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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경제학 -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 학고재 / 2018년 9월
평점 :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홍기빈) 학고재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닐 때 경제학에 관한 책들도 나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책은 읽지만 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직장생활을 오래하다가 대학원으로 파견을 갔을 때 나에게 가장 큰 시련을 안겨준 것이 바로 경제학 수업이었다. 그때 배운 과목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전공도 아니라 교양으로 신청한 과목이었지만 한 학기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만 했다. 직장에서 경제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듣는 수업이라 경제학 초짜인 내가 같이 내용을 이해하고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이 일은 등록금과 월급까지 받으면서 여유롭게 다녔던 대학원 생활에서 유일한 난관으로 기억된다.
도넛경제학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해서 알기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나에게 대만족을 주었다. 경제를 둥지에 비교해보자. 둥지는 새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뻐꾸기라는 새가 있다. 이 새는 새끼를 키우지 않고 자신의 알을 남의 둥지에 낳는다. 뻐꾸기 새끼가 부화하면 남의 둥지를 자기 둥지처럼 살아가는 것은 물론이요, 원주인의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경제도 이와 같다. 지키지 않으면 뺏기는 것이요. 제대로 컨트롤 하지 않으면 위기에 봉착하는 것이다. 본연의 목표를 잃으면 엉뚱한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마는 것이다.
저자가 GDP와 같은 수치를 맹신하지 않은 이유도 이와 갔다. 둥지 속의 뻐꾸기 새끼는 먹이를 주는 가짜 어미는커녕 둥지보다도 더 커진 상태다. 가짜 어미는 자기 새끼를 죽인 원수인지도 모르고 먹이를 주고 키우지만 이는 결코 자기 가족을 위한 일이 아니다. 경제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표면적인 수치는 상승했지만 지속되는 성장인지, 균형 잡힌 성장인지를 알지 못하면 안개 속과 같다. 여기에 저자는 녹색성장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성장도 강조하고 있다. 성장은 하지만 일시적인 일이며, 앞으로는 퇴보할 일만 남았다면 뻐꾸기를 쫒아내야 한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뻐꾸기가 자기 둥지에 알을 낳고 도망가는 일을 없도록 이미 예방하고 나침반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다.
성장을 하더라도 균형 잡힌 성장이어야 하며, 일부만 부를 독식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마치 도넛처럼 둥그렇게 모두 혜택을 받아야 한다. 이제는 대기업과 상류층에만 쏠린 부를 순화시켜 저소득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래의 성장은 누구나 몸과 마음에 잠재한 욕구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 책은 그간 부의 획득과 성장에만 집중했던 다른 책들과 달리 새로운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일까? 그 의미를 되시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