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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평점 :
직장을 다니다 대학원으로 파견을 간 적이 있다.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월급을 받고 등록금까지 지원을 받으면서 생활했기에, 정말 천국과 같은 생활이었으나 자본론은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경제학 박사들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 자본론을 경제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내가 공부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때 자본론을 배우면서 공산주의는 무조건 나쁘고, 자본주의는 옳다고 생각한 이전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공산주의를 혐오하고, 자본주의를 낫다고 여기지만, 여기에도 모순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하던 19세기 그는 노동자들이 일하면 할수록 가난해지는 사실을 목격한다. 그에 비해 자본가들은 점점 부유해진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에 노동자들은 죄수보다도 더 영양 결핍에 시달렸으며, 감자 대기근으로 기아에 시달렸다고 생각한 아일랜드의 노동자들은 사실 영국의 식민지배로 굶어 죽은 것이었다. 데이비드 하비(강윤혜 역)의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는 자본론 출판 당시의 19세기가 아닌 현재의 21세기의 관점으로 자본주의를 분석한다. 그리고 저자는 당시 마르크스가 간과한 문제를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으니 그 분야는 바로 환경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의 모든 생각에 대해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점에는 동의한다. 저자도 자본론의 관점에서 이 책을 썼지만, 자본론이 저술되고 출판될 당시의 모든 상황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예로 마르크스는 노동집약적인 경제체제와 자본집약적인 체제 사이의 차이가 엄청 크다고 봤지만, 저자는 이를 현대 사회의 미국과 중국을 예로 들면서 그리 크지 않게 보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마르크스 이론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며, 현대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분석한다.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자본주의를 더 좋게 보는 내가 왜 이런 책을 읽을까? 인권을 연구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연구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마키아벨리는 강자의 비위를 맞추고 약자를 철저하게 털라고 했다.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다가는 전부 적이 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자들은 그의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약자를 보호한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모순을 알아야 제대로 이 체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학원 파견 시절 배웠던 자본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