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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 코러스(KORUS) / 2023년 4월
평점 :
2023년 올해는 한국전쟁 휴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호국영령들과 UN군 참전용사들이 목숨 바쳐 지킨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 희생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경제력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며, 김씨 일가가 독재하는 북한에 비해서 정치 사회적으로도 매우 안정되어 있다. 국제 사회에서의 인지도와 신뢰도 역시 비교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빗장이 풀리면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고, 인터넷이 일상이 된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은 해외여행은커녕 인터넷을 할 전기조차 부족하다. 전후 7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과 북한의 차이는 피땀으로 수호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얼마나 가치있고, 소중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독재로 경제 파탄에 고난의 행군으로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했지만, 북괴는 아직도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0년 북괴는 우리 국민과 군을 향해서 무차별적으로 포사격을 가했다. 전시에조차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이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에서는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13분이나 걸린 사실과 그동안 명품 자주포라고 선전하던 K-9이 포격 직후 몇 대가 사격불능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해외언론에서는 우리 군의 대응에 찬사를 보냈으며, 탄알 군을 형성하며, 레이더가 가리키는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한 K-9에 대해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이후 K-9은 실전에서 그 성능을 검증받아서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자주포로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우리 군 특히 해병대의 위상도 당연히 높아졌다. 이처럼 똑같은 사실이라도 누구는 비난을 가하지만, 앎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올바르게 판단한다. 우리는 한국전쟁 초기 국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마거리트 허긴스(1920-1966) 그녀는 한국전쟁 초기 6개월 동안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목숨 걸고 취재한 당시의 소중한 기록을 오늘의 우리에게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이며, 우리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은 외국인이다. 국군은 왜? 3일 만에 서울을 내주고, 낙동강까지 후퇴해야 했을까? 왜 이렇게 초반에 쉽게 무너졌을까? 그러나 김일성은 한국전쟁 실패의 원인을 개전 초기 국군을 포위 섬멸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북괴는 서울과 춘천 양면에서 빠르게 남하해서 수원에서 국군을 포위 섬멸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춘천에서 국군에 의해서 저지당하면서 실패한다. 한국전쟁 당시 북괴군의 주력은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거친 베테랑이었으며, 소련제 T-34 등으로 무장했기에 모든 면에서 월등했다. 그러나 국군은 경험이 전무 했으며, 그나마 있는 병력도 휴가를 나갔고, 무장은 소총과 박격포가 전부였다. 당시 세계 패권국 미국의 스미스 부대도 초반에는 북괴를 막을 수 없었다.
이런 빈약한 무장으로 북괴에 맞서, 목숨을 바친 육탄공격으로 적을 저지하면서 초반에 무너지지 않고, 무사히 후퇴해서 낙동강에 새롭게 전선을 펼 수 있었다. 만약 독소전쟁 당시의 소련군처럼 초반에 대량으로 포로로 잡혔으면 지금은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가 없다. 당시의 소련군은 독일보다 수적으로 우세했으며, T-34 등 무장도 우세했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그러나 국군은 소련과 달리 성공적으로 적을 저지하면서 전력도 유지했기에, 최후의 방어선을 펼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런 국군의 상황을 생생한 기록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군은 후퇴하면서도 절대 민간인을 버리지 않았다. 국군은 이런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도 민간인도 무사히 피난시키면서 후퇴한 것이다. 즉 흥남 철수에만 민간인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수원을 임시수도로 삼자, 바로 YAK 등 북괴의 비행기들이 날아왔다. 그동안 미쳐 생각 못하고, 이번에 책을 통해서 깨달은 사실인데 전쟁 초기에는 제공권도 북괴가 쥐고 있었다. 현대전에서 제공권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현리전투와 서울 철교 폭파 사건으로 당시 국군에 대한 인식은 좋지 못하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임한 다른 전투와 이런 사실들을 볼 때 당시의 우리 군이 결코 비난만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던 휴전의 과정을 담으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북방 외교 이후 소련의 극비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우리는 이제 한국전쟁 휴전이 왜 이렇게 길어졌는지 알고 있다. 중일전쟁, 국공내전에 한국전쟁까지 치르고 있는 중공이 전쟁이 더 길어졌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맥아더 원수(이 책에서는 장군으로 표기)의 말씀처럼 만주에 핵폭탄이나 대대적인 폭격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 당시 그 누구도 국제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에 우리에게 이렇게 가혹한 휴전이 이루어졌다. 당시 미국과 중공의 경제력 군사력을 볼 때 중공이 미군을 몰아냈기보다는 미국이 핵과 무수히 남아있는 폭격기 등을 전혀 쓰지 않고, 자제했기에 이런 휴전이 이루어졌다는 저자의 의견에 본인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승만 대통령의 서신, 중공군 소령과의 인터뷰, 맥아더의 국회 연설 전문 등도 수록했다. 모두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는 것들이다. 당시 전쟁터에 있었던 종군기자의 눈으로 한국전쟁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한국전쟁의 이런 휴전은 당시 저자는 물론 오늘의 우리에게도 너무 아쉬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