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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지음, 오숙은.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역사에서 집단적인 전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루소학파들은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집단적인 전투가 시작되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간으로 진화하기 이전의 영장류인 침팬지들도 집단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벽화를 통해서도 집단적인 전투와 처형 등의 장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21세기인 현대에도 아직까지 구석기 시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원주민들도 이미 집단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농경이 시작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부터 집단적인 전투를 벌였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아직도 문명을 거부하며, 구석기 시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이 있다. 영화로도 유명한 아프리카의 부시맨들과 오세아니아, 남미의 원주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부시맨과 남미의 원주민들은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문명의 세계와 접촉을 했기 때문에 이들의 학술적 가치는 떨어진다. 그에 반해서 오세아니아 특히 뉴기니의 원주민들은 1960년대까지도 외부(문명인)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다. 과거 호주에 문명인으로서 첫 발인 디딘 죄수들 중에서 탈출에 성공해 원주민들과 수 십 년을 산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증언과 이 후의 연구를 통해서 아직 수렵 채집 생활을 하는 구석기인들도 집단적인 전투를 벌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 - 전쟁사는 물론 교육학과 인류학의 기원에 관한 연구도 주로 문명 세계와 접촉이 가장 늦었던 오세아니아의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인류의 역사에서 교육의 기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도 이미 구석기 시대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바로 신에 의지해서 주술적인 행동을 하는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전쟁을 벌이는 원인이 결핍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흔히들 자원이 부족하거나, 굶주림에 지쳐서 전쟁을 벌인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결핍이란 의미는 상대적인 것이다. 10을 가지고도 풍족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100을 가지고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부족에 여자가 없어서 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10명의 여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전쟁을 벌인다. 부족의 훌륭한 전사들은 이미 남들보다 몇 배나 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인다. 오세아니아의 원주민들의 연구를 통해서 이미 구석기 시대에 포로를 잔인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족의 만족과 상대방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 이미 이러한 잔악한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 신대륙에서는 신을 위해서 포로를 잡아 와서 심장을 꺼내 바친다. 이러한 인신공양 이 후에 사람들은 재물로 바쳐진 사람을 먹어 단백질을 보충한다. 이처럼 전쟁의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이 외에도 불만을 배출하기 위해서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뉴기니의 부족들은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몇 달에 걸쳐 싸우지만 전사자는커녕 부상자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멀리 떨어져서 창을 던지고 싸우지만 근접해서 육박전은 벌이지 않는다. 사진으로 촬영되어 남아 있는 이러한 장면을 볼 때 활이 발명 되면서부터 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이전의 예상과도 빗나갔다. 오세아니아와 태평양의 부족들은 활이 없지만 이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인간의 전투는 다른 종들과 큰 차이점이 있다. 사자나 맹수들은 주로 어린 새끼들을 살해하지만, 인간은 종내 살해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방을 죽이기가 힘들지만,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은 단번에 적을 죽일 수 있다. 인간의 신체는 몸이 무기인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나약하다. 그렇기에 비무장 상태인 사람을 선제공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인간의 전투는 상대방이 무방비 상태일 때의 기습이 매우 효과적이며, 위험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통계가 남아 있는 2차 포에니 전쟁을 살펴볼때 성인 남자의 17~20%가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렇게 놀라운 수치도 자연 상태의 인간에 비하면 결코 적은 수치일 뿐이다.
인류의 역사에서의 전쟁은 인간으로 진화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