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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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초기의 독일군 승리 원동력이라 하면 강력한 전차 군단과 함께 전혀 새로운 전술 전격전이 대표적으로 꼽힐 것이다. 오늘날 독일 축구팀은 전차 군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전격전을 바탕으로 1차 대전 당시 참호에 빠져서 4년 이상을 싸우고도 무찌르지 못했던 프랑스를 단 6주 만에 함락시켰다. 그러나 사실 개전 초기에는 영국, 프랑스의 전차들은 물론 소련의 T-34 같은 전차들이 독일 전차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그리고 전격전은 지금은 영국이 원조로 불리고 있다. 독일군은 전차를 집단으로 잘 활용했으며, 전격전을 최초로 실전에 적용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 승리의 원동력으로 다른 물질이 연구되고 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마약이다. 

마약은 병원 등에서 수술 후 진통제 등으로 쓰일 뿐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마약 성분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의 원료가 되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1930년대 독일에서는 이를 전쟁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를 연구한 책이 출간되었으니 바로 노르만 올러(박종대 역)의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이다. 책을 읽어보니 독일 사회는 이미 1차 대전 패전 후부터 마약에 중독되고 있었으며, 반유대주의에도 마약이 동원되었다. 그렇다면 이 위험한 물질을 왜 전쟁에 활용하게 되었을까?

독일의 국방 생리학자 랑케는 독일의 주적으로 프랑스나 영국이 아닌 피로를 꼽았다. 그리고 국방부는 군인을 전쟁 부적격으로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면서, 승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마지막 15분을 버티는 것이, 승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고, 피로와의 싸움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 해결책은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마약이었으며, 효과는 놀라웠다. 구데리안의 회고에 따르면 병사들에게 48시간을 자지 말고 버티라고 했는데, 무려 17일을 버텼다고 한다. 침공 초기 속도가 승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독일군은 쉬지도, 자지도 않고 진격했으며, 적을 계속 몰아쳤다. 그렇다면 마약은 이처럼 만병통치약일까?

정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피로를 느끼지 못한 병사들은 어느 순간 탈진하거나 실신했으며, 고혈압, 우울증, 심근경색은 물론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중독성이다. 이처럼 마약과 비타민은 전혀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랑케는 승리를 위해서 이를 무시했다. 그리고 마약의 마수는 나치의 지도부에게도 뻗치고 있었으며, 히틀러도 그중 하나였다. 이 책의 중후반 부에는 전쟁터의 군인 외에 히틀러의 중독과 이가 전쟁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전격전이 마약에 중독된 속도전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이번에 책으로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마약이 초기에 효과적일지라도 전쟁에서 왜 쓸 수 없을까? 한 번 효과를 보더라도 결국에는 군인과 국가를 파멸로 끌고 가며, 계속해서 더 큰 중독성이 있는 약물을 찾게 만든다. 한번 빠지면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도 빠져나올 수 없다. 어찌 보면 이런 위험한 약물을 알면서도 계속 사용한 나라의 몰락은 당연한 것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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