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흐르는 경복궁
박순 지음 / 한언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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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닐 때 백제 무왕의 비는 신라의 선화공주라고 배웠다. 이는 구전으로 전해진 서동요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익산 미륵사지 탑을 보수하면서 백제 무왕의 비의 정체가 밝혀진다. 무왕의 비는 우리가 알던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인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이었다. 조선시대 충신의 대명사 사육신은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수양을 나으리, 자네라고 불렀으며, 성삼문과 박팽년은 강직함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는 남효온이 지은 소설 속의 이야기다. 동시대에 사관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한 내용은 정반대다. 둘은 신이라고 지칭하며, 성삼문은 맞기도 전에 술술 불었으며, 박팽년은 곤장을 치자마자, 자기 아버지를 비롯한 가장 많은 인원을 댄다.

평소 역사 덕후로 살다가, 취업 후 대학원으로 파견을 갔다. 월급도 받으면서 등록금까지 지원받으면서, 평소에 좋아하던 역사에 마음껏 다가갈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현대의 글이 아닌 조선왕조실록과 경국대전 등 당시의 기록으로 역사에 접근했다. 역시 우리가 통념적으로 아는 사실과 실제 역사는 달랐다. 박순의 [시가 흐르는 경복궁] 은 현대의 글이 아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당시의 기록을 바탕으로 저자의 주관을 더해서 경복궁에 접근한다. 정도전은 왜 흥인이나 숭례와 같이 유교적 이름이 아니라, 경복이라고 지었을까? 앞은 기록이고 뒤는 저자의 분석이다. 경복궁에는 근정전과 사정전, 강녕전 등의 전각이 있다. 이 전각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현대가 아닌 당시 사람들의 눈에 경복궁은 어떻게 보였을까? 저자는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소설 같은 허구와 오류도 많다. 아직도 방송에서는 경희궁은 일제가 파궤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경희궁은 조선시대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서 훼손했다. 궁궐로 책을 낸 어떤 사람은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훼손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그 근거로 왜군의 종군기를 들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에는 분명히 백성들이 불을 질렀다고 나온다. 정사인 실록과 왜군의 종군기 둘 중에서 어느 것이, 신뢰성이 더 높을까? 당연히 정사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카더라를 바탕으로 쓴 일반인의 글이 아닌 고전문학으로 학위를 받고 현재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쓴 책이기에 신뢰할 수 있다.

경복궁은 조선 건국과 함께 지어져,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고종 때 중건되었다. 이 책은 그 오랜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안타깝게 일제 강점기에 대부분 훼손되었나, 이 책을 통해서 정사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삼봉집, 율곡전서 등 당시의 여러 문헌으로 경복궁에 다가갈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눈으로 경복궁을 바라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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