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 A to Z - 천연 향료가 향수가 되기까지
콜렉티프 네 지음, 잔 도레 엮음, 김태형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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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석가탑을 보수하기 위해 옥개석을 들어 올리자, 그 안에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같은 여러 보물과 함께 고대 아라비아에서 건너온 향료가 함께 공양되어 있었다. 온달의 설화에서 눈이 먼 온달의 노모는 평강공주의 몸에서 향내가 나자 바로 귀한 사람인 것을 알았다. 이처럼 향료는 고대 신에게 바쳐지는 최고의 공물 중 하나였으며, 향료는 귀한 사람만 지닐 수 있었다. 그 제조 과정과 값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었고 비쌌다.

 

좋은 향기가 나는 곳에서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향기를 오래 보관할 수 없을까? 이런 인류의 여념은 곧 향료 발전의 역사로 이어진다. 이 역사는 기원전 2,4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런 향료는 어디서 재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추출할 수 있을까? 이를 한 권으로 담은 책이 나왔다. 바로 콜렉티프 네(김도형 역)의 향료 A to Z. 고대 신라인들은 왜 아라비아의 향료를 석가탑에 담았을까? 대항해시대 유럽인들은 향료를 얻기 신항로를 개척했을까?

 

향기의 원료가 되는 식물은 주로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된다. 한 예로 르네상스 시대 유럽 왕실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오렌지 블라썸은 오늘날 유럽에서도 재배되지만, 동아시아가 원산지며 로마 시대에 전파된 것이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4년이 지나야 한다. 수확 시기도 1년 중 3~4월 정도로 짧다. 수율은 1t을 수확하면 겨우 1kg 정도를 얻을 정도로 매우 낮다. 오랜 재배기간과 극히 낮은 수율, 열광적인 인기 이런 것들이 향료의 가치를 말해준다. 인간으로 치면 매우 고귀한 존재다.

 

몸에 뿌리는 향료 외에 식료품에 사용되는 코코넛, 파인애플, 망고 등은 모두 열대에서 생산된다. 오늘날 유럽과 미국 등에도 재배되는 레몬도 원래는 인도와 중국 사이가 원산지다. 이처럼 향료는 무역과 같은 인류의 교역과 이동을 낳았다. 그 교역 후 인류는 더 좋은 향기를 만들어 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지속적인 연구를 했다. 지금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조향사들이다. 이들은 향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만 일할까? 그렇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다. 바로 환경이다. 오늘날 조향사들은 최상의 향기를 조향하면서 환경도 함께 고려한다. 이 책은 향료는 물론 이런 조향사들의 역사도 함께 담고 있다.

 

석가탑에서 나온 아라비아의 향료 이야기를 접한 이후 품었던 향료의 가치와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향료를 통해서 인류의 역사에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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