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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 어느 조종사가 겪은 태평양 함대항공전
프레더릭 미어스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9년 12월
평점 :
태평양 전쟁 승패의 전환점이 된 미드웨이 해전. 그동안 이 전투를 다룬 영화와 책은 많이 나왔지만, 참전용사의 시각에서 다룬 매체는 이번에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전후에 회고록이나 평가가 아니기에 전투 중의 긴박함과 시시각각 들려오는 전황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제목은 미드웨이 해전이지만, 태평양 전쟁을 다루고 있다.
진주만이 폭격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미국 서부해안에 전해질 때 미국 시민들은 처음에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인인 저자도 절대로 폭격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어디에 연막탄이 터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일본의 기습이라는 것을 알고 미국 서부해안에 처음으로 등화관제가 실시되었으며, 곳곳에서 오보가 쏟아지고 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곧 미국인들은 일본과 미국 사이에는 엄청난 망망대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평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일본에 복수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대일 선전포고를 상, 하원에 요청한 문서와 당시 참전용사들의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전황 보고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 예로 미드웨이에서 1차 뇌격기 편대가 전투기의 엄호도 없이 뇌격을 가하다 게이 소위 한 명만 남고, 나머지 대원 전원이 전사한 이 공격에 대해서 무모했다고 평하고 있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최초로 적의 적함의 위치를 파악해서 알렸기에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당시 일본군의 전투기들이 고고도에 있었기에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게이 소위는 자신이 어뢰 한 방을 적함에 맞힌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는 일본군도 마찬가지였지만 미군은 곧 제대로 된 적의 피해를 파악했으나, 일본군은 조종사들의 말만 믿고 끝까지 자신들이 미군 항공모함 2척을 격침한 것으로 알았다.
이 전의 다른 해전들은 3~4일에 걸쳐서 공방전이 벌어졌던 것들과 달리 미드웨이 해전은 금방 승부가 결정되었다. 저자가 1차 공격대 발진 후 함대에서 초조하게 출격 준비를 하는 동안 예상보다 일찍 미군의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그만큼 미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저자는 미드웨이 해전까지는 함대와 전투기의 성능에서 일본군이 우세했지만, 정보력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운) 등으로 미국이 승리했다고 평하고 있다. 일본함대가 공격받는 동안 일본군도 같은 시각에 미군함대를 발견했지만, 마침 무전기가 고장이었다. 미군의 함재기들은 제로센 등에 비해 속도는 느렸지만, 격추된 미군기 중에서 적의 대공포에 당한 것은 단 1대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제로센 등에 비해 미군의 함재기가 방어력에서 월등했기 때문이며, 이렇게 우수한 방어력을 발판으로 적의 대공포화를 견디며 정확하게 일본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었다. 일본군은 미드웨이섬을 기습 공격하는 동안에만 9기가 미군의 대공화기에 격추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투 후의 대처이다. 미국이면 청문회가 벌어졌을 정도의 대패를 당했지만, 일본군 수뇌부는 그대로 지위를 유지했으며, 자국에는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승전으로 보도했다. 이 비밀 유지를 위해서 미드웨이 해전에 참전한 일반 장병들은 곧 다른 전투에 투입되어 사라져야만 했다. 소모전으로 가면 휠 씬 더 불리한 일본이 비밀 유지를 위해서 소중한 인력을 스스로 갈아 넣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의 느린 뇌격기가 이제 더 이상 전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뇌격기를 개발했으며, 이 외에도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내놓기 시작한다.
여담으로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놀랐던 점은 일본군의 공격이 미드웨이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서 승리의 발판을 제공한 정보장교가 그 후 좌천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능력은 우수했지만, 괴팍한 성격으로 미군 수뇌부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받은 훈장도 전쟁이 끝난 한참 후에나 받은 것이었다. 전후의 시각이 아닌 당시 참전용사의 시각에서 태평양 전쟁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