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버스터 - 무삭제 완역본
가이 펜로즈 깁슨 지음, 이동훈 옮김, 김연환 감수 / 책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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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서 군 복무를 한 사람이나 밀리터리 매니아 혹은 한국전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한 번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B-29까지 동원해서 500소티에 걸쳐서 폭격을 가했으나 파괴하지 못한 곳을 우리 공군이 단 6대의 P-51로 2번의 출격으로 파괴한 곳이다. 승호리 철교는 전쟁 당시 북괴의 가장 중요한 보급로였기에 두고두고 우리 공군의 자랑스러운 전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 작전은 그 후 영화 빨간 마후라의 모티브가 되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댐을 파괴하기 위해서 영국군은 응징 작전을 입안한다. 일반적인 폭탄으로는 댐을 부수기 어렵기에 새로운 폭탄을 개발해야 했으며, 수개월에 걸쳐서 철저한 준비와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결국 이 작전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독일의 댐 2개를 완파하고, 1개에 손상을 입혔다.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과 마찬가지로 응징 작전도 영국인들에게 자부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은 영화 1954년 영화 댐버스터로 제작되었으며, 이번에 국내에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바로 가이 펜로즈 깁슨(이동훈 역)의 댐버스터다.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최종적으로 들린 영국 런던에서 제국 전쟁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2차 대전 당시 영국 폭격기인 랭커스터와 당시 폭격으로 인한 영국인들을 삶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었다. 올해 새롭게 전근 가서 나날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5월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군 복무 시절 간략히 들은 내용을 그동안 잊고 살다가 영국 제국박물관에서 실물을 볼 수 있었으며, 이번에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읽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과거에 나온 책들은 검열 등으로 삭제된 분량도 있으며, 저자의 착오로 발생한 오류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책은 이 모든 것을 수정했다. 1940년도 아닌 1970~80년대에 상영된 영화나 출간된 책만 하더라도 검열이 지금과 큰 차이가 난다. 이 시대의 영화를 보면 지나친 편집과 삭제로 내용 전달조차 잘 안되는 것들도 많았다.


1918년생인 이 책의 저자는 1942년 불과 23살의 나이로 중령으로 진급한다. 그는 당시 폭격기 승무원의 의무 출격 횟수인 50회를 아득히 뛰어넘는 73회의 실전을 경험할때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야간전투기 조종사로는 더 많은 출격 횟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전 당시 공습 1회당 아군의 손실률은 무려 10%가 넘었다. 그러나 그는 폭격기로만 70회가 넘는 출격을 했으나, 결국 1944년 네덜란드 상공에서 전사한다. 이 책은 그는 물론 1939년에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영국 공군이 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가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다면 대학 생활을 즐겼을 시기에 생사를 넘나들며 남긴 이 기록은 영국은 물론 전후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연구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전쟁을 연구하는 이유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이를 억제하는 역할도 크다. 고도로 발달 된 무기와 전략 때문에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폭격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만을 기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깁슨과 같이 돌아오지 못한 대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그들의 조국이 있고, 인류에게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상륙작전과 해전을 기록한 영화와 서적은 흔히 접할 수 있지만, 폭격기 승무원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서적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의 삶을 기록한 일본 오사카의 피스 오사카나 영국 런던 제국 전쟁 박물관의 2차대전 전시실은 대부분 폭격과 공습에 관한 기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만큼 폭격과 공습은 효과적이며, 전쟁과 관계없는 민간인들을 삶을 직접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이다. 항공 전력이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부터였다. 그리고 이후 거의 모든 현대 전쟁은 항공 전력의 기습 공격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폭격기는 물론 전투기 조종사로도 참전하였기에 공격과 방어, 방공 등의 전투 기록은 물론 전시 체제에서의 외박, 파티와 같은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일상적인 삶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에, 많은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 그렇기에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쉽게 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고정 팬층 보유한 이런 밀리터리 서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 절판되고, 구하기 어려워지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빨리 책을 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본 사진도 많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군 복무 시절 정훈 교육 시간에 배운 내용과 유럽 여행 중에 박물관에서 본 내용을 책을 통해서 다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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