알아본 바로는 거의 아무 정보도 없고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고 현실 세계와는 담을 쌓은 인물로 나온다. 그리고, 찰리의 아버지가 추측하건대 보디치는 자신의 아버지가 매입한 언덕 꼭대기 집 부지가 6000제곱미터에 달한다 집에 혼자 살며 운전면허증도 없이 차는 있고, 세금은 꼬박꼬박 낸다는 것. 그리고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수입이 있다는 것? 이쯤 되면 보디치와 왠지 모를 보디치 집의 정체가 자꾸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궁금해서 페이지는 계속 넘어간다.
주인공 찰리는 처음에는 아빠를 돌본다. 그 이후에는 또 보디치와 개를 돌본다. 소설의 내용 전개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렇게 아이가 아이로 자라지 못하고 어른을 돌보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그러면, 찰리도 결국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어른 아이로 크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걸까? 내내 궁금해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시간과 사건의 흐름대로 쭉 이야기가 펼쳐지고 스토리 전개가 뒤 내용을 궁금케 하는 면이 있어서 빨리 익힌다. 그리고, 장면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필력이 있어서 자꾸 읽으면서 이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동화라는 제목이고, 화자가 어린이 시절부터 나오는 것이라서 동화의 주 독자층인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책은 아니고 모든 연령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중간에 우리가 아는 동화(이야기)도 언뜻언뜻 나온다. 잭과 콩나무. 잭과 콩나무에서 그 나무를 베는 나무꾼의 정체군은 누구였는지 기억하는가? 이 책에서도 나무꾼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다. 찰리가 어려운 환경, 즉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중독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을 마치 응원하는 듯한 문장이 있다.
"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는다. 하지만 겁쟁이는 선물만 준다." 나는, 이 말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화자가 성장하는 과정과 심리 묘사,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많이 있었다. 아빠가 어떤 모습이든, 아빠를 사랑하는 찰리의 모습과 아빠가 언제 다시 술을 마실지 모르는 그 불안감이 느껴져서 공감했고, 아빠가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자신이 선을 행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측은했다.
내가 본 동화는 실제 파헤쳐 보면 정말 잔혹한 내용이 많다. 그래서 동화라고 하면 살짝 선입견부터 생긴다. 요즘 들어 거의 어린이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이나 동화 속 부모들은 나쁘거나 부족하거나 부재중이다.
소설 앞 부분은 찰리의 현실 세계이다. 후반부로 가면, 보디치의 사이코 하우스를 물려받게 되는데 그 하우스 안에서 동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읽은 이 책은 1권이다. 1권을 다 읽고 나니 저절로 2권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결말이 어떻게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