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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평점 :
중국 명나의 초대 황제 흥무제 주원장 그는 황제가 된 후 자신을 그 자리에 만들어준 공신들을 숙청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도운 사람들을 왜 고문을 가하고 가족과 지인까지 연루해서 숙청했을까? 바로 자신의 후대를 위해서다. 그는 숙청 후 아들이 죽고 손자가 후계자가 되자 또 의심병이 발동해서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기 시작한다. 주원장의 숙청에 연루된 사람은 무려 10만. 그러나 그의 숙청은 오히려 손자의 재위를 위태롭게 한다. 바로 후에 영락제가 되는 연왕의 반란을 막을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연왕은 주원장의 손자이자 그의 조카인 건문제를 몰아내고 명나라의 황제가 된다.
서양으로 눈을 돌려보자. 1차 대전 후 러시아 제국이 몰락하고, 소련이 들어선다. 그동안 스탈린의 숙청만 알았지, 알지 못했던 레닌의 숙청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레닌은 고문하는 장면을 즐겨 봤으며, 그가 죽자 이제 공포의 시대는 끝났다고 소련 인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는 레닌의 공포 쯤은 가소롭게 만들어 버렸다. 그는 바로 스탈린이다. 그는 주원장의 10만 명, 레닌이 숙청한 숫자와 비교할 수 없는 숙청을 가한다. 스탈린에게 숙청된 사람은 몇 천만 명 단위이다. 그의 숙청은 소련의 군사력을 크게 악화시켜, 독일 전차에 비해 우수한 전차 성능과 압도적인 병력을 가지고도 독소전 초반에 크게 밀리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숙청의 역사만을 알게 된 것이 아니다. 명나라 시대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의 전투가 명나라 건국기의 전투를 배경으로 쓰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은 명 건국기의 파양호 대전의 모습에서 그 모티브를 따 온 것이다. 주유의 역은 유기가 손권의 역은 주원장으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결정적인 한방은 역시 화공이다. 이쯤 되면 주원장의 책사 유기가 적벽대전을 인용한 것 같지만, 결론은 정반대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말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숙청의 역사도 반복되었다. 1950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모택동은 그 이전의 다른 누구와도 다른 규모로 숙청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 숫자는 무려 5,000만 명에 달하며, 순전히 숙청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무능의 결과였다. 저자는 이를 숙청과 연계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실시한 대약진운동은 중국을 크게 후퇴시켰으며, 엄청난 인명을 굶주려 죽였다. 그러나 모택동은 오늘날 중국에서 영웅이다. 그의 시신을 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천안문 광장에는 아직도 그의 사진이 걸려있다. 또 어떤 역사가 반복될까? 역사를 공부해서 좋은 것은 본 받고, 좋지 않은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