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파견 시절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1:1 사이즈 모사본으로 본 적이 있다. 태평양의 발리섬이 그 시절 지도에도 이미 나와 있었으며,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는 탑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혼일강리역대국도는 지도나 지리 전문가가 아닌 화공이 그렸기에 일본의 규슈와 혼슈가 붙어 있고 지중해를 바다가 아닌 땅으로 그렸다. 그리고 현실에는 존재하는 않는 환상 속의 섬을 그리기도 했다. 오늘 이야기할 쓰지하라 야스오(유성운 역)의 『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 이다미디어 출판. 이 책은 고지도를 바탕으로 그런 섬과 대륙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 대륙, 아틀란티스 대륙, 레무리아 대륙, 그리고 성경 속의 에덴동산과 동방의 기독교 왕국 프레스터 존 왕국 등은 모두 전설 속의 이야기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곳들이다. 이 책은 이런 상상 속의 유토피아를 총 4가지 주제로 나누어 고지도와 삽화, 그림 등을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다. 아틀란티스 대륙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이 책은 앞 장에 세계지도에 인간들이 상상 속의 유토피아가 있었다고 생각한 곳을 먼저 표시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대체 상상 속의 섬의 위치를 어떻게 표시할 수 있을까?
전설과 신화는 단기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을 통해서 전해지고 이어진다. 그렇기에 신화, 민담, 전설 등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 등이 바로 그 예다. 율도국은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후세의 사람들은 이 섬이 오키나와(유구국)이 아닐까 추정하며 그 근거를 찾고 있다. 실제 중세 유럽에서는 존 프레스터 왕국을 믿고 이를 찾아 떠나기도 했다.
사막에서 설인(雪人)이 나타나고, 에베르트 산에서 인간을 집어삼키는 개미지옥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을까? 이처럼 상상 속의 유토피아를 살펴보면 그 사람들의 이상향을 알 수 있다. 모두 에덴동산, 무릉도원, 엘도라도 등에서 살고 싶겠지만, 그런 곳은 아쉽게도 아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인류가 꿈꾼 이런 이상향을 실제로 찾고 싶은 욕구가 없었다면 대항해시대와 같은 개척시대는 물론이고 우주로의 진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상상은 인류 전진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무 대륙, 아틀란티스 대륙, 에덴동산 외에 여러 유토피아에 대해서 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