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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전쟁, 최강 기마대의 기록 -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기마대와 영웅들의 이야기
채준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인류 전쟁 역사에서 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병은 항상 전술의 중심이었으며, 전차군단, 전격전으로 대표되는 2차대전 당시의 독일군도 그들의 선전 장면과 달리 사실 수송의 많은 부분을 말에 의존했다. 말은 전차가 개발되기 전까지 전장의 주역이었으며, 뛰어난 기병의 보유는 전쟁의 승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였다. 로마를 공포에 떨게 했던 한니발의 카르타고군은 얼마 전까지 자기편이었던 누미디안 기병이 로마군으로 합류하자 결국 패하고 말았다. 훌륭한 기병이 있다고 해도 지휘관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적을 이길 수 없다. 말의 전쟁 최강 기마대의 기록 이 책 첫머리에 나오는 신립의 탄금대 전투가 바로 그 훌륭한 예이다. 젖은 들판에 신무기를 보유한 왜군을 상대로 신립은 압도적인 기병 전력을 가지고도 전멸하고 말았다.
기병의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가 있다. 바로 피사로의 잉카 점령이다. 아메리카 신대륙 잉카의 5,000명의 친위대는 단 160명의 스페인군에게 전멸되었다. 그들은 말이라는 짐승을 몰랐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스페인군이 강력한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잉카군이 말이라는 짐승을 이전부터 알았고 대비할 줄 알았다면 이러한 패배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말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보였다. 만약 신대륙에 이미 말이 있었다면, 아니 말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피사로의 이런 정복은 불가능했고,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말의 전쟁 최강 기마대의 기록 이 책은 기마병의 대명사 몽골 기마대와 만주의 팔기군, 다케다 신겐의 풍림화산, 한니발의 누미디안 기마대, 사라센의 맘루크 기마대, 코삭 기마대, 사파히, 흉갑 기병, 윙드 후사르 등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기마대를 모조리 망라하고 있다. 전투와 지휘관 등에 집중했던 그간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사람이 아닌 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징기스칸에게 몽골 기마대가 없었다면 세계정복은 불가능했다. 금나라 군대에 강력한 기마병이 없었다면 단 17명으로 송나라 2,000명을 몰살시키는 이런 전투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병은 역사에 이처럼 강력하고 전장의 주역이었다. 우리에겐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쌍령 전투에서는 4만 명의 조선군이 단 300명의 만주 팔기군에게 무너졌다.
인류는 말을 타게 되면서부터 빠른 기동력을 얻게 되었고, 전쟁에서는 이 기동력을 바탕으로 충격력을 매우 크게 증가시켰다. 서문을 보니 저자는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7년간이나 준비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도를 제외한 세계의 거의 모든 기마대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편찬했다. 저자의 이런 노력에 갈채를 보낸다. 다른 책에 비해서 2~3권 정도의 분량이나 되는 많은 분량이지만 책을 펼친다면 쉽게 닫지 못할 것이다. 이제 전차와 비행기에게 전장의 주역 자리를 물려 준 말이지만 그 동안의 활약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