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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ㅣ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아무도 찾지 않는 높은 탑에 갇혀있는 공주를 구해내는 사람은 꼭 왕자여야 할까? 여성은 연약하고 남자는 강인할까? 여자보다 강한 남자는 없을까? 동화 속의 공주들은 예쁘기는 하지만 연약하다. 그녀들은 잠들어 있거나, 꼭 어딘가에 갇혀있다. 백마를 탄 왕자가 나타나 공주를 구해준다. 그리고 둘은 결혼하면서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된다. 그러나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이 책은 금발의 공주를 모히칸 헤어 스타일의 흑인 공주가 나타나 구해낸다. 그 흑인 공주는 다른 공주뿐만이 아니라 연약한 왕자도 구해내고, 마지막에는 사악한 마녀(세이디 공주의 언니)도 물리치고 왕국을 구한다.
매우 짧은 간결한 이야기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주제는 명확하다. 우리들의 고정관념과 같은 틀에 박힌 사고를 벗겨낸다. 틀에 박힌 통념과도 같았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성 역할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리는 공주는 왕자가 구한다. 여자는 남자의 구원을 받는다는 사고가 머릿속에 박혀있을까? 바로 백설 공주, 라푼젤과 같은 동화 속의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정형화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러한 사고에서 벗어나 이때까지 다른 동화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한낱 허무한 이야기일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아카데미상을 떠올려보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같이 노미네이트 된 노감독인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인용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동화형식으로 구성한 이 책은 미국의 여러 도서 협회에서 선정한 추천 도서 리스트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개인적일 것 같은 성 소수자들의 개인적일 것은 주제가 창의적인 이야기로 인정받은 것이다. 기생충은 코믹한 이야기를 통해서 결코 가볍지 않은 빈부격차를 무겁게 이야기했다. 이 책은 동화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을 넓혀준다. 우리와 다른 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