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이부치 - 단 한마디를 위한 용기
최덕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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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시로 그는 교토 제16사단 소속으로 중일전쟁 참전한 인물이다. 많고 많은 당시 일본군 중에서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당시 남겼던 남경대학살의 기록을 50년이 지난 1987년 아즈마 시로의 일기라는 책으로 세상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이 출간되고 6년이 지난 후 한 전우로부터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한다. 그러나 일본 우익의 기대와 달리 이 재판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증언과 증거는 더 이상 남경대학살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면 일본 재판부는 이런 증거를 인정했을까? 2심까지 공익성은 인정되지만, 사실인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을 인정했으며, 일본 최고 재판소에서도 상고 이유가 없다고 하여 아즈마 시로의 최종 패소가 결정된다. 그는 1987년 난징을 방문해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으며, 난징에 관한 진술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는 곧 전우회에서는 제명당한다. 일본 법원은 그의 진술을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부정했지만, 세계는 물론 일본의 학계에서도 학살은 인정하는 분위기며, 당시 일본의 동맹 나치 독일에서도 이를 증언한 사람이 있다.

서울 고궁 투어를 한 적이 있는가? 경희궁에 가면 항상 일제의 만행을 이야기한다. 일제에 의해서 철저히 파괴된 경희궁. 이는 방송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관련 분야를 연구한 사람들은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는다. 경희궁을 훼손한 것은, 일제가 아니라, 대원군이며, 그 이유는 경복궁을 중건할 때 자재로 쓰기 위해서 허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 학계 주류 또는 일부가 남경대학살 인정한다고 해서, 일본 사람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방송과 일반인들은 여전히 이를 부정하는 사람이 많다. 최덕현의 [뚜이부치 – 단 한마디를 위한 용기]는 1988년 저자가 난징대학살을 처음 알게 된 이후 25년 만에 정식 출판한 책이다. 그는 아즈마 시로를 비롯한 가해자 일본은 물론 피해자 중국을 통해서 전쟁의 잔학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애라는 희망마저 짓밟는 전쟁의 잔학성. 이 책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 잔인함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잔인함은 허구가 아니라 생존자의 증언 즉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뚜이부치는 중국어로 미안하다는 뜻이며, 노년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남경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 증거가 차고 넘치기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단 한 번이라도 사죄한 적이 있는가? 어제는 8.15일 광복절이었으며, 이틀 전인 8월 14일은 위안부 기림의 날이었다. 과거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이제 중국으로 옮겨간 듯하다. 그러나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으며, 이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북유럽을 통해서 남경대학살의 문제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혹시 다음에, 관련 책으로 아즈마 시로의 8년간의 긴 재판 과정이 출판될 수 있다면 역사적 사실 앞에 선 인간의 현실 부정과 책임 회피, 터무니없는 왜곡 등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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