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혁명의 세계사 - 잉글랜드에서 이집트까지
피터 퍼타도 엮음, 김덕일 옮김 / 렛츠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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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혁명이나 정난, 반정 등으로 불린 사례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 과연 진정으로 혁명이나 반정으로 불릴만한 것들은 몇 가지나 있었을까? 이유(수양대군)의 계유정난(癸酉靖難). 이 사건은 정말 정난, 정변으로 불릴만했을까? 아버지가 세우고, 형님이 물려주신 보위를 사사로운 욕심으로 피로 더럽힌 행위는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명백한 패륜과 반란이며,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더더욱 대역무도한 일이었다. 현대에서 군사 혁명이라고 부르는 행위들도 사실상 대부분이 쿠데타다. 피터 퍼타도(김덕일 역)의 [우리가 몰랐던 혁명의 세계사]는 세계사에서 혁명으로 진정으로 불릴만한 사건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물론 저자도 인정했듯이 메이지유신처럼 민중이 주도하지 않았던 사건도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무엇으로 혁명과 반란을 구분했을까?

루이 16세가 바스티유 습격 사건을 듣고는 옆에 있던 공작에게 “반란인가?”라고 묻자, 그 공작은 “아닙니다. 혁명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반란은 대부분 실패하지만, 혁명은 대부분 성공한다. 혁명을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대부분은 반란과 혁명을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혁명의 의미도 시간이 지나면 변화한다. 당시 혁명으로 불린 성공한 쿠데타도 집권 세력이 물러나거나, 시간이 지나면 반란으로 변하지 않는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이를 수도 없이 목격하지 않았는가?

성공한 혁명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보다 더 부패하고 몰락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공산 혁명은 스스로 자멸했다. 공산주의의 원조 소련은 해체되었으며, 처음에는 미약했다가 빠르게 성장해서 집권한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 혁명은 대량 학살을 저지른 후 아직도 캄보디아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전국에 깔린 지뢰는 정권이 몰락하고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거 중이다. 중국의 공산당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후 문화대혁명으로 스스로 지식인과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나라의 하나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혁명을 연구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자국의 과거와 상대방을 무조건 적으로 몰아서, 몰살해서는 절대로 통합하고 성공할 수 없다. 과거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다. 과거는 미래를 위한 거울과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오히려 과거를 위한다고 미래를 파괴하는 행위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일 뿐이다.

르네상스와 혁명의 어원이 된 라틴어 Revolútĭo는 모두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회귀나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르네상스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로의 부활 의미하고 있으며, 혁명도 원래는 순환을 의미했다. 옛것을 밝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 우리의 과거를 연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혁명을 주제로 인류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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